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엔 WS 우승선봉 푸홀스가 PS탈락 하워드에 밀리고
2008년엔 WS 우승선봉 하워드가 PS탈락 푸홀스에 밀리고
2006년 가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메이저리그야구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그 선봉에는 도미니카 출신의 강타자 앨버트 푸홀스가 있었다. 카디널스의 양대리그 통합챔피언수훈갑이 푸홀스인데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는 이 남자의 몫이 되는 게 당연해 보였다.
결과는 영 달랐다. 야구기자단 투표결과 MVP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라이언 하워드에게 돌아갔다. 하워드가 못했다는 건 아니다. 푸홀스냐 하워드냐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사나이의 그해 농사는 풍작이었다. 카디널스는 포스트시즌 마지막 최고봉까지 정복했고 필리스는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했다는 것이 푸홀스 낙선, 하워드 당선을 어딘지 뒤바뀐 그림처럼 보이게 한 것이었다.
하워드에 밀린 푸홀스는 말했다. 나는 이렇게 봅니다. 자기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지 못한 사람은 MVP를 차지할 자격이 없다고 말입니다.
2008년 가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그 선봉에 거구의 왼손왕대포 라이언 하워드가 있었다. 양대리그 통합 홈런킹(48홈런)에다 나머지 타격 부문에서도 거의다 수석 아니면 차석, 못해도 탑5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올해 아주 드문 흉작을 냈다. 월드시리즈는 고사하고 포스트시즌까지 살아남지도 못했다.
17일 내셔널리그 MVP 투표결과가 발표됐다. 2006년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영예의 트로피는 카디널스의 푸홀스가 차지했다.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라이언은 2년 전에 푸홀스가 그랬듯이 2위로 밀렸다.
하워드를 제친 푸홀스는 말했다. 모든 걸 감안해야 합니다. 모든 기록을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여기서 그쳤다면 푸홀스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엿가락 잣대의 사나이밖에 안됐을 것이다. 그는 올해의 영광을 양껏 기뻐하기 위해서는 2006년의 말을 바로잡아야 했다. 그는 그렇게 했다. 기자들이 2006년에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하워드)는 그것을 받을 만했습니다. 비로소 그는 올해 자신이 MVP로 선정된 것을 자신있게 받아들였다. 저는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팀의 최종성적과 개인타이틀이 자주 이렇게 엇박자를 내는 까닭은 투표시기 때문이다. 다른 개인타이틀과 마찬가지로 MVP 선정 투표는 플레이오프에 들어가기 전에 이뤄진다. 다만 그 결과는 월드시리즈 폐막 이후 띄엄띄엄 하나씩 발표된다. 야구 비수기에 야구기사를 제공하는 일종의 상술로도 볼 수 있다.
야구기자단 투표에서 푸홀스는 1위표 18장, 2위표 10장, 3위표 2장으로 총 369점을 얻었다. 하워드는 1위표 12장, 2위표 8장, 3위표 6장으로 총 308점에 그쳤다. 3위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라이언 브라운(총 138점) 4위는 LA 다저스의 매니 라미레스(138점) 5위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랜스 버크만(총 126점)이 차지했다. 올겨울 트레이드시장의 최대관심선수 중 한명이 특급 좌완투수 CC 사바티아(브루어스)는 투수로는 가장 높은 121점을 얻어 MVP 랭킹 6위에 올랐다. NL 사이영 상을 차지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복덩이 우완투수 팀 린시컴은 9점을 얻었다. 등위는 10위권 밖이지만 MVP로 그를 찍어준 기자가 있었다는 것만 해도 린시컴의 2008년 돌풍이 얼마나 거셌는지 보여준다.
푸홀스는 올해 타율 3할5푼7리, 37홈런, 116타점을 기록했다. 오른쪽 팔꿈치가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고통을 참아가면서 일궈낸 풍작이었다. 카디널스는 NL 센트럴 디비전 4위에 그쳤다. NL 역대 MVP의 소속팀이 이토록 엉망성적이었던 것은 1987년 시카고 컵스의 앤드리 다슨 이후 21년만이다. 푸홀스는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시즌 마지막 2주를 남겨두고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했지만 끝내 4게임차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내가 그때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푸홀스는 1980년 1월 카리브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다. 21세 때인 2001년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뒤 줄곧 카디널스와 함께하고 있다. 안정된 타격자세와 육중한 체격(6피트3인치/230파운드), 그러면서도 재빠른 방망이 스피드로 장단안타를 뿜어내고, 수비(주로 1루수)도 일품이다. 특히 거포들은 홈런도 많지만 홈런을 노리느라 삼진아웃도 잦은 편인데 그가 삼진으로 물러난 것은 54차례밖에 안된다. 대신 볼넷은 고른 것은 104차례다. 선구안이 그만큼 좋고 큰 것 욕심에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올해 연봉은 1,387만여달러다.
푸홀스는 또 2001년 데뷔 시즌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3할타율 이상, 30홈런 개이상, 100타점 이상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출범 이후 처음 보는 기록이다. MVP 보너스는 20만달러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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