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나 그리워하던 환호인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되면서 필자의 입에서 나온 환호성이다.
미국이 인종차별국가가 아니라는 모습을 미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공표하게 되었다. 피부색깔이 사회진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되는 길도 막지 못했음을 천명한다. 자기 자신이 백인이 아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 생각을 고쳐야할 것이다.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미국사회가 그런 것이 아니고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야할 것이다.
흑인을 노예로 부리던 역사적 사실 때문에, 그리고 중국인의 이민을 법으로 금지(Chinese exclusion act)한 적이 있는 치욕스러운 과거 때문에 오늘날에도 그러한 시각으로 미국을 보는 이의 심경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미국은 전 세계가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의 인종에 대한 시각이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역경을 거쳐야 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민권운동가의 희생적 투쟁과 케네디 행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로 1964년에 드디어 민권법(Civil Rights Act of 1964)을 창출해냈다. 이 법은 식당, 호텔 등 공공장소에서 유색인종을 거부하는 행위를 불법화했다. 1960년까지만 해도 “흑인과 개는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간판을 버젓이 걸어놓고 영업을 한 식당과 호텔이 있었음은 오늘날의 시각으로서는 믿어지지 않는다. 공중화장실도 흑인용과 백인용이 구분되어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으며, 버스 안에서도 흑인은 뒷좌석만을 이용했어야하던 시대가 불과 50여 년 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보다 수년 전 1955년에 내려진 ‘Brown v. Board of Education’의 대법원 판례는 위의 민권법이 오고 있음을 예시한 시대적 흐름이었다고 본다. 그 때까지만 해도 백인 아동은 백인 학교에, 흑인 아동은 흑인 학교에 다니던 것을 대법원의 명령에 따라 공권력을 동원해서 흑인 아동의 일부를 백인 학교에, 백인 아동의 일부를 흑인 학교에 강제로 등교시켰다. 학부형들의 극렬한 반대에 대처해서 주 정부는 예비군을 동원했어야 했다. 본 판례는 흑백 아동이 함께 뛰어놀고 공부할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다.
1955년 이후에 흑백 통합학교를 거쳐서 자라온 사람들은 타 인종에 대한 인종적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약 60세 이하의 미국인은 오바마의 피부색깔 때문에 그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이민 1세가 피부색깔에 대한 이질감 또는 증오심을 갖는다. 그들은 타 인종과 더불어 생활한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 가꾸어진 피조물(Product)이기 때문이다. “Human being is the product of how he was brought up.”
브라운 사건을 설명하기위해서는 프레시 사건(Plessy v. Ferguson, 1896)을 설명해야한다. 프레시라는 흑인 기차승객이 백인 전용칸으로부터 추방당한 계기로 시작된 사건으로서 모든 사람은 법의 동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에 근거한 사건이었다. 그 당시의 대법원은 원고 프레시의 패소판결을 확인했다. 판결의 요지는 “흑인 승객을 분리해서 수용했다 하더라도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차별적 대우라고 볼 수 없다”는 “Separate, but equal”의 판례를 남겼다. 1955년의 브라운 판례에서는 분리(Separate) 자체가 차별이라는 해석과 함께 프레시 판례를 뒤집었다. 미국역사상 인종을 통합하는데 기여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미국은 WASP의 나라라고 했다. 아마도 건국 초기에 나온 말일 것이다. 미국은 White, Angelo Saxon, Protestant의 나라라는 말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번에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오래 전에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1960년 케네디가 가톨릭 신자로서, 그리고 앵글로 색슨이 아닌 아일랜드 후손으로서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그리고 흑인 와일더가 1990년에 버지니아 주지사로 당선됨으로써 WASP 이론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었다. 이번에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WASP 이론은 확실하게 추방됐을 것으로 믿는다. 이 나라는 모든 인종을 포함한 전 국민의 미국임을 증명했다.
“미국은 색맹이다.” 온 세계는 미국을 부러워할 것이다. 온 세계가 우리를 부러워할 것이다.
ㅈ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