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기자 투표에서 접전예상 깨고 압도적 1위
1위표 23장 등 137점 얻어…브랜던 웹은 73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우완 선발투수 팀 린시컴(본명 티모시 르로이 린시컴)은 젊다. 1984년 6월15일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벨뷰 태생이다. 나이만큼 젊은 게 아니라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 살결은 유난히 뽀얗다. 얼굴 생김새는 영락없이 사춘기 청소년이다. 덕아웃에서 오른쪽 살짝덫니를 드러내고 웃으며 팀동료들(주로 선배들)과 장난을 치는 장면이 TV화면에 잡힐 때면 꾸러기 소년의 모습 그대로다. 우람한 거구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 야구판에 몸담고 있는지라 그의 체격(5피트11인치/170파운드)은 한결 여려 보인다.
메이저 마운드를 누빈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마이너 마운드를 오르내리던 워싱턴 칼리지 졸업생 린시컴이 자이언츠의 부름을 받은 것은 2007년 5월이었다. 정규시즌이 시작된지 한달쯤 지난 뒤였다. 이후 두시즌이 지나면서 수없이 익혀진 얼굴임에도 소년티를 어쩔 수 없는데 그 즈음의 린시컴은 오죽했을까. 자이언츠 홈구장 AT&T 팍의 안전요원들은 처음 나타난 애송이 린시컴을 뱃보이(bat boy)가 새로 왔나보다 여겼다고 한다. 다른 행동도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모양이다. 선발등판을 앞두고는 정크푸드로 배를 채우는가 하면 어깨보호를 위한 아이싱(icing)도 하지 않는다. 올해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선에서 겨우 몇천달러 웃도는 40만5,000달러다.
마운드의 린시컴은 괴물투수다. 작년 봄 땜빵으로 메이저에 승격됐다 그대로 눌러앉은 것부터가 그의 범상찮은 싹을 말한다. 24게임에서 146.1이닝을 소화하며 7승5패(방어율 4.00)를 기록한 린시컴은 올해 극성스럽게 잘 던졌다. 홈런왕 배리 본즈가 떠나고 특급좌완 배리 지토가 완행좌완으로 격하된 듯 부진한 가운데 린시컴의 승승장구 피칭돌풍은 더욱 돋보였다. 34게임(그중 33게임 선발등판)에서 227이닝을 소화하며 18승5패를 거뒀다. 방어율은 2.62. 완봉승 1차례를 포함해 완투승이 2차례였다. 182안타(11홈런 포함)와 84볼넷을 내주고 72점을 잃었다. 그중 66점이 자책점이다. 그 사이에 삼진을 무려 265차례나 낚았다.
양대리그를 통틀어 탈삼진 1위, 내셔널리그 승율(78.3%) 1위, 내셔널리그 다승 및 방어율 2위, 피칭이닝 3위. 쉼없이 정확하게 꽂아넣는 시속 97마일 안팎 패스트볼과 행선을 종잡을 수 없는 체인지업으로, 이 애송이 투수는 백전노장 타자들을 수도 없이 농락하며 올해 이처럼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그에게 2008년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Cy Young Award)이 주어졌다. 메이저리그 초기의 전설적 투수 사이 영을 기려 만든 이 상은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에서 한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투수에게 주는 상이다. 선정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투표 결과 린시컴은 1위표 32장 가운데 23장을 휩쓸고 2위표 7장, 3위표 1장을 보태 총 137점으로 강력한 라이벌 브랜던 웹(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을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로 누르고 수위를 차지했다. 2006년 NL 사이 영 상 수상자 웹은 올해 22승7패(방어율 3.30)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지만 린시컴 돌풍에 밀려 73점(1위표 4장, 2위표 15장, 3위표 8장)으로 작년에 이어 연속 2위에 머물렀다.
3위는 요한 샌타나(뉴욕 메츠, 55점)가 차지했다. 올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세이브성공율 100%를 기록한 월드시리즈 챔프군단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마무리 브랫 리지는 구원투수라는 약점 때문인지 10점으로 4위에 그쳤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있다 올스타 브레익 직전 밀워키 브루어스로 옮긴 CC 사바티아(9점)는 리그를 옮긴 탓에 더 많은 점수를 얻기가 어려웠고, 시카고 컵스의 라이언 뎀스터는 4점으로 5위에 랭크됐다.
린시컴의 영광은 자이언츠 투수로는 1967년 마이크 매코믹에 이어 2번째다. 데뷔 2년차에 사이 영 상을 탄 것은 1985년 드와잇 구든(NL 뉴욕 메츠)과 브렛 세이버하겐(AL 캔사스시티 로열스)에 이어 23년만이다. 린시컴은 수상은 또 올해 처음 올스타에 선발됐다가 올스타전 직전 배탈이 나는 바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양키스테디엄에서의 올스타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기도 하다. 양키스테디엄은 올해 정규시즌을 끝으로 폐쇄되고 양키스는 내년부터 새 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
웹과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압승을 거둔 투표결과에 대해 린시컴은 정말 놀랍다. 훨씬 더 근소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자이언츠의 브라이언 사빈 단장도 오바마식 압승이라고 놀라워했다. 팀동료들의 린시컴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놀라웠다. 고참 중견수 애런 로왠드는 정규시즌이 종반으로 접어들며 서서히 사이 영 상 후보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누가 뭐래도 올해 사이 영 상은 린시컴에서 시작해 린시컴으로 끝나야 한다고 귀염둥이 후배의 돌풍피칭을 상찬했고, 고참 포수 벤지 몰리나는 시즌이 끝난 뒤 린시컴의 사인을 받아놓을 정도였다. 자이언츠의 마무리전문 브라이언 윌슨은 그는 최고의 패스트볼, 최고의 체인지업, 최고의 커브볼을 구사한다고 칭찬했다.
린시컴이 자이언츠에서 얻은 별명은 ‘프랜차이즈(Franchise)’다. 군말이 필요없이 자이언츠의 아이콘 탄생을 이르는 말이다. 그는 별명값을 했다. 그는 지금 내년에도 풍년피칭을 위해 몸과 정신을 추스르고 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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