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선발복귀 일념으로 정처물색
백차승, 파드레스의 붙박이선발 확실
추신수, 인디언스의 주전우익수 굳혀
메이저리그 야구는 봄에 시작해 가을에 끝난다. 정규시즌만 6개월에 포스트시즌 보너스 1개월이 더해진다. 도합 7개월 드라마는 월드시리즈 챔피언 탄생과 함께 막을 내린다. 올해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왕중왕으로 올려놓고 필드의 야구는 걷혔다.
모든 것의 끝은 아니다. 스토브시즌이 있다. 겨울철 트레이드 시즌이다. 가을의 클래식 뒤 겨울동안 각 구단관계자들과 선수(및 에이전트)들이 난롯가에서 불을 쬐며 흥정을 하곤 했던 풍경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한마디로 짝짓기 시즌이다. 정규시즌 도중 트레이드도 있지만 역시 겨울철 짝짓기가 제격이다.
그렇다고 짝짓기에 해당되는 선수들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아니다. 누가 들어오고 누가 나가느냐에 따라 팀간 세력판도도 출렁이지만 팀내 주전경쟁 등도 영향을 받는다. 거의 모든 선수들이 스토브시즌 흥정과 거래에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올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던 코리안 3인방, 박찬호(LA 다저스)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백차승(샌디에고 파드레스)은 어떻게 될까. 팀 잔류여부를 기준으로 말하면 박찬호는 유동적이고, 추신수와 백차승은 변동이 없다. 따라서 박찬호의 경우 다저스를 떠나느냐 마느냐, 떠난다면 얼마를 받고 어디로 갈 것인지, 추신수와 백차승은 선수이동에 따른 팀내위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코리안 야구팬들의 주된 관심사다. ◆박찬호(LA 다저스), 부활피칭 업고 선발복귀 의욕 :
박찬호의 2008년은 성공적 부활의 시즌이었다. 총 54게임(선발등판 5회 포함)에서 95.1이닝을 소화하며 4승4패 2세이브5홀드를 기록했다. 방어율은 3.40이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특히 지난해까지 2,3년동안 선수생명이 다했다 싶을 정도로 부진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부활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부활피칭의 절기별 퀄러티다. 박찬호는 8월까지는 아주 좋았다. 정규시즌 마지막 달인 9월에는 부진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잘했다고 볼 수 없다. 평소에 잘하다가 결정적 승부처에서 약하다는 인상을 씻어내지 못한 것이 큰 흠으로 남았다. 그가 세이브기회를 날려버린 것(3차례)이 거의 다 중대고비에서 나왔다. 이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자유의 몸(프리에이전트, FA)이 된 몸값을 결정하는 주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이런저런 언론매체, 특히 한국언론에 따르면 내일을 향한 박찬호의 눈은 대우나 팀성적보다 붙박이 선발투수 자리를 보장해주는 곳을 겨냥하는 것 같다.
최근 한국을 방문중 가진 인터뷰에서도 그는 오는 15일 이후 모든 구단과 협상을 시작할 것이며, 시즌 내내 선발투수 자리를 보장하는 팀이 우선 협상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한국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그는 정규시즌 도중에도 직간접으로 선발복귀 희망을 피력하곤 했다. 한동안 그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행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인디언스는 올해 막판에 맹활약을 펼친 추신수(외야수)가 있는 팀이다. 최근에는 다저스가 박찬호에게 선발투수 전환을 전제로 계약을 시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느 것 하나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박찬호는 다저스의 의중에 대해 다저스는 언제든지 거액의 선발투수를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이라며 크게 미덥지도 연연하지도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충남 공주 태생, 나이 서른 다섯. 키 6피트2인치, 몸무게 212파운드. 하마터면 선수커리어가 끊어질 뻔했다가 절치부심 부활의 날개를 편 메이저리그 15년 베테랑 박찬호(선발 280게임 포함해 총378게임에서 1,846이닝을 소화하며 117승92패 방어율 4.34)는 다저스에 남을 것인가. 떠난다면 얼마에 어디로 갈 것인가. 선발투수 전환은 확실한 것인가. 이 모든 궁금증을 둘러싸고 온갖 설이 난무한 가운데 그것을 풀어줄 시간은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다.
