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왜 대통령을 하려고 하는가는 이해하기 힘든 미스터리의 하나다.
매일매일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 모두 국가 대사고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대상이 된다. 하루하루 어마어마한 프레셔 속에서 살아야 하며 프라이버시라고는 없다. 거기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정파 간의 알력과 도전, 언론의 비판, 이익 집단의 압력, 여론의 향방, 적대국의 준동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리 본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하더라도 직무 수행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지난 수십 년 간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역사가 이를 보여준다.
한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장기집권과 부정부패를 일삼다 쫓겨나 결국 하와이에서 죽어야 했고 박정희는 유신독재 끝에 암살당했다. 12.12와 5.18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은 백담사에 갔다 나중에 사형 판결까지 받았으며 노태우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김영삼은 IMF 사태의 장본인으로 지금까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김대중과 노무현도 집권 말기 지지율이 바닥을 기었다. 현 이명박 정부는 아직 두고 봐야겠으나 지금까지 하는 것으로 봐서는 좋은 소리 듣기 힘들게 생겼다.
지난 100년간 미국 역사도 비슷하다. 1901년 맥킨리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42세의 나이로 대통령이 된 시오도어 루즈벨트는 1912년 스스로 후계자로 뽑은 태프트가 말을 듣지 않자 다시 제3당을 만들어 나왔다 참패당했고 태프트는 현직 대통령으로 3등을 하는 수모를 겪었다. 공화당 표가 갈리는 바람에 겨우 대통령이 된 윌슨은 말년에 의회와 국민의 지지를 잃으면서 뇌혈관이 터져 반신불수가 됐다. 그의 뒤를 이은 하딩은 ‘티 팟 도움’ 스캔들을 비롯한 각료들의 추문에 시달리다 당시까지 ‘최악의 대통령’이란 평을 들으면서 취임 2년 반 만에 병사했다.
그의 뒤를 이은 캘빈 쿨리지는 20년대의 호황 덕에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1928년 재선에 나갈 의사가 없다고 밝힌 후 기자들이 그 이유를 말해 달라고 묻자 ‘말없는 캘’이라는 별명답게 “None”이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후에 그는 “시대가 바뀌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멋모르고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후버는 1929년 주가 폭락과 함께 대공황이 덮치면서 ‘최악의 대통령’이란 꼬리표를 붙이고 쓸쓸히 물러나야 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뉴딜’을 내걸고 한 동안 잘 나가는 것 같았으나 집권 2기 후반부터는 경기가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해주지 않았더라면 그 또한 대공황의 제물이 됐을지 모른다. 태평양전쟁 발발로 실업자가 모두 군대로 가고 전쟁 물자 수요 급증하면서 경기 침체는 해결됐지만 정작 본인은 재임 중 사망하고 만다.
그 뒤를 이은 트루먼은 냉전과 한국전 마무리에 시달리다 최악의 지지도 속에 퇴임했으며 젊은 패기의 상징이었던 케네디는 암살로 생을 끝맺었다. 존슨은 월남전 반전 열기 속에 재선을 포기해야 했고 닉슨은 워터게이트로 사임해야 했으며 포드와 카터는 인플레 와중에 무능한 대통령이란 비난 속에 정치 생명을 마감했다.
레이건은 드물게 성공적인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말년 이란 콘트라 스캔들에 시달렸고 아버지 부시는 성공적인 이라크 전 수행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속에 재선에 실패했다. 클린턴은 집권 내내 르윈스키를 비롯한 스캔들로 세월을 보냈고 현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14년 만에 백악관과 의회를 동시에 장악하게 된 버락 오바마와 민주당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 중 국민의 찬사를 받으며 임기를 마친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경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시점이다. 집권 후 1년이 지나도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을 경우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은 현재 공화당이 먹고 있는 욕에다 그 동안 부풀대로 부푼 희망의 거품이 터진 파편을 그대로 맞게 될 것이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승리 자축이 아니라 앞날을 걱정해야 할 때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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