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유닛 D백스는 나를 버렸지만…
메이저리그 FA시장 공식오픈.
메이저리그야구 FA시장이 지난 주말 공식 개장됐다. FA란 프리에이전트(Free Agent)의 약칭이다. 한국어로는 흔히 자유계약선수로 번역되는데, 소속팀과의 기존계약이 끝났든 구단과 선수의 합의하에 계약을 일찍 파기했든, 옵션(본계약 만료후 연장조건를 담은 단서조항으로 일종의 이면계약으로 보면 된다)을 포기했든, 더이상 계약에 묶이지 않아 자유로운 상태에서 새 팀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자유계약선수라고 해서 반드시 새 팀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소속팀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얼마든지 그 팀에 눌러앉으르 수 있다.
지난 14일까지 FA를 신청한 선수, 즉 자유계약시장에 나온 선수는 특급투수 CC 사바티아와 제이크 피비, 코리안 투수 박찬호, 수퍼타자 매니 라미레스 등 171명이다. 그중 기존소속팀과 재계약을 맺고 내년에도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되는 선수가 2명 나왔다. 뉴욕 양키스의 불펜투수 다마소 마르테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불펜투수 라트로이 호킨스다. 박찬호 등 169명의 진로는 앞으로 겨울 트레이드시장에서 결정된다.
▶박찬호 어디로
올해 LA 다저스에서 불펜투수를 주로 맡으면서 간간이 선발투수로 출격한 박찬호는, 수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붙박이 선발투수로 전환하기를 열망하고 있다. 이것만 보장된다면 팀성적이나 연봉에 개의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FA시장 공식개장 이전에 원소속팀에 주어지는 우선협상시간에 박찬호는 다저스로부터 어떠한 오퍼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저스가 박찬호와 결별을 원한다고 보는 것은 속단이다. 우선협상기간동안 각 팀들은 수퍼스타 FA나 최우선적 재계약대상 선수와 우선 협상을 벌이는 게 관행이다. 따라서 박찬호에 대한 다저스의 침묵은 재계약대상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뜻이다.
LA타임스는 최근 다저스가 박찬호와 같은 경험많은 투수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한국언론에서는 이를 다저스가 박찬호를 원한다고 보다 단정적으로 받은 적이 있으나 아직은 박찬호에 대한 다저스의 속내를 어림잡기 힘든 실정이다. 박찬호 역시 다저스에 크게 미련을 두지 않고 선발투수 보장에 방점을 찍은 채 향후 진로를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SPN은 이번 겨울시장에 선발투수 강화가 급선무인 팀으로 2008년 월드리시즈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비롯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샌디에고 파드레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텍사스 레인저스, 신시내티 레즈 등 19팀을 꼽았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란 점을 고려하면 선발투수 강화는 비단 이들만이 아니라 30개 모든 팀의 염원이다.
문제는 박찬호를 보는 눈이다. 선발투수 강화제로 보느냐 그저 그런 선발투수 로테이션 후순위용으로 보느냐, 이것이 박찬호에 대한 각 팀들의 입질여부와 계약내용을 좌우하게 된다. 만일 후순위로 본다면 그의 진로결정은 꽤 늦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요도는 떨어지지만 선이후난(先易後亂, 쉬운 것을 먼저 처리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푼다는 뜻) 정책에 따라 의외로 일찍 매듭지어질 수도 있다. 선발진 강화제로 공인된 이번 겨울시장 FA는 CC 사바티아, AJ 버넷, 데릭 로, 마이크 무시나, 제이크 피비 등이다.
▶사바티아 돈복
뉴욕 메츠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특급좌완 요한 샌타나를 지난해 영입하면서 그야말로 통큰투자(6년 1억3,750만달러)를 했다. 투수의 다년계약으로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액이다. 이 기록의 수명이 1년밖에 안될 것 같다. 뉴욕 양키스가 수퍼좌완 CC 사바티아에게 6년 1억4,000만달러를 제시했다고 뉴욕 데일리뉴스가 15일 보도했다.
