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만 건축 설계사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건물 안으로 스며들어오기 시작한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며 창문을 활짝 열던 시기를 뒤로 하고, 방안의 온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창문을 닫는 계절이 왔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의 월동준비가 생각난다. 겨울에 창문 틈으로 틈새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비닐종이를 창문 주변에 막고 대청마루 한복판에 연탄난로를 설치하고 나면 겨울을 지낼 준비가 되곤 하였다.요즈음같이 기름 값이 비싼 때에는 겨울철을 위한 난방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난방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생각하게 되었다. 기름 값이 오르며 기름이 국제 정치의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한 70년대부터 건물에서의 에너지 절약을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하였고, 에너지 절약형 건물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하였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개념을 건축에 도입하고자 하면 무엇을 하여야 할까. 우선 건물의 방향이 고려되어야 한다. 예로부터 남향집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겨울철에 낮은 고도의 태양빛이 남향 창문을 통하여 방안 깊숙이 들어오기 때문에 태양빛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길다. 자연적인 태양에너지를 난방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태양에너지로 난방을 완전히 충당할 수는 없지만 무공해 자연적 에너지를 집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겨울철에 남향 창문은 태양에너지를 받아들임으로 방을 따뜻하게 해주지만, 반면 북향 창문은 방안의 에너지를 유리창을 통해 잃어버리기 때문에 난방 부하를 크게 하는 꼴이 된다. 즉 남향창은 태양에너지를 받아들여 난방 부하를 적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북향창은 받아들이는 태양에너지가 없는 반면, 유리창을 통해 열손실이 이루어지므로 난방부하를 올리게 된다.

난방 부하가 올라간다는 말은 실내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난방비가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겨울철의 실외 온도가 낮아지면, 실외온도와 실내 쾌적 온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난방 부하가 올라간다. 난방을 위한 실내 공간이 넓을수록 이것도 난방 부하를 올리는 요소가 된다. 난방을 위한 공간의 부피가 커지기 때문이다. 건물의 외벽이 단열효과가 없으면 벽을 통하여 열손실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난방부하가 올라간다.예전에 에너지 절약의 개념이 없을 때에는 건물의 외벽이나 지붕에 단열재를 설치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건물의 외벽이나 지붕에 단열재를 설치하는 것이 규정화되어 있으며, 반드시 설치하게 되어있다.

가정집의 경우, 지붕에는 단열재료 기준 R-19 이상을 설치해야 하며, 외벽에는 단열재료기준 R-13 이상을 사용하여야 한다. R 숫자가 클수록 단열효과가 크다. 단열재료를 쓰는 것은 건물의 외벽과 지붕의 단열효과를 높여서 에너지의 손실을 막기 위함이며 모양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흔히 가정용으로 쓰이는 BATT INSULATION은 솜같이 생긴 것으로 나무 프레임 사이에 고정시킨다. 종이나 알루미늄이 한쪽에 부착되어 있으며 설치가 용
이하다. 스티로폼과 같이 판넬 모양으로 나오는 것이 있으며 주로 상용건물이 쓰인다. 필요한 크기로 잘라서 쓸 수가 있으며, 두께에 따라서 단열효과가 다르다.

외벽의 한 요소로 창문을 빼놓을 수가 없으며, 창문의 유리를 통하여 많은 열손실이 이루어진다. 오래된 건물의 유리창은 한 겹으로 되어있으나 요즈음 유리창은 두 겹 이상으로 되어 있으며, 유리 자체로 단열효과가 있는 유리를 사용하고 있다. 유리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열손실 못지않게 큰 것이 창문 틈새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열손실과 찬바람의 침입이다. 창문을 공사현장에서 만들어서 설치하는 경우에는 특히 틈새바람이 문제가 된다. 요즘에는 대부분 창문을 주문 제작하여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현장에서 설치하는 것이 보편적이나, 예전에는 이러한 제작 시스템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현장에서 크기에 맞추어 창문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장에서 만들 경우에는 전문적인 기술이 떨어지고, 정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창문 사이의 틈새가 많이 보이곤 하였다. 창문의 종류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Double Hung 창문은 아래위로 열고 닫으므로 틈새가 적고 견고하다. 반면에 Sliding 창문은 양 옆으로 열고 닫으므로 창문 틈새가 느슨하고 외기의 침입이 많다. 창문과 창틀의 재료도 에너지 효율성과 관련이 있다. 가정용으로 많이 쓰이는 나무 제품이나 플라스틱제품은 단열성이 우수하다. 반면에 알루미늄 등의 금속재료는 단열성이 약하므로 창문틀을 통하여 손실되는 열량이 크다. 알루미늄 창틀의 경우 실내, 실외의 온도 차이가 크면, 온도가 높은 쪽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있다. 단열성이 약하기 때문에, 재료를 통하여 열이 전달되고 열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창문을 선택할 때에도 재료, 스타일 등을 고려하여야 하며, 유리자체의 단열성도 고려하여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물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장기적인 차원에서 난방비를 절약하는 방법이 된다.
집의 구조에 따라 각방의 사용시간이 다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1층에 있는 리빙룸, 부엌, 식당 등은 주로 낮에 사용하며, 2층에 있는 침실들은 밤에 사용하게 된다. 건물의 냉방 난방을 필요한 공간에 따라 시간별로 조절할 수가 있으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가 있다.

즉 공간의 용도와 사용 시간대에 맞추어 조닝을 나누고, 그에 맞춰 냉방, 난방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Z조닝에 맞추어 시설을 분리 설치하게 되면, 초기 공사비가 더 들어갈 수가 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서 공사비와 냉방, 난방비를 고려하면, 에너지 절약 및 비용절감이 된다. 건물의 시설공사 못지않게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숙지하여 불필요한 냉방, 난방을 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