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모기지연체와 이에 따른 주택압류(foreclosure)의 급등현상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주택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쫒겨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중대한 사회적인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주택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융자조건은 날로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서 경기침체(Recession)마저 몰아닥치게 되면서 주택압류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데 리얼티트랙(RealtyTrac)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약 100만개에 달하는 압류물건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될 것으로, 이는 미국 총
주택 재고의 1/3을 차지하는 수치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하게 돌아가자 연방정부가 나서서 주택압류사태를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등에 업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내년 말까지 총220만개의 부실모기지에 대하여 이자율 인하, 융자기간 연장 등 채무재조정을 통하여 주택압류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FDIC 구제플랜은 채무재조정이 이루어진 모기지가 또다시 부실화되어질 경우 연방정부가 손실액의 절반을 보전해 주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은행들에게 제공되도록 짜여져 있는데 FDIC에 따르면 이에 관련하여 총 244억달러의 공적자금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FDIC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하여 약 150만명에 달하는 주택소유자들이 주택압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데 문제는 244억달러라는 재원이 어디에서 충당받느냐는 것이다.
FDIC측에서는 해당 자금을 7000억달러 금융구제기금(TARP)에서 제공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부시행정부는 이에 대하여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 11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7000억달러 금융구제기금에 관련된 청문회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해당 청문회는 구제기금 사용의 적정성에 대한 이슈들이 다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주택압류사
태에 대한 연방정부의 조치에 집중되었는데 헨리 폴슨(Henry Paulson) 재무 장관은 주택압류사태를 타개하기 위하여 구제기금의 일부를 할애하는 방안은 적절치 못하다는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 의회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 대하여서는 수천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로 고통을 받고 있는 수백만명의 주택소유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초 의회에서 통과된 구제기금법안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주택압류사태를 막는 데에도 사용되어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하원청문회에 참석한 쉴라 블레어 FDIC 회장 역시 이러한 의회의 분위기에 동조하여 주택압류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연방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는 FDIC와 재무부가 모기지 구제에 관해 계속해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주 연방정부가 주도하여 페니매와 프레디맥의 채무재조정 플랜이 발표되자 FDIC측은 주택
압류사태를 대처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의 조치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그러나 폴슨 장관은 현재 연방정부가 각종의 구제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고 주요 융자은행들 역시 부실모기지에 대한 채무재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등 충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주택시장의 추가악화와 주택압류를 막기 위하여 취하여야 할 더 시급한 조치는 모기지융자에 관련된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폴슨 장관이 FDIC구제플랜에 대하여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이는 FDIC 구제프로그램이 남용될 경우 오히려 주택압류가 급등할 소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방정부가 나서서 손실의 절반을 보전해주는 인센티브를 은행들에게 제공할 경우 은행들은 상환력도 없는 주택소유자들에 대해서도 무더기로 모기지 채무를 재조정해준 후 또다시 연체발생시 주택압류를 강행하고 이에 따른 손실을 연방정부에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주택소유자들의 경우에도 상환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구제를 받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모기지를 연체하는 모럴해저드의 문제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이러한 입장의 한구석에는 현재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사태에 직면한 사람들 중 대다수의 경우 애당초부터 주택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굳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일 이러한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면 주택시장이나 주택가격이 어쩔 수 없는 조정과정을 거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으려는 시도 자체가 매우 위험한 정책적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연방정부의 모기지 구제 조치와 관련해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같은 생각의 차이가 있는 한 팽팽한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이며 사태해결을 위한 조치는 쉽게 마련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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