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뛰어넘는 자원봉사 활동
2세들을 위한 훌륭한 자극제
오늘은 모처럼 오렌지카운티의 한 아담한 호텔에 집사람과 함께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필자가 졸업한 신학교는 졸업한 후에도 가끔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데 3박4일로 신학교의 교수를 강사로 모시고 목회현장에서 수고하고 있는 졸업생들을 한 번에 20-30명씩 모아 푹 쉬고 잘 먹고 또 새롭게 재무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으로 3번째 이런 수양회에 참여하는 것인데, 첫 번째는 졸업생 중 미국 내의 아시안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들을 모아서 세미나를 할 때 왔었고, 두 번째는 한창 영적 성장(spiritual formation)이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이 방면에 권위가 있는 교수님을 모시고 하는 세미나에 왔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독교 교육학에 권위가 있는 마이클 안토니(Michael Anthony)라는 교수가 강사라고 해서 항상 어린아이들과 씨름을 하는 집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 해서 이렇게 참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첫날이라 각자 형편에 따라 도착하는 대로 호텔 양식집에서 삼삼오오로 아주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준비된 별방에 모여 격식없이 각자 자기를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후에 강사로 모신 안토니 교수의 자기소개와 향후 3일을 어떤 식으로 보내고 싶은가에 대해 소개받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기독교 교육학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수년간 목회현장에서 목회자로, 또 교수로, 저자로, 또 아빠이자 남편으로써 겪은 여러 가지의 일들에 대해 다양한 제목을 가지고 얘기하겠다고 한다. 마지막에 자기는 이 사흘 동안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우리와 함께 보낼 예정이니까 하시라도 또 어떤 토픽에 관한 일이라도 자기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라도 물으라는 말을 더하면서 말이다.
안토니 교수는 이제는 젊었을 때처럼 단기 선교팀을 데리고 아프리카 대륙을 누비고 다니거나 또 활발하게 저서활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은 신학교 교수로서 그리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활발히 사역하면서 이렇게 후배들을 위해서 열성을 다해 사역하고 있다.
옛날 일본 도쿄 근교에 있는 국제기독교대학 (International Christian University)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을 때 그 때 야스이라는 유명한 경제학교수가 동경대학에서 연령이 차서 은퇴를 한 후 그대로 노후를 즐기지 않고 은퇴연령이 공립학교보다 높은 그곳에 와서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청강해 본 적이 있다. 흰머리를 날리며 권위자답게 3시간 동안을 노트 한 장없이 경제학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주는데, 얼마나 박학하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강의를 잘 해주는지 시간가는지 모르고 열심히 들은 적이 있다. 이 안토니교수도 수 십 년간에 걸친 얘기들을 얼만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지 자못 기대가 된다.
이 같은 분들을 보면 나이를 먹는 것이 얼마나 멋있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성경에도 백발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면류관이라고 말했나 보다(잠언 16:31). 일할만치 일하고 이제는 노년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을 쌓아 놓았지만 개인의 평안과 영달보다는 그 무엇인가 후학들을 위해 아니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이렇게 많은 것을 쌓아놓은 분들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힘은 전반적으로 노인들이 무료하게 세월을 보내지 않고 병원이라던가 초등학교라던가 자원봉사자로서 봉사를 하는 아름다운 노인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지내다가 시부모의 병환으로 한동안 한국에 다녀온 분이 얘기하는데 요즘은 한국의 병원도 얼마나 시설도 잘 돼 있고 의사들도 기술이 좋은지 모르는데 한 가지 미국처럼 자원봉사자들이 없는 것이 참 불편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병원이나 도서관에서 머리가 하얀 분들이 친절하게 안내역을 맡아 해주는 것이 참 편하고 아름다운데 말이다.
단지 사회적 또는 지역적 자원봉사뿐 아니라 자녀교육도 그렇다. 필자도 할아버지의 덕을 톡톡히 본 사람 중 하나이지만 전쟁 후 부모가 모두 전쟁의 잔혹한 피해 속에서 살아남느라고 백분 수고하는 동안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구경도 시켜주시고 잘못하면 야단도 쳐주시고 또 시간이 있을 때마다 아직 네살도 안된 나를 옛날 서당에서 하듯이 무릎을 꿇어앉히시고 천자문을 가르쳐주신 것이 지금까지도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그렇게 말하자면 이런 할아버지들의 수고가 없었으면 금번 미국 대통령경선의 유력한 후보자 바락 오바마도 없었을 것이다.
아프리카 케냐라는 나라에서 온 가난한 유학생 아버지는 인종도 초월해서 낳은 아기를 버리고 본국의 처자에게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흑백의 담의 너무나도 높았던 그 때 그 따뜻한 백인 할아버지의 사랑이 그를 양육시켜 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부모도 못해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으로 성공한 사람은 바락 오바마뿐 아니라 전 대통령 클린턴도 있고 오늘날 최고의 부흥전도사라고 하는 리버사이드 하베스트 교회의 그렉 로리 목사도 있다.
자원봉사는 우리 자녀들이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크레딧을 쌓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시간과 여유가 있을 때 우리 지역사회를 위해 또는 후학들을 위해 또 더 크게는 우리가 속한 국가와 세계를 위해 누구라도 기꺼이 평생 쌓은 것들을 나누어 주는 것이어야 하겠다.
우리 한인 사이에도 이런 문화가 자리를 잡아서 저 먼 나라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이민 온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이 베풀어준 이 나라에 대해 보다 많이 베풀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정성과 사랑을 먹고 자란 아이들의 자연스럽게 우러러 나오는 봉사야 말로 자녀들의 대학입학에도 진정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한인타운 맥도널드마다 하루 종일 진을 치고 세월을 허송하는 한인 노인들의 자취가 사라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