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를 추는 김응화 무용연구소 원장. 한국무용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미주한인 무용계의 터줏대감이다.
OC 한인문화재단‘문화상’수상
김응화회장
홀대 속 보급 외길… 공연 헤아릴 수 없을 정도
김응화(53) 미주한국무용협회 회장이 지난 달 19일 오렌지카운티 한인문화재단(OCKCC 대표 이상원)이 수여하는 제2회 문화상(Cultural Leadership Award)을 수상했다.
무려 28년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코리안 아메리칸들에게 한국무용을 가르치고, 역시 헤아릴 수없이 많은 공연을 통해 타커뮤니티에 우리 문화를 알렸으며, 한인커뮤니티를 위해 쉼 없이 봉사해온 업적을 치하하는 상이다.
‘업적’이란 단어가 좀 유난스러운가? 아니, 하나도 과장되지 않다. 오히려 그 뻔한 수식어들이 미흡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그녀의 ‘공로’는 제대로 평가된 적이 없는 것 같다.
지난 28년 동안 오로지 한국무용 하나로 살아온 김응화 원장은 말 많은 한인 무용계에서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그 이름이 서있는 ‘큰 언니’같은 존재다.
초등학교 시절에 인간문화재 박귀희, 성금연 선생으로부터 가야금 병창을 배웠고, 한영숙 선생에게 한국무용을 사사했으며, 서라벌예대에서 무용을 전공한 그녀가 약 30년전 LA에 정착하지 않았더라면 미주한인사회의 전통문화는 아마 수준이 한참 뒤로 후퇴했을 지도 모른다.
“79년 공연차 LA에 왔다가 80년에 무용연구소를 오픈했으니 벌써 28년이 흘렀네요. 바로 그해 이벨극장에서 제1회 무용발표회를 열었는데 그것이 미주한인사회에서 개인이 연 첫번째 무용발표회였습니다. 그때 가르친 제자들이 교사가 됐고, 아이를 낳아서 또 데려오고, 세살 때 시작한 제자가 서른이 넘도록 찾아오는 걸 보면 이제 무용을 좀 가르쳤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가르친 학생이 수천명에 이를 것이라는 김 원장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공연을 다녔는지 기억도 못한다. 타운 내의 행사는 그렇다 치고 타커뮤니티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들, 각종 축제에 초청받아 공연한 횟수도 다 헤아릴 수가 없단다. 그래도 자랑하고 싶은 것은 2004년과 2006년 포드 앰피디어터에서 호평 받았던 단독공연과 할리웃보울에서 매년 여름 일주일 동안 개최하는 서머 페스티벌 공연, 그리고 3년째 참가하는 뮤직센터 할러데이 프로그램 공연이다.
제자 열명씩, 스무명씩 팀을 꾸려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 일, 사실 그 오랜 무용 여정이 모두 만족스러웠다고 말할 수는 없다. “괜히 했다”는 생각도 여러번 했단다. “우선 재정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무용연구소는 3,000스퀘어피트 이상 되는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렌트비가 엄청 비싸지요. 또 춤마다 장비와 옷이 다 다른데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답니다. 옷 한 벌에 1,000달러 이상 드는데 한 사람이 공연팀에 들어가려면 최소 다섯벌은 가져야 하거든요. 돈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나 이러한 금전적 어려움보다 더 김 원장을 화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몰상식과 몰이해다.
“한인사회에서 무슨 행사할 때마다 우리를 부르는데 그때 뭐라는지 아세요? 잠깐 와서 연습삼아 하고 가라,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테니 와 봐라, 뭐 이런 거에요. 거의 모든 행사가 무보수로 부른답니다. 우리가 한번 움직이려면 얼마나 드는지 아세요? 장비 때문에 밴이 여러대 움직여야 하고 학부모들까지 20여명 따라 나섭니다. 때로는 땡볕에서 몇시간씩 기다리기도 하지요. 그런데도 출연료는커녕 끝나고 나면 누구 하나 수고했다고 격려 한마디 안 해요. 구색 맞추려 형식적으로 끼워넣거나, 땜방 하듯이 부르지요”
노력에 비해 대가가 너무 없다고 한숨을 쉬는 김 원장은 그러면 그 오랜 세월동안 왜 이렇듯 홀대 받는 한국무용을 계속 가르쳐 왔을까?
“배운게 이것뿐이고, 한다 하면 뿌리를 뽑는 성격 탓일 겁니다. 그리고 인복은 있는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너무 잘 따라줘 계속하지요. 아이들 실력 늘어나는 걸 보면 그 이상 기쁨이 없답니다. 또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의 그 성취감과 보람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아마 연구소에 학생이 한 명도 안 남을 때까지 계속할 겁니다”
“솔직히 남편 잘 만나서 버텨왔다”고 귀띔하는 김 원장은 20년째 그로서리 마켓을 운영하는 황인관씨의 ‘외조’ 덕분에 지금까지 춤을 추고 가르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중국이나 일본, 태국 커뮤니티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술단체의 기금이 굉장히 많습니다. 일본은 기업들이 후원하는데다 연구생들을 자국으로 불러다 훈련시키고 월급까지 줄 정도에요”라고 부러워하는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에 대한 열정만은 현재진행형이다.
요즘은 “라인댄스를 응용한 한국무용을 개발중”이라며 쉬운 노래 가락에 맞춘 ‘우리춤 라인댄스’를 5단계까지 만들었는데 내년 봄이면 발표할 수 있을 거란다.
“한국무용은 일부러 예쁘게 만든 무용이 아니라 자연스런 동작으로 움직이는 춤이에요. 그러면서도 오장육부 모든 내장이 다 움직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운동효과를 볼 수 있지요. 요즘 유행하는 요가, 필라테스가 다 한국무용에 들어있답니다”
김응화 무용연구소 (323)733-0500.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