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불고 다투며 가족의 가치 깨달아
앙상블 캐스트와 말의 잔치 ‘흠뻑’
연기·대사·내용 모두 우수한 드라마
‘크리스마스 이야기’ (A Christmas Tale)
★★★★(5개 만점)
현재 상영 중인 미국 영화 ‘레이철 결혼하다’를 연상케 만드는 앙상블 캐스트의 프랑스판 엉망진창 가족에 관한 코미디성 드라마다. 이런 장르의 영화는 말이 많게 마련이고 연기 위주로 진지한 드라마 팬들 아니면 즐기기가 쉽지 않다.
앙상블 캐스트와 말의 잔치 그리고 긴 상영시간으로 유명한 아노 드프르샹 감독의 영화인데 연기와 대사와 내용이 모두 우수한 드라마다. 여느 엉망진창 가족 영화처럼 이 영화도 뿔뿔이 헤어졌던 가족이 크리스마스에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울고불고 다투고 웃고 포옹하고 갈등하다가 가족의 가치와 사랑을 재발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 가족이 오랫동안 옷장 안에 감춰 두었던 유전적 죄의식과 가족 상호간 졌던 부채와 남매간 갈등 등이 와르르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쥐농(카트린 드뇌브)과 아벨(장 폴 루시용)은 두 남매 엘리자베스와 조셉을 두었는데 조셉이 유전적인 암에 걸린다. 부모는 조셉을 위한 골수이식 수술용으로 아들 앙리를 낳으나 골수가 서로 맞지 않아 조셉은 7세 때 사망한다. 부부는 이로부터 6년 후 또 다른 아들 이방을 낳는다.
이로부터 오랜 세월 후 쥐농이 백혈병에 걸린다. 영화는 쥐농을 위한 골수이식 수술에서 가족 중 누구의 골수가 쥐농의 것과 일치하는가를 검사하기 위해 크리스마스에 대가족이 쥐농의 집에 모여들면서 본격적으로 얘기가 시작된다.
이 집안의 가장노릇을 자임하면서 온 가족의 짐을 스스로 혼자 짊어진 엘리자베스(안 콩시니)와 그녀의 남편 클로드(이폴리트 지라도)와 이 집안의 미운 오리새끼 앙리(마티외 아말릭)가 도착한다. 파리에 사는 극작가인 엘리자베스는 오래 전에 술꾼이요 괴팍하고 과격한 앙리의 빚을 갚아주는 대신 그를 집안에서 내쫓아버려 남매간 사이가 안 좋다. 그런데 앙리는 자기만큼이나 괴짜인 애인 포니아(에마뉘엘 드보)를 데리고 왔다.
여기에 엘리자베스의 침울한 아들 폴(에밀 베를링)과 이방(멜빌 푸포)과 그의 아내 실비아(키아라 마스트로이안니) 그리고 쥐농의 조카 시몽(로랑 카펠뤼토)이 합류한다. 그런데 시몽은 실비아를 지극히 사랑한다.
이들 중에서 골수가 쥐농과 맞는 사람은 폴과 앙리. 재미있는 것은 죽음과 부서진 가족 얘기이면서도 이 가족이 ‘케세라 세라’식이어서 부담이 안 간다는 점. 마지막 장면이 인형극을 보는 것처럼 즐겁고 감동적이다.
드뇌브와 아말릭이 좋은 연기를 하고 고전음악과 재즈와 미국 팝 등을 섞은 음악도 좋다. 상영시간 150분이 금방 지나간다. 성인용. 일부 극장.
액션스타 장 클로드 반 담 제작 주연
‘JCVD’
‘브러셀의 근육’이라 불리는 벨기에 출신의 쿵푸 액션스타 장 클로드 반 담이 돌아왔다. 1993년 홍콩 감독 존 우의 할리웃 데뷔작인 ‘하드 타겟’의 주연을 비롯해 일련의 히트 액션 영화에 나와 큰 인기를 모았다가 이젠 DVD 배우가 돼버린 반 담이 제작하고 주연한 자기 자신에 대화 프랑스 풍자 영화. 여태껏 잘 알려지지 않은 어린 딸 친권소송 문제와 자신의 내적 고민 등이 은행 인질사건 등 액션과 함께 묘사된다. 동네 우체국에서 일어난 강도사건에 휘말려들고 어린 딸로부터 퇴짜를 맞고 또 다른 몰락한 액션스타 스티븐 시갈에게 역을 빼앗긴 경험 등과 함께 비인간적 미디어의 유명 인사에 관한 기사 등이 잡다하게 얘기된다. 반 담이 울면서 기도하는 장면도 있다. 성인용. 일부 지역.
