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내원 이순신 숭모인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역사문화교재편찬위원장
요동치는 세계 경제의 쓰나미 속에서 다소 빛이 바랜 듯도 하지만 11월은 여전히 온 세계 정세에 막대한 영향력을 구사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을 뽑는 선택의 달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워싱턴 한인연합회장 선거가 11월 29일로 예정되어 있어 워싱턴 동포들에게는 오는 11월이 우리의 바람직한 지도자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달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연일 주류 언론에 활발하게 논의, 보도되고 있으니 따로 드릴 말씀이 없고 우리 워싱턴 동포사회의 올바른 새 지도자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짧은 의견을 말씀 드릴까 합니다.
지난 주 어느 한 독자의 ‘바람직한 우리 지도자의 자세’라는 기고를 통해 우리의 좋은 지도자를 뽑는데 동포들의 관심이 많다는 사실에 반가움이 컸습니다. 그동안 워싱턴한인연합회는 아쉽게도 몇가지 일그러진 모습을 보인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첫째, 우리 동포사회를 들여다보고 권익과 복지를 위해 한인회를 이끌어야할 연합회장이 지나친 본국 해바라기가 되어 직무유기를 했다는 점이며, 둘째, 아주 중요한 미 주류사회와의 교류와 공조가 겉치레 수준인 요식에 머물러 실익 실용적인 수확을 일실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셋째, 회칙의 운용에 너무 많은 잡음이 들렸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주요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회칙 자체의 결함이 있거나 회칙을 편파적으로 편의주의 해석 및 적용을 시도하는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후보등록비 4만 달러가 지나치게 높다는 여러 지도급 인사들의 지적이 보도된 것을 보았습니다. 필자도 이에 동감하며 그렇게 된 데는 가진 자들의 금권세력이 가난한 후보의 출마 자체를 손쉽게 견제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돼 있었을 것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이와 같은 아쉬움의 재발을 방지하고 우리 동포사회를 발전적으로 바르게 리드할 참다운 지도자의 요건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지금 이 글을 ‘시와 음악의 만남’ 일본 측 참석자 세분의 뒷바라지에 시간을 빼앗긴 탓에 우리 재미동포학생 교육용 ‘역사문화교재’ 편찬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덜레스 공항을 떠나 서울로 가는 대한항공 기상에서 시작하여 서울에 도착, 마무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지금 본국의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리더의 확보가 필수라는 인식과 이를 위해서는 이순신 본받기가 길이라는 생각으로 이순신 리더십 연구가 활발합니다. 마침 숙소인 조카 집에 도착해보니 ‘이순신 파워 인맥’이라는 새로나온 책 한 권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순신 관계로 교우하던 해군 이순신 리더십 연구소 제장명 교수의 역작으로 황송하게도 저에게 보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책 이름도 입맛을 끌었지만 차례를 훑어보던 중 절묘하게도 “이순신 리더십의 핵심은 ‘사람’”이라는 부제가 눈에 확 다가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충무공 이순신께서는 사람(백성·국민·대중)이 위해야할 가장 큰 대의(大義)라는 마음가짐으로 사람(부하 장졸 및 조력자)들을 귀하게 활용하여 그 참담한 절망 속에서도 드높은 공훈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의하면 지도자는 첫째.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섬김의 대상인 대중을 먼저 생각하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욕심이나 명예욕으로 책임을 맡으려는 후보자가 용납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둘째, 주류사회와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이민 2세, 3세들의 참여와 진출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격려하는 것이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의 한 변두리 한인회는 그 회장이 미국화 된 분이라 행사장에 주류사회 유력인사 참여율이 오히려 60%대를 이루는 사례를 보더라도 필요성이 돋보입니다. 셋째, 회칙의 원만한 운용을 위해서는 먼저 회칙을 치밀하고 상세하게 마련할 것이며 그런 연후 회칙을 성실하게 준수하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회칙을 아무리 상세하게 규정한다 하더라도 더러는 상황에 맞지 않는 애매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관계자들이 공개 토론을 통해 진정한 대의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순신의 극히 간단명료한 행동원칙의 근간입니다. 그러므로 충무공께서는 장수의 본분은 적을 막아 백성을 보호하는 어적보민(禦敵保民)이 본분이므로 다른 장수 같았으면 작전에 방해가 된다고 쫓아버렸을 피난선 수백 척을 거두어 안전하게 보호했으며, 똑 같은 군법에 따라 처벌할 때에도 다른 장수의 부하보다 자기의 직접 부하는 더 엄히 다스려 논란을 차단하면서도 법은 법대로 지키는 지혜를 발휘했던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대의주의는 오늘날의 끝없는 말꼬리 잡기를 차단하는 명답입니다.
우리도 이순신을 닮은 지도자를 뽑아 희망찬 도약을 기대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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