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 여정에 환한 청신호
아라비아 사막으로 원정 간 한국축구가 ‘새로운 킬러’ 이근호의 선취골과 ‘돌아온 천재’ 박주영의 쐐기골로 19년째 이어온 지긋지긋한 사우디 징크스를 후련하게 걷어차 버렸다. 이와 함께 7연속 월드컵 본선진출 여정에도 환한 청신호가 켜졌다.
1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파드 인터내셔널스테디엄에서 벌어진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B조 3차전에서 한국은 살얼음 같은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막판 터진 이근호와 박주영의 통쾌한 연속골 2방으로 중동의 맹주 사우디를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9년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사우디에 2-0으로 승리한 이후 19년만에 다시 사우디를 격파하고 그 동안 상대전적 3무3패의 무승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승1무, 승점 7을 기록, B조 단독선두를 굳게 지켰고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원정에서 1-1 무승부에 그친 조 2위 이란(1승2무·승점 5)에 승점 2점차 리드를 잡았다.
경험 많은 해외파들과 국내파 영건들이 힘의 합쳐 중동의 모래폭풍을 잠재운 쾌승이었다. 항상 고전해 온 힘든 중동원정경기였지만 한국은 초반부터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있는 플레이로 팽팽한 경기를 했다. 주장 박지성은 이날 시종 파워 넘치는 드리블로 필드를 누비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갔으며 베테랑 이영표가 초반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사우디의 슛 2개를 골라인 선상에서 막아내 승리예감을 안겨준 것은 초반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이날 생애 100번째 A매치에 나선 이영표는 전반 5분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노련한 골라인 위치선정으로 상대의 헤딩슛을 발로 막아낸 뒤 바로 코앞에서 찬 두 번째 슛마저 몸으로 막아내 한국을 100% 실점위기에서 건져냈다. 또 국내파 해결사 이근호는 결정적인 승기를 잡는 첫 골을 터뜨려 A매치 6번째 골을 기록하며 한국 간판 골잡이로 발돋움을 계속했고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박주영은 교체멤버로 투입돼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후반 인저리타임 1분만에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사우디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특급조커의 역할을 100% 수행해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승부의 터닝포인트는 후반 초반에 나왔다. 후반 12분 미드필드에서 볼을 뺏겨 사우디에 순간적 역습을 허용했고 침투패스에 수비라인이 뚫려 사우디의 스트라이커 나이프 하지즈와 이운재 골키퍼가 1대1로 맞서는 아찔한 위기를 만났는데 여기서 하지즈가 뛰쳐나온 이운재를 제치려다 넘어진 것. 순간 사우디의 페널티킥이 선언되는 듯 했으나 싱가포르 출신의 압둘라 바시어 주심은 하지즈의 과장된 넘어짐이 페널티킥을 유도하려는 시뮬레이션 액션이라고 판정해 한국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 더욱이 이미 전반에 경고를 받았던 하지즈는 2번째 옐로카드와 함께 자동으로 퇴장당했고 이후 한국은 수적우위까지 얻는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 사실 페널티킥이 선언됐어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노련한 이운재가 마지막 순간에 상대를 향해 가던 발을 살짝 움츠린 것이 주심의 판정을 페널티킥에서 시뮬레이션으로 바꿨고 결국은 완전한 실점상황이 결정적인 승기를 잡는 상황으로 돌변하는 행운이 된 것이었다.
이후 수적 우위를 잡은 한국은 거세게 사우디를 몰아쳤고 결국 후반 32분 결승골을 뽑아냈다. 상대 진영 왼쪽에서 볼을 잡은 이영표가 반대쪽으로 정교한 크로스를 올리자 이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박지성이 사우디 골문 오른쪽 사각에서 오른발로 슛을 때렸고 볼이 사우디 골키퍼 다리사이를 통과해 골문 정면으로 오자 이를 이근호가 밀어넣어 ‘0’의 균형을 깼다.
마침내 승기를 잡은 듯 했지만 수적열세에도 불구, 실점만회를 위한 사우디의 막판 공세는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후반 43분과 44분 잇달아 가슴이 철렁하는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실점을 면한 한국에게 승리를 확인시켜준 것은 후반 교체투입된 박주영이었다. 사우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볼을 잡은 박주영은 왼쪽으로 볼을 내줄 것처럼 하다 순간적으로 중앙으로 돌아섰고 그의 움직임에 속은 사우디 수비수가 뒤로 물러서 공간이 생기자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사우디 골키퍼가 꼼짝 못하게 골문 오른쪽을 꿰뚫었다. 이 한 방으로 사우디 징크스에는 공식적으로 마침표가 찍혔다.
<김동우 기자>
‘새로운 킬러’이근호 선취골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이근호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
‘돌아온 천재’박주영 쐐기골
종료직전 쐐기골을 터뜨린 박주영(10번)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