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흘 있으면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대통령 및 기타 선거가 막을 내린다. 이미 매스 미디어는 거의 한결같이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수 270을 껑충 뛰어넘는 333표 이상으로 압승할 것 같이 예측보도하고 있어 투표도 있기 전에 대관식을 서두르는 꼴이라고 존 매케인 쪽의 비난을 사고 있다.
여론조사원들에게는 인종편견이 없는 것처럼 흑인을 지지한다고 했다가 정작 투표실에 들어가서는 백인에게 표를 던지는 백인들 사이의 소위 브래들리 현상이 대거 나타나기라고 하기 전에는 1948년 대선에서 ‘듀이 당선’이라는 시카고 트리뷴의 제1면을 보이면서 파안대소하던 트루먼 대통령의 모습을 매케인이 재연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하기는 그 신문조차 그 신문의 역사상 최초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사설로 지지하지 않았던가.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는 보수층만이 아니라 대선 때마다 이편저편도 아니라서 사람을 보고 표를 던졌던 중간입장의 유권자들에게 몹시도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만 선출하는 게 아니라 435명의 하원의원 전부에 대한 선거와 상원의원 100 중 3분의 1에 해당되는 수의 선거도 동시에 진행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여성 칼럼니스트 캐슬린 터너의 최근 칼럼이 중간입장으로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고민을 잘 그리고 있다.
밤에 친구 하나가 전화를 걸어 조기투표 용지에 기입하면서 연방, 주, 그리고 카운티 정부의 모든 후보들에게는 표시를 했지만 대통령·부통령 난만은 남겨두었단다. “정말 정할 수 없는 거야. 새라 페일린이 밉거든. 날 좀 도와주라.” 터너는 이렇게 답했다는 것이다. 전쟁, 세금, 의료보험 등 정책 문제의 목록을 만들고 또 구체적인 정책이 아닌 목록(인종 등등)도 만들어 1로부터 5점을 매긴 다음 계산기로 계산해보라는 권고였다. 그런데 만약 인종문제가 아주 중요하다면 투표용지를 찢어버리라고 하면서 점수에 있어서 매케인이 앞서면 그가 자기 어머니의 장수 유전인자를 유전 받았기를 기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만약 오바마를 찍게 되면 나머지들은 모조리 공화당 후보들을 찍으라는 권고를 친구에게 했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상·하 양원이 지금도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반 부시 정서 때문에 민주당이 압도족인 다수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명언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진리이다. 또 공화건 민주건 두 당 다 똑같이 부패될 수 있다는 사실도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특히 민주당이 상원에서 60석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의사진행방해 장광설(filibuster)로 여당의 전횡을 막는 안전장치가 허물어져 일당독주가 가능해지는 것이 우려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60명 이상의 상원의원들이 똘똘 뭉치면 연방 판사의 인준을 방해하는 야당의 입장도 무시될 수 있다. 오바마가 (연방)판사들의 임용기준으로 “가난하거나, 아프리칸 아메리칸이거나, ‘게이’거나, 지체불구자거나, 노령층”에 감정이입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해온 것으로 보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사람들의 사회계층에 대한 중립을 표방해온 연방 사법부의 면모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도대체 기독교인이라는 오바마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그리는 말끝마다 “straight or gay(정상 성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나 동성애를 하는 사람들이나)”를 언급할 정도로 미국사회는 남자가 남자끼리의 성행위 내지 성폭행으로 가증할 정도로 악해져서 하나님께로부터 멸망당한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시킬 정도의 세상이 되었다. 우리 이웃에도 “Civil marriage is civil right”이라는 팻말이 잔디밭에 세워져 있는 집이 둘이나 있다. 한 집은 두 남자 중 하나가 ‘부인’이고, 또 한 집은 두 여자 중 하나가 ‘남편’인 집인 모양이다. “민사상의 결혼은 인권”이라는 말이 얼마나 그럴듯하게 들리나.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창조하신 신체의 여러 부위를 성도착 행위의 도구로 남용하는 자들의 궤변적 미사여구일 뿐이다. 나로서야 선거에 참여해본 적이 없는 만년 중립객이지만 민주당 쪽이 너무나 게이를 들먹이는 게 못마땅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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