두차례 사이영 상에 빛나는 사바티아는 올해 정규시즌 전반기 막판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로 옮겨 브루어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작년에 인디언스가 포스트시즌까지 살아남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에 오르는 데에도 사바티아의 공이 컸다. 사바티아가 비록 작년 ALCS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평소 승리 보증수표나 다름없을 정도로 막강구위를 자랑하고 있어 뉴욕 양키스가 천문학적 돈다발을 들고 사바티아 영입에 관심을 보인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양키스는 생산성은 별로 없는데 연봉은 엄청 받아갔던 제이슨 지암비 등 고액선수들의 다년계약이 만료돼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진데다 14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터여서 투수든 타자든 전력보강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듯한 양상이다.
양키스가 진정 사바티아를 원한다면 계약고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북가주 페어필드 출신인 사바티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라는 지역팬들의 권유에 고향팀에서 뛰는 것이 부담된다고 난색을 표하면서도 서부해안팀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재력이 넉넉하지 않은 샌디에고 파드레스를 제외하면 남는 것은 LA 다저스와 LA 에인절스다. 게다가 그는 LA 인근에 호화맨션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양키스는 사바티아가 서해안팀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갑을 더 크게 열 수도 있는 것이다.
양키스가 사바티아 영입전에 뛰어들면서 원소속팀 밀워키 브루어스는 사실상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브루어스는 이미 팀사상 최고액 다년계약인 5년 1억달러를 제시해놓고 사바티아의 처분(?)을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팀전력과 명성은 물론 돈에서도 게임이 안될 정도로 양키스가 치고나간다면 곳간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브루어스로서는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심사는 덕 멜빈 단장의 언론인터뷰 발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우리가 1억달러를 제시한 상황에서 양키스가 왜 1억1천만달러가 아닌 1억4천만달러를 제시했는지 모르겠다. 양키스가 과도한 조건을 내놓고 있다.
▶웃음찾은 잔슨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그를 버렸다. 꼬집어 말은 안했지만 나이 들어 공은 처지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다이아몬드백스에 남기를 원했다. 반값도 좋으니 있게만 해달라고 했다. 구단은 그의 하소연을 냉정하게 뿌리쳤다.
45세가 넘은 랜디 잔슨이 다이아몬드백스로부터 버림을 받자마자 러브콜이 쇄도하는 모양이다.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 컵스와 LA 다저스 등 여러 곳에서 잔슨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현재로선 컵스가 더 적극적인 듯하다. 샌디에고 파드레스와의 계약이 끝나 FA시장에 나온 제이클 피비를 영입하려고 공을 들였던 컵스는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은데다 올해 막강 컵스 마운드의 큰 축을 담당했던 라이언 뎀스터가 FA를 선언, 선발투수 로테이션 강화가 절실하다. 컵스는 루 퍼넬라 감독이 과거 시애틀 매리너스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랜디 잔슨과 호홉을 맞춰 매리너스 전성시대를 연 인연이 있어 이를 매개로 잔슨 환심사기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다저스도 선발투수 쌍두마차 브레드 페니와 데릭 로가 FA시장에 ‘For sale’로 올려진 상황이라 노련한 선발요원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네드 콜레티 단장은 잔슨에게 구체적인 영입제의는 하지 않았으나 영입후보 1순위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만약 잔슨을 원하는 팀이 이 두 곳뿐이라면 잔슨의 선택은 다저스일 가능성이 높다. 허리와 무릎에 ‘신경성 이상’이 있는 잔슨은 시카고처럼 습한 도시보다는 LA 같은 건조한 곳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강호 매리너스에서 신생 다이아몬드백스로 옮긴 것도 허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잔슨의 다저스행이 성사된다면, 박찬호는 아마도 다저스를 떠나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이 될지 모른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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