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쟁 후 극심한 경제적 사회적 혼란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불법행위 및 탈세, 그리고 부패한 정치적 관행 등이 뒤섞여 커다란 지하 경제가 형성되어왔다. 이러한 국가사회전반의 총체적 부패와 타락으로 ROTC(Republic of Total Corruption)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한다.
이들은 재산의 위법한 거래와 자금 출처를 숨기고 합법적인 자산인 것처럼 위장하는 과정, 즉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을 꾸준히 광범위하게 자행해왔다. 그러나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제화가 이루어지면서 1988년에 제정된 UN의 ‘자금세탁방지협약’에 100여 개국과 같이 서명함으로써 자금세탁방지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의 근본적인 척결 필요성 때문에 19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1994년에 터진 전직 대통령의 거액 비자금 사건 등으로 자금 세탁 방지제도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리고 꾸준히 진행되어온 외환자유화 조치 시행 등으로 재산 해외도피와 국제환치기 등의 외환 사범들에 대책이 시급하게 되어, 드디어 2001년 9월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약칭 특정금융거래 보고법)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범죄수익 규제법)이 제정 공포 되고, 집행기관으로 금융정보분석원(Korea Financial Intelligence Unit)이 11월28일 출범했다.
자금세탁방지제도의 국제적 기준으로 반드시 포함되어야 중대범죄로는 범죄단체 조직 및 폭력단체 가담, 테러자금 지원을 포함한 테러행위, 인신매매 및 불법 밀입국, 아동 성매매를 포함한 성매매,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 불법 매매, 불법무기 밀매, 장물 등의 불법매매, 부패 및 뇌물 수수, 사기, 화폐위조, 상품 복제 및 저작권 침해, 환경 범죄, 살인 및 중상해, 납치·불법감금 및 인질, 강도 및 절도, 밀수, 강요, 위조, 해적, 내부자 거래 및 시장 조작 등이 있다.
미국은 테러, 마약, 위조지폐, 탈세관련 범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한국은 재산도피, 환치기, 마약, 매춘, 탈세 등에 주력하고 있어 각국의 이해관계와 사정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작년(2007년 11월)에는 특정금융거래 보고법을 개정하여 외국환 거래뿐만 아니라 원화 거래를 이용한 탈세 목적으로 재산의 취득, 처분 사실을 가장하거나 은닉하는 행위도 자금세탁의 범위에 포한시켜 확대했다.
자금세탁 혐의 거래 보고 기준금액을 미화 1만 불, 원화 거래는 5,000만 원으로 규정했으나, 2004년 1월 원화의 기준금액을 2,000만 원으로 하향조정하여 더 엄밀하게 했다. 그리고 고액 현금거래보고 및 고객 확인제도를 도입하여 금융기관의 투명성을 보다 엄격히 적용시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금세탁의 규모는 3조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Financial Times 는 세계 GDP의 2% 수준으로, IMF는 세계 GDP의 2~5%로 추정하고 있다.
자금세탁은 사회경제를 오염시키고 경제의 흐름을 왜곡시킬뿐더러, 9.11 테러 후에는 대 테러전쟁의 핵심으로 떠올라 테러 세력의 자금 봉쇄 수단으로 강력한 효과를 내고 있어서, 전 세계적인 국가들의 협력체제와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도 이와 같은 세계적 노력에 동참하며 경제의 투명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금세탁 방지제도 운영과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핸드폰(CP)를 5대 이상 갖고 있는 개인들이 5만 명 이상이나 되고, 작년에 해외 도박에 나가서 쓰고 잃은 돈이 10억불이나 되고, 중국동포들이 무역업체를 이용한 환치기 조직이 10억불이나 거래했고, 중국게임 머니를 국내에서 환치기 한 것이 4,000만 불이나 되고, 최근 달러가 폭등하자 5억불 이상 환투기 한 사람들이 90여명이나 적발됐는데, 한사람은 1억불의 달러를 사재기도 했다. 이와 같이 아직도 한국은 꾼들과 도깨비들이 활거하고 있는 세상이다.
이제 한미 FTA와 무비자 시대의 문이 열리면 고질적인 재산 해외도피, 환치기, 횡령도주범 등이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 시킬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자금세탁은 이제 전문꾼들도 힘들어지는 금융 시스템이 국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단념하고 좀 불편하더라고 원칙대로 편안히 살아가길 부탁드린다.

김제이
공인회계사(한국,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