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교육가)
미국은 거대한 실험실이다. 미국은 광활한 실험지역이다. 알록달록한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모여들어도 하나의 이념을 가진 국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이것이 건국 이래 미국이 가지고 있는 실험이 아닌가. 그래서 지속적으로 세계의 관심거리가 되는 미국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일은 본인이 체험해 보아야 다른 사람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 그리고 한국도 외국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차차 미국을 이해하는 것 같다. 터키인이 많다는 독일, 아프리카 흑인이 많다는 프랑스, 동남 아시아인이 많아지는 한국 등에서 미국의 어려움을 전보다 좀 더 알게 된 것 같다. 간접 실험의 결과이다.2008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실험이어서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에
과연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입후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미국사회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 결과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미국은 이번에 두 가지 점에서 자랑스러움을 안게 되었다. 그 첫째는 누구나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케냐 국내에는 희색을 띤 얼굴들이 꽉 찼다. 그들의 말은 ‘우리 케냐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 무척 기쁘다’.
인도네시아는 어떤가. 어렸을 때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를 상기하는 듯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기에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도 반갑고 기쁜 얼굴이었다. 오바마가 이렇게 엄청난 꿈을 꿀 수 있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생활 환경은 미국이었다.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하나씩 실현되는 과정이다. 미국은 건국 232년 밖에 안 되는 나라의 연한 체질이 새싹들을 보호하고 계발하는 토양이 되어 모든 사람의 꿈을 꾸준히 키워주고 있다.
둘째는 사회의 성숙도를 자랑할만 하다. 50년대 말 60년대의 미국 남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필자는 흑인이 차별대우를 받던 모습을 기억한다. 버스 대합실은 흑백 전용이 따로 있었고, 버스 앞자리는 백인이, 뒷자리는 흑인이 차지하였었다. 대학 내의 일꾼은 흑인, 학생은 백인이었다. 현재의 미국은 진보·변화를 겪어서 딴 세상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통령까지 흑인을 선출할 수 있을까. 이것은 미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의문이었다. 즉 미국사회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큰 실험이었다. 여기에 미국은 당당히 성공하였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미국의 성숙도가 세계적인 시험에 합격한 것을 뜻한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미국내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함께 살아나가는 방법을 학습한 결과라고 본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삶의 지혜를 익혀나간 것이다. 삶의 지혜는 민족적인 것, 경제적인 것, 학식의 유무를 초월한 인간적인 것임을 깨닫게 한다. 이것이 바로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요즈음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녀나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하기 좋은 기회이다. 그들 마음에 어떤 상념이 오고 가는지 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말하도록 어른들이 유도하는 것이다. 이 기회에 그들의 의견에 대한 어른의 생각도 알려주는 것이다.
다만 삼가야 할 것은 ‘그러니까 너도 대통령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만의 삶이 목적이 될 수 없고, 대통령은 4년마다 한 명만 필요하니까.삶의 목적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는 제각기 다른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세상을 이룬다. 여기서 강조할 것은 대통령을 목적 삼으라는 것이 아니고, 꿈을 향한 오바마의 노력을 알리는 것이다. 미국은 이처럼 본인의 노력에 따라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천지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미국이 어느 한 민족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나라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후 시카고 그랜트 팍에서 있었던 아름다운 행사를 어린이들과 함께 보고 싶었다. 처음에 매케인의 패배 시인이 있었고, 그는 오바마를 돕겠다고 말하였다. 오바마 당선자는 매케인을 칭찬하였고 수락 연설에서 ‘미국에서 모든 일이 가능한 지, 미국의 꿈
이 지금도 살아있는 지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바로 그 답변이다’라고 말하였다. 미국은 미국이다. 미국은 나날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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