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요즘 참 웃을 일 없다고.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까지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하니,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찡그리고 있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감사하게도, 11월은 ‘감사의 계절’이다. 혹독한 불경기에 감사할 일이 무어냐고 묻는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사’란 힘들고 지칠 때일수록 더욱 빛나는 것 아닐까.

최근 미주 한인들, 나아가 고국의 국민들까지도 미소 짓게 만든 감사한 소식이 있었다. 지난 11월4일 선거에서 1세인 강석희씨가 어바인 시장이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사상 최초로 이민 1세가 선출직 시장에 당선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두를 기쁘게 만들었다.

미국 역사를 새로 썼고 새로이 써나갈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만큼이나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강석희씨의 당선 소식은 실로 행복을 부르는 좋은 소식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터라 12월9일에 있을 어바인 시장 취임식에 초대를 받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축하의 마음을 담은 사랑의 축주를 연주하기로 했다.

취임식에서는 축주에 앞서 시작을 알리는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pangled Banner)를 연주해야 한다. 피아노, 바이얼린, 첼로로 구성된 ‘박 트리오’의 연주가 미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수준 높은 교육의 도시 어바인 시청 강당에서 울려 퍼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그것도 축하를 받는 이가 한인 시장이니 말이다.

취임식을 위해 나는 미국의 미국 국가 연습에 돌입했다. 연습을 시작하면서 나는 비로소 미국 국가가 4절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 산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미국 국가 가사를 완전하게는 모르고 있었다. 음악인으로, 또 이번 연주를 맡은 사람으로서 나는 미국 국가의 1절 가사를 완벽히 외우기로 다짐했다.

그렇다면 미국 국가를 외우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주변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미국 국가의 4절 모두를 외우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한 나라의 국가로서 뿐만 아니라 함께 듣고 부르는 음악으로서도 관심밖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곳 LA에서는 여름철 할리웃 보울에서 열리는 LA 필 공연 전 첼로를 뺀 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일어나 미국 국가를 연주한다. 그러면 관중들은 그 연주에 맞춰 1절을 노래한 후 음악회가 시작된다. 한 나라의 국가를 대중적인 자리에서 즐겁게 부른다는 건 멋스런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운동경기에 초대된 유명 가수들이 경기 전 R&B 스타일로 부르는 그 맛도 정말 일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미주 한인들도 미국 국가를 1절 만이라도 외워 미국인들과 함께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 마음을 담아 존 필립 수자가 곡을 만들고 프랜시스 스캇 키가 시를 쓴 국가 1절 가사와 한국어 해석을 선사할까 한다.

‘O say, can you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What so proudly we hailed at the twilight’s last gleaming, Whose broad stripes and bright stars, through the perilous fight, O’er the ramparts we watched, were so gallantly streaming? And the rockets’ red glare, the bombs bursting in air, Gave proof through the night that our flag was still there; O say, does that star-spangled banner yet wave; O’er the land of the free and the home of the brave?‘

(오, 그대는 이른 새벽녘의 저 빛을 보라. 황혼의 마지막 광휘에 환호하는 우리들의 긍지가, 위험한 전쟁 속에서도 광대한 선으로 빛나는 별들과 저 성벽 너머로 찬란히 빛나는 것을. 창공에서 분주한 포탄과 탄환의 붉은 저 섬광들은, 밤새 우리의 깃발이 휘날리는 증거라. 오, 휘날리는 성조기는 자유와 용맹의 땅에서 휘날리는가!)

앤드류 박
피아니스트·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