유대계 선수들과 미 프로농구의 관계
‘첫 배스켓’ (The First Basket)
유대인 선수들이 미 프로농구 발전에 기여한 역할과 농구가 미국 내 유대인들의 동화 작용에 미친 영향 등을 탐구한 기록영화. 농구가 유대인 서민아파트 계단에서 시작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경기가 되는데 심오한 영향을 미친 유대인 개척자들에 관한 내용이다.
농구는 매서추세츠 스트링필드에서 고안됐으나 20세기 초 뉴욕의 유대인 서민동네로 삽시간에 퍼지면서 1920년께 미 유대인 커뮤니티의 경기로 정착한다. 이때쯤 거의 모든 도시의 유대인 동네에는 농구팀이 생겼는데 이 팀들이 1940년 후반에 프로리그로 발전했으며 그 후 유대인 선수들과 코치가 이 경기를 주도하게 됐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생존 초창기 유대인 선수들과의 인터뷰와 기록필름 등을 통해 보여준다. 뮤직홀(310-274-6860), 타운세터 5(818-981-9811)
“절망의 늪에서 탈출할거야” 몸부림
바닥 인생의 한 흑인 서민 가족
암담한 이야기 사실적으로 묘사
‘밸라스트’ (Ballast) ★★★½
영화를 쓰고 편집하고 또 감독한 랜스 해머의 개인적 영화로 절망의 늪에서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는 바닥 인생의 어두운 얘기를 신념 있게 묘사했다. 벨기에 형제감독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한데 감독은 가난하고 고독하고 내면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얘기를 연민하고 함께 느끼면서 매우 아름답고 인간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날씨와 내용 등이 음습하고 거의 개인의 실험적 작품 같아서 대중성이 있지는 않지만 어둡고 암담한 얘기를 극사실적으로 표현한데다가 구름 낀 하늘에서 햇빛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듯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민감하게 화해와 수용의 너그러움으로 매듭을 지어 감동하게 된다. 연기와 근접한 촬영과 함께 음악 없이 빗소리 등 자연음을 마음껏 살린 음향효과가 뛰어나다.
미시시피 델타에 사는 한 흑인 서민가족의 얘기다. 처음 영화는 자기 집 소파에 앉아 충격에 말문을 닫은 거구의 로렌스(마이클 J. 스미스 주니어)를 이웃이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로렌스는 쌍둥이 형제인 다리우스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것에 충격을 받아 권총자살을 시도하나 중상만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로렌스 외에 두 주요 인물은 호텔 청소부 말리(태라 릭스)와 그녀의 12세난 외톨이 아들 제임스(짐마이론 로스).
처음에 제임스가 로렌스의 집을 찾아와 그에게 권총을 들이대고 돈을 요구할 때만 해도 3인의 관계가 애매모호한데 이것이 서서히 밝혀진다. 말리는 다리우스의 전처로 과거에 약물 중독자였으나 지금은 열심히 일하며 극진히 사랑하는 제임스를 키운다. 로렌스는 충격을 못 벗어나 자기가 운영하는 작은 마켓의 문도 열지 않고 거의 좀비처럼 지낸다. 한편 말리가 직장서 해고되고 제임스가 로렌스를 두 번씩 강도질하면서 이 세 사람의 찢어진 관계가 마켓을 무대로 천천히 봉합된다. 비참함에서 벗어나 서로의 필요성과 함께 궁극적 사랑으로 맺어지는 세 사람의 얘기가 인간적인 공감을 느끼게 만든다. 모두 비배우들인 세 주인공의 연기가 사실적이요 훌륭하다. 성인용. 일부 지역.
