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지난 7월 새로운 주택구제법안이 통과되면서 처음 주택을 장만하는 사람들에게 최고 7,500달러까지 세금크레딧(Tax Credit)의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고무된 적이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특별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구매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주택구매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표면적인 이유는 세금크레딧이 그냥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15년에 걸쳐 되돌려 갚아야 한다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즉 세금크레딧이란 허울에 불과할 뿐 무이자로 얻는 융자와도 같은 것으로 거저 준다면 몰라도 도로 갚아야 하는데 무슨 혜택이냐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전국부동산협회(NAR)나 전국주택건설협회 등 단체들은 이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을 주장하며 적극적인 로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세금크레딧에 있어 상환조항을 없애야 하는 것은 물론 처음 주택을 장만하는 사람들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주택구매자 모두에게 확대되어야 하며 세금크레딧도 주택가격의 10%, 최고 2만2,000달러로 상향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이같은 주장은 주택시장의 회복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를 제공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과연 이들의 주장대로 주택구매자들에 대한 무상혜택은 주택시장의 반등을 약속할 수 있을까?
물론 인센티브가 없는 것보다는 낫겠으나 현재의 상황으로써는 그다지 커다란 도움은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최근의 경우 주택구매자들의 입장에서는 ‘세금크레딧’과 같은 사항은 사소한 것에 불과하며 이보다 더 신경을 써야할 것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날로 심화되는 경기침체현상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늘어나는 실업률에 따른 고용불안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주택 장만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모기지 융자 역시 주택구매의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인하여 주택가격대비 모기지 융자 금액이 80%를 초과하는 경우 모기지 융자를 얻기가 어렵게 되었다. 모기지 융자 시 소득이나 자산검증은 당연하게 거쳐야 하는 상황에다가 최소한 20%이상의 다운페이 및 클로징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인데 처음 주택을 장만하는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주택시장에 있어서 처음 주택을 장만하는 사람들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주택을 장만하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면 기존의 주택소유자들은 그만큼 자신의 주택을 팔고 이사를 가기가 어렵게 되는 연쇄부작용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처음 주택을 장만하는 사람들의 경우 기존의 주택소유자들에 비하여 충분한 다운페이를 마련하여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모기지 융자를 얻기가 쉽지 않은 형편에 놓여 있다는 점을 두고 볼 때 모기지 융자에 관련된 걸림돌이 세금크레딧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현재 주택시장을 마(魔)의 사각지대에서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은 모기지 연체와 이에 따른 주택압류(foreclosure)의 급등 그리고 모기지 융자가 극히 제한적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압류가 계속 늘어나는 한 이로 인해 주택가격 하락 및 은행손실 급등은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모기지 융자를 더욱 제한적으로 취급하도록 만들며 모기지 융자가 얻기 어려울 경우 주택수요는 그만큼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주택재고를 더욱 늘어나
도록 하여 결국 주택가격을 더욱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금융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게 되고 결국 실물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면서 소비위축과 실업급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를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연체중인 부실모기지들에 대하여 채무재조정(Mortgage Modification)의 조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은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컨추리와이드 인수와 관련하여 40만개에 달하는 모기지에 대하여 채무재조정이 진행 중이며 이외에도 추가로 26만5,000개의 모기지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JP 모간의 경우에도 700억달러 규모의 총 40만개에 달하는 모기지에 대한 재조정 플랜을 발표하였고 시티그룹 역시 200억달러이상의 약 13만6,000개의 모기지를 대상으로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이라 발표하였다. 더 나아가 지난 화요일에는 국책 모기지회사(GSE)인 페니매와 프레디맥도 보유중인 수십만 개의 부실모기지에 대한 채무재조정플랜을 확정하여 발표하는 등 금융권에서 나서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금융권의 입장에서도 스스로의 건전성을 회복시키는 지름길이다. 지금 당장 감수해야하는 손해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여 향후에 발생할 더 커다란 손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진 것도 별로 없이 거덜이 난 주택소유자를 무조건 궁지로
몰아 보아야 아무런 소용이 없고 보면 최대한 구슬려서 채권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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