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는 수비 강단있는 공격
신체적 약점 이겨내고 큰영광.
더스틴 페드로야(보스턴 레드삭스)는 젊다. 1983년 8월17일 캘리포니아 우드랜드 출신이다. 키(5피트9인치)는 작고 몸은 다부진 근육질(180파운드)이다. 안그래도 작은 키를 살짝 웅크리고 방망이를 거의 높이 추켜든 채 투수를 노려보는 모습은 결기에 찬 소년장군을 연상케 한다. 하얀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을 잔뜩 기르고 나타나면 영락없이 어른으로 분장한 청소년 같다.
그와 관련된 아주 기쁜 소식을 전하는 ESPN의 기사 첫 문장이 더스틴 페드로야는 메캐닉이든 목수나 배관공이든 메이저리거만 빼놓고 뭐든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돼 있을 정도다. 하긴 그 자신도 내가 큰 축에나 드나요. 어디 뭐 내밀 것도 없고요. 내가 거리를 걸어다니는 걸 보면, 내가 야구선수일 거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겠죠.
애리조나 스테이트 칼리지를 졸업한 페드로야는 2006년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야구팬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주전멤버가 아니었다. 대학시절과 마이너시절 선보인 가능성을 실험하는 비정규직 내야수(2루수)였다. 정규시즌 162게임 중 31게임에 나서 89타수 17안타(그중 7홈런)로 타율 2할5푼8리. 볼넷은 7개를 얻고 7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그리 높지 않았으나 작은 체구에도 7홈런을 친 것이 인상적이었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은 것은 거의 빈틈없는 수비력이었다.
2006년은 그러나 튜닝에 불과했다. 페드로야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2007년, 공격도 수비도 10년 묵은 스타처럼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139게임에서 520타수 165안타(8홈런 포함)로 대번에 3할타자(3할1푼7리) 대열에 들었다. 50타점 47볼넷 86득점. 레드삭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페드로야에겐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트로피가 안겨졌다.
2007년의 풍작은 그러나 2008년의 대풍에 비하면 소풍이었다고 할까. 올해 페드로야의 위력은 무진 더했다. 2년차 징크스 따위는 얼씬도 못했다. 정규시즌 162게임 중 그가 쉰 경우는 5게임에 불과했다. 157게임에서 653타수 213안타(17홈런)로 3할2푼6리. 83타점 50볼넷 52삼진 20도루 118득점. 수비전문 2루수이면서도 거의 모든 공격부문 상위권에 들었다. 미야구기자협회 회원들은 그에게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 영광을 주었다. 그가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선정됐다.
수비전문 2루수가 리그 MVP로 뽑힌 것은 1959년 닐 폭스 이후 49년만이다. 레드삭스 선수로는 1995년 모 본에 이어 13년만이고 팀통산 10번째다. 신인왕과 MVP를 차지한 선수로는 2차대전 후 21번째다. 신인왕이 된 이듬해 MVP에 오른 것으로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연속경기 출장기록 보유자인 칼 립켄 주니어(82년과 83년) 라이언 하워드(05년과 06년)에 이어 3번째다. (이치로 스즈키는 데뷔해인 2001년에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차지했다.)
이달초, 수비력만을 기준으로 주는 포지션별 골드글러브 주인공 선정에서도 아메리칸 2루수몫 황금장갑을 차지했던 그는 이로써 작년에 신인왕과 월드시리즈 챔피언 링, 올해 골드글러브와 MVP까지 품에 안았다.
페드로야는 1위표 28장 가운데 16표를 얻고 2위표 6장과 3위표 4장을 보태 총 317점으로, 미네소타 트윈스의 강타자 저스틴 모르누(1위표 7장 등 257점)를 2위로 밀어내고 최고선수로 뽑혔다. 3위는 페드로야의 팀동료 케빈 유클리스(201점), 4위는 조 마이우어(트윈스, 188점)가 차지했고, 카를로스 켄틴(시카고 화이트삭스, 160점), 프랜시스코 로드리게스(LA 에인절스, 143점), 자시 해밀턴(텍사스 레인저스,112점) 등이 뒤를 이었다.
MVP 선정소식을 접한 뒤 애리조나 자택에서 컨퍼런스 콜에 응한 페드로야는 나는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 했고,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해낸 것 같다고 신체적 단점을 딛고 최고로 우뚝선 기쁨을 표했다. 그의 올해 연봉을 메이저리그 최저선에 가까운 45만7,000달러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