◆백차승(샌디에도 파드레스), 붙박이 선발 뿌리내리기 :
1980년 5월29일 부산 태생. 연봉 39만2,500달러. 스물 여덟살의 듬직한 우완투수 백차승(6피트4인치/225파운드)은 올해 전반기 도중 새 정처를 찾아 미 서해안 북단에서 남단까지 이동했다. 2004년 데뷔 시즌부터 몸담았던 시애틀 매리너스를 떠나 샌디에고 파드레스로 이적한 것이다. 매리너스에서는 10경기(그중 선발 1회)에 나서 1패만 기록했다. 파드레스에 가서야 전업 선발투수가 됐다. 그곳에서는 22경기(선발 20회)에서 6승9패를 기록했다. 도합 6승10패, 방어율 4.79다. 파드레스는 내셔널리그 웨스트 디비전 5팀 중 꼴찌를 했다. 매리너스는 아메리칸리그 웨스트 디비전 4팀 중 꼴찌를 했다. 꼴찌팀에서 꼴찌팀으로 옮긴데다 그의 기록도 겉으로는 그리 알차 보이지 않는다.
숫자는 대개 정직하다. 그러나 가끔은 거짓말을 한다. 어쩌면 백차승의 기록이 그렇다. 높은 방어율 때문에 타선의 뒷받침이 낮았다고 할 수만은 없지만, 기록에 의존하지 않고 백차승의 경기를 실제로 뜯어본 전문가들은 그가 기록보다 잘 던졌다고 말한다. 특히 연속되는 위기에도 당황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침착하게 유지하고,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등이 갈수록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백차승에 대한 구단측의 신뢰도 괜찮은 것 같다. 케빈 타워스 단장이 최근 샌디에고 유니언 트리뷴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에이스 제이크) 피비가 나가더라도 우리에겐 크리스 영과 백차승이 있다. 그리고 젊은 야수들도 성장하고 있다. 타워스 단장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백차승의 이름을 거론하며 향후 마운드운용 청사진을 밝혔다.
그동안 파드레스 선발마운드의 대들보 구실을 했던 피비의 이적은 거의 기정사실이다. 이번 겨울시장에 피비만한 투수가 별로 없고 있다 하더라도 바닥을 헤매는 파드레스행을 염두에 둘 피비급 투수는 없을 것이며, 더욱이 파드레스가 그만한 투자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제5선발 백차승의 순위 앞당김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 후반 고교졸업 후 매리너스의 마이너리그팀으로 직행, 차근차근 내공을 키워온 백차승으로선 약체 파드레스에 몸담은 덕분에 확실하게 선발마운드를 지키며 해뜰날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원조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그토록 바라는 붙박이 선발투수다.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주전 외야수 굳히기 :
추신수가 만일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등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 야구팀이 속했더라면 적어도 한인사회에서는 훨씬 더 사랑과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그의 2008년은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커밍아웃 시즌이었다. 그만큼 잘했다.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첫선을 보인 뒤 클리블랜드 인디어스로(2006년) 다시 매리너스로(06시즌 도중) 두 번째 인디언스로(07시즌부터) 간 추신수는 올해 94게임에 출장해 317타수 98안타(14홈런) 68득점 66타점 44볼넷 78삼진 4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은 3할9리다.
초반에는 주로 교체요원으로 출전했으나 후반기에는 거의 주전 우익수처럼 활약했다. 인디언스의 포스트시즌 진출가망이 사라진 뒤 입맛 잃은 인디언스 팬들에게 새싹우익수 추신수(26세, 부산 출신, 연봉 39만400달러)의 출현은 별미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현지 언론은 물론 ESPN 등 전국구 언론들도 추신수의 활약상을 여러번 전했다.
내년부터 주전 우익수를 노리는 그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보도다. ESPN 등에 따르면, 인디언스는 캔사스시티 로열스의 3루수 마크 티헨을 영입하기 위해 벤 프랜시스코와 프랭클린 구티에레스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놨다. 이들은 모두 외야수들로 추신수의 현실적 잠재적 경쟁자들이다. 인디언스는 또 외야수 유망주 맷 라포타를 1루수로 전향시키는 문제를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 역시 추신수의 전도를 밝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추신수의 미래가 타인들의 움직임에 전적으로 매여있는 건 아니다. 실력상 이미 붙박이 외야수 자리에 가까이 다가섰다. 앞서의 기록뿐 아니라 최근 나온 통계전문 비욘드 더 박스스코어 닷컴(beyondtheboxscore.com) 발표 포지션별 랭킹에서도 확인된다. 공격 수비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해 발표하는 이 랭킹에서 추신수는 양대리그 30개팀을 통틀어 우익수 부문 10위에 올랐다. 인디언스 우익수로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인디언스로서는 당장 연봉이 낮아 부담도 적고 몇년 잘 키우면 그냥 붙들고 있어도 알짜 트레이드 시장에 내놔도 알짜가 될 추신수를 중용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추신수에겐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렸다. 기회를 살리는 건 추신수의 몫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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