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herine Hepburn 불꽃 같은 카리스마의 여배우 캐더린 헵번의 개성을 아주 잘 표현한 사진.(Cecil Beaton, 1935)
눈부신 여체의 향연 스칼렛 요한슨과 카이라 나이틀리를 완전히 발가벗겨 밝은 조명 아래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빛나는 살색의 곡선들이 황홀한 이 사진은 선정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미의 극치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Annie Leibovitz, 2005)
LA카운티 뮤지엄서 내일 개막
할리웃 스타서 최고 지성까지
랜스 암스트롱이 벌거벗은 채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아니면 탑모델 지젤 번천이 누드로 백마 타는 모습은?
이브닝가운 차림의 잭 니콜슨이 옥상에서 골프 연습하는 모습은 또 어떨까?
이런 모습들이 궁금하다면 LA카운티 뮤지엄에서 내일(10월26일)부터 내년 3월1일까지 열리는 특별기획전 ‘배니티 페어의 초상화: 사진들 1913~2008’(Vanity Fair Portraits: Photographs)을 관람하면 된다.
풍자적이요 모던하고 아방가르드적인 잡지 배니티 페어가 당대 최고의 사진작가들을 기용해 당대 최정상 인물들을 찍은 작품들의 사진전으로, 지난 한 세기를 기록한 역사이며 예술이다.
전성기 시절의 그레타 가르보로부터 현재의 탑스타인 니콜 키드만과 줄리아 로버츠에 이르기까지, 20세기를 풍미한 세계의 지성과 예술, 정치와 영화계의 인물들의 모습들이 흑백 혹은 컬러 사진으로 되살아나 모든 것이 혼란스런 오늘 예술세계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소피아 로렌, 카트린느 드뇌브, 메릴 스트립 등 전세계의 기라성 같은 여배우 10명을 클래식한 분위기로 찍은 대형 그룹 사진이 정면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그 오른 편으론 여배우 줄리안 모어가 앵그르의 18세기 명화 ‘그랑드 오달리스크’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한 포즈로 찍은 사진이 있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철의 여인’ 이미지를 벗어난 마거릿 대처 전 영국수상이 부드러운 표정과 지금도 세인들이 그리워하는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천진한 얼굴이 향수를 자아낸다.
그로부터 130여장의 역사적인 인물사진들이 굽이굽이 전시장을 돌아가면서 펼쳐진다. 지금은 타계한 유명인들뿐 아니라 요즘도 세간에 화제를 뿌리는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이 특이한 표정과 포즈, 색다른 이미지로 사진에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들은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배우들이 아니라 과거의 지성들, 우리의 정신세계를 형성한 기라성 같은 문학가와 예술가들이다. D.H. 로렌스, 어네스트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아서 밀러, 파블로 피카소, 클로드 모네, 찰리 채플린,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조지아 오키프, 장 꼭도, 이사도라 던컨, 마사 그래함, 앨버트 아인스타인… 이런 이들의 빛바랜 사진 앞에 서면 특별한 감동과 경외감으로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최고의 여우들 - 소피아 로렌, 카트린느 드뇌브, 메릴 스트립, 케이트 윈슬렛, 니콜 키드먼, 그위니스 팰트로, 케이트 블란쳇,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클로이 세비니, 페닐로피 크루즈가 다들 아름답게 성장하고 자연스런 포즈로 찍은 이 사진(Annie Leibovitz, 2001년)은 그 자체로 한편의 영화요 예술이다.
이 외에도 조지 W. 부시의 ‘전쟁내각’ 단체사진(콜린 파월, 딕 체니, 콘돌리자 라이스, 앤드류 카드, 조지 테넷),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낸시 여사가 춤추는 모습, 에드워드 카치 전 뉴욕시장, 9.11 때 그라운드 제로에서 뛰었던 소방대원들, 모나코 캐롤라인 공주와 자녀들의 사진도 눈에 띈다.
▲Gloria Swanson 이번 ‘배니티 페어 초상사진전’의 포스터로 사용된 글로리아 스완슨의 사진.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를 신비한 이미지로 촬영했다. (Edward Steichen, 1924)
아울러 잡지의 초창기 커버들, 희귀한 빈티지 프린트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으며, 전시회와 관련된 강의와 패널 디스커션, 영화 상영 등 여러 행사들이 잇달아 열린다.
▲James Joyce 금세기 초의 대표적인 지성,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이 흑백사진은 잡지에 실리지 않았다. (Berenice Abbott, 1926)
배니티 페어와 런던의 내셔널 포트리트 갤러리(National Portrait Gallery)가 주관하는 이 사진전은 런던에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첫 전시를 갖고, 6~9월 에딘버러의 스카티시 내셔널 포트리트 갤러리에서 전시된 후 LA로 왔다. LACMA 전시 후에는 호주로 옮겨질 예정.
티켓은 성인 12달러, 학생과 노인 8달러, 17세 이하는 무료다.
뮤지엄 주소 5905 Wilshire Blvd. LA, CA 90036
문의 (323)857-6000, lacma.org
<정숙희 기자>
배니티 페어 잡지는 혁신적 문화·예술의 기수‘숱한 화제’
1913년, 당시로서는 매우 모던하고 아방가르드적인 잡지로 태동돼 혁신적인 예술과 문화의 기수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당대의 화가, 연극인, 무성영화 스타 등 특별한 아티스트 아이콘들의 모습을 찍고 게재했는데 당시 태동된 모더니즘에 영향을 받은 사진작가들은 다양한 실험적 방법을 사용, 그렇게 탄생된 초상사진들이 훗날 역사적인 이미지로 남게 됐다.
배니티 페어의 사진부장으로 13년 일했던 에드워드 스타이첸은 사진계에 모더니즘을 소개해 미국 최고의 스타일, 문화, 셀러브리티, 배우들의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낸 거장으로 손꼽힌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찍은 글로리아 스완슨, 루이즈 브룩스, 애나 메이 웡, 폴 보리슨의 사진이 포함돼 있다.
배니티 페어는 1936년 휴간됐다가 1983년 다시 복간됐다. 따라서 전시회는 초창기인 1913년부터 1936년까지의 사진들과 1983년 이후 지금까지의 사진들을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복간된 후에는 애니 라이보비츠, 헬무트 뉴튼, 낸 골딘, 허브 리츠, 해리 벤슨, 마리오 테스티노, 브루스 웨버 같은 작가들이 또다시 이 시대의 컬처럴 아이콘들의 초상을 담기 시작했고 위성 TV와 컴퓨터 등 미디어 혁명으로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배니티 페어는 독점 인터뷰와 특이한 사진들을 게재해 특종을 차지하곤 했다.
2005년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익명의 제보자(Deep Throat)의 아이덴티티를 밝힌 일은 센세이션이었고, 제니퍼 애니스턴이 브래드 피트와 헤어졌을 때 그녀를 처음 인터뷰했던 것도 배니티 페어였다. 1991년에는 만삭의 여배우 데미 모어의 누드사진을 게재해 물의를 일으켰고, 가장 최근의 화제작은 2006년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카이라 나이틀리가 함께 나체로 포즈를 취한 애니 라이보비츠의 사진이다.
애니 라이보비츠는 배니티 페어라는 매거진과 거의 동의어로 불릴 만큼 이 잡지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녀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케이트 윈슬렛, 랜스 암스트롱, 조지 클루니의 특별한 모습을 ‘연출’해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번 전시에 걸린 130여 사진들 중 그녀의 작품이 23점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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