입시 시즌이다. 내년 9월 입학을 앞둔 수험생들은 요즘 지원서 작성에 정신이 없다. 두툼한 지원서 양식을 채우고, 필요한 서류들을 챙기느라 하루가 부족할 정도다. 여기에 어느 대학에 지원할 것인가, 그리고 몇 개 대학에 지원서를 보낼 것인가를 놓고 부모와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내고 있다.
미국의 입시도 이젠 한국과 크게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전인교육’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일단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남들이 알아주는 명문대에 입학해야 한다. 특히 이번 입시는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다 보니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번 입시에서는 에세이의 중요성이 유난히 강조되는 분위기다. 어느 대학이든 학교의 수준에 맞춰 비슷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SAT 또는 ACT, GPA 성적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결국 입시 사정관들은 수치가 아닌 다른 기준에서 지원자들의 차이점을 찾으려 할 것이고, 그 중 중요한 요소가 에세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세이는 한인학생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중 하나라는게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아주 단순한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고, 각종 과외활동도 열심히 한 인재들이 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한국식 교육방식과 완벽하려는 부담이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 같다.
학인학생들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맞춤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다.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불러 온 방식이다. 그리고 그 목표는 숫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단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점수를 끌어 올리는데 올인을 한다.
물론 성적이 높아서 손해 볼 일은 없다. 당연히 높아야 한다. 어느 대학이든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성적이다. 기본 수준과 조건에 부합돼야 다음 단계의 심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인학생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정해진 공식에 얽매여 생활하다 보니, 스스로를 되돌아 볼 기회가 적고 능력도 부족하다. 모자라고 필요한 것들을 부모가 알아서 챙겨주니 더더욱 그렇다. 결국 이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에세이가 공문서를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아하고, 고차원적인 생각, 그리고 그에 걸맞는 표현과 단어들을 찾게 된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내용은 딱딱해 지고, 고등학생다운 맛이 없다. 사정관들의 눈에는 하루에도 수 없이 보는 그저 그런 에세이중 하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사정관들은 지원자가 원서를 제출하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자신의 학교에 응시하게 됐는지를 보고 싶어한다. 또 고등학교 수준 이상의 번듯한 글을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릴 때부터 자녀의 의견을 들어주고 토론하며, 존중해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일방적으로 따라오도록 할 것이 아니라, 함께 길을 찾는 인격의 존중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는 가정 분위기는 자녀의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성장을 촉진한다.
이는 또 자녀가 자신이 입학할 대학을 고르고, 전공을 선택할 때도 중요하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공부를 해야 나중에 결과도 좋다.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에 입학했던 학생들이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주변의 사례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나름대로 소신과 정돈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학생들은 대학이란 새로운 환경에서도 적응력이 뛰어날 것이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앞가림도 잘 할 것이다.
부모된 입장에서 자녀에 대해 기대와 욕심을 갖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대학은 부모가 아닌 자녀가 가는 곳이다. 지금이라도 자녀와 마주 앉아 진정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부모의 경험을 함께 나누며 입시를 준비해 보면 어떨까.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보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서 자신감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 결국 진정한 성공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황성락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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