리베리아 독재자 망명케 한 영화
‘악마여 지옥으로 돌아가라’ (Pray the Devil Back to Hell)
리베리아의 독재가 찰스 테일러를 국외 망명토록 만든 이 나라의 평범한 여성 종교단체에 관한 기록영화. 리베리아는 미국서 해방된 노예들이 아프리카로 돌아가 세운나라다.
1996년 테일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그는 부패독재자로 군림한다. 그의 통치 하에서 시민들은 강간과 살인과 테러에 시달리고 군벌간의 충돌로 나라는 쑥밭이 되었다. 이에 비폭력 평화운동을 주도한 여자가 기독교 신자 레이마 그보위와 회교신자 아사투바 케네스. 두 여인이 조직한 두 종교 연합의 평화 기도운동으로 테일러는 망명을 하고 이 국가 최초의 여성 대통령 엘렌 존슨 서리프가 선출된다. 일부 극장.
16세의 여고생의 습작같은 작품
‘희미한 기억’ (Faded Memories)★★
16세의 앤-소피 뒤톼가 쓰고 연출하고 주연을 했는데 여고생의 습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17세난 카산드라는 타인과의 육체적 접촉 기피증이 있는데 트레일러를 몰고 계속 이 마을 저 마을로 옮겨 다니는 이모 매기와 둘이 산다. 둘은 말리부에 도착, 카산드라는 여기서 자기 나이 또래의 루카스를 만나 생전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감정을 품는다. 그리고 둘은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루카스의 어머니 낸시가 기울어가는 가산을 만회키 위해 루카스를 부잣집 딸 팸과 짝을 지어주려 하면서 카산드라는 비극을 맞게 된다. 낸시가 사립탐정을 고용해 카산드라의 배후를 캐내면서 카산드라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난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카산드라는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PG-13. 일부지역.
야수지로 오주의 첫 컬러 영화
‘피안화’ (Equinox Flower·1958)
일본의 명장 야수지로 오주의 첫 컬러영화로 그의 영화 중 가장 잘 만든 것 가운데 하나다. 공개된 가족 간 긴장과 어른들로부터 젊은 세대로 무게가 옮겨가는 가정과 사회의 양상을 담담히 묘사했다. 소설이 원작으로 오주가 공동 각색했다.
딸(아리마 이네코)이 자기가 선택한 남자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딸의 아버지(사부리 신)가 이에 강력히 반대한다. 그러나 딸의 어머니(타나카 키누요)는 딸의 편을 든다. 오주는 여러 가지 트릭을 사용해 아버지의 독재적 행태를 우습게 벗겨내는데 결국 아버지도 딸의 결혼을 허락한다.
아버지가 딸의 결혼을 반대했던 까닭은 단순히 딸이 자기와 상의하지 않았다는 이유하나였기에.
‘바람 속의 암탉’ (A Hen in the Wind·1948)
전쟁에 나간 남편의 귀국을 기다리는 여인의 멜로드라마. 역시 오주의 작품. 14일 하오 7시30분. 사일런트 무비 극장(323-655-2510).
아름다운 상속녀와 집요한 기자
‘사랑은 뉴스’ (Love Is News·1937)
아름다운 상속녀(로레타 영)가 자기를 집요하게 추적, 취재하는 젊은 기자(타이론 파워)에게 역공의 한 수단으로 이 기자와 결혼한다고 발표한다. 유명세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겠다는 의도였으나 둘은 진짜 사랑하게 된다. 단 아메치가 파워의 편집국장으로 나온다.
‘조로의 마크’ (The Mark of Zorro·1940)
1820년 캘리포니아. 조국 스페인에 갔다가 고향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젊은 미남 돈 디에고(타이론 파워)는 자기가 없는 새 아버지가 총사령관직에서 축출 당한 것을 발견한다. 새 총사령관돈 루이스는 주민들의 고혈을 빨아 먹는 독재자. 이에 돈 디에고는 낮에는 건달처럼 지내다 밤이 되면 가면을 쓴 검객이 되어 돈 루이스의 재물을 빼앗아 빈자들에게 돌려준다. 파워와 그의 적 바질 래스본의 칼싸움이 멋있다. 16일 하오 6시30분. 이집션 극장(6712 할리웃) 동시상영.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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