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고 했다. 그 결과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고도 했다.
하지만 막상 우리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대는 인생의 스트레스를 마주하게 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딪쳐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피해 갈 방법을 먼저 찾는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서점에 즐비하게 놓여 있는 스트레스 관련 서적들, 그 책을 뒤적이며 무언가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된다.
스트레스 때문에 때론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이럴 땐,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느냐’고 그들의 조언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한다. 먹거나, 잠자는 것으로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려 할 때도 있고, 운동을 한다든가, 음악을 듣는다든가 하면서 다른 관심사를 통해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충분치 않다.
잠시 피할 순 있지만,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하면 쉽게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기사마감을 앞두고 있는 기자나, 무대에 서야 하는 연주자나 가수들, 특히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어려운 시기에는 부동산이나 금융, 주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야 말로 스트레스를 떠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스트레스는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다.
부모로부터 “이것 안 돼, 저것 안 돼!” 잔소리 들으며 자라는 어린 아이에서부터 대입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점수를 올리려 SAT 학원에 다니는 자녀들까지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어디 아이들뿐인가. 아이들 성적에 울고 웃는 엄마들의 마음은 또 어떠할까. 한국에서는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나온 약이 있을 정도란다. 대입시험을 앞두고 있는 고3 수험생들이 먹는 한약이라 해서 ‘고삼탕’이라는 것이 있고, 아이들을 돌보며 스트레스 받는 엄마들을 위해 ‘고삼 엄마탕’까지 나왔을 정도라니 스트레스는 정말 대단한 위력을 가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같은 스트레스라 해도 받는 사람에 따라 결과는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경주마형이고, 다른 하나는 거북이형이다. 경주마가 달리기 위해선 채찍질이라는 스트레스가 필요하다. 경주마는 그 스트레스를 피하지 않고, 채찍질을 더 열심히 달리는 기회로 삼는다. 스트레스가 삶의 건강한 자양분이 되는 경우다.
반면에 스트레스로 인해 몸을 움츠리며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거북이형 사람들이다. 괴로운 상황은 보지 않겠다고 몸속에 머리를 숨기는 거북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몸을 숨겼다고 해서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진정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앞을 내다보고 힘들지만 한 발자국씩 앞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
누군가 나에게 경주마와 거북이 중 어떤 유형에 속하느냐 묻는다면, 자랑스럽게 나는 경주마형이라고 답할 것이다. 많은 무대에 서면서 나는 내가 경주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로 많은 무대에 섰지만, 나 역시 무대에서 설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관중들에게 좋은 연주를 선보여야 한다는 스트레스다. 그래서 나 역시 이 스트레스가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무대에 서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계기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연주한 내 자신의 연주 녹화 테입을 확인하게 되면서였다. 보통 집에서 부담 없이 연주할 때에는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바로 스트레스가 아름답게 승화된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를 경험한 것이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를 괴롭히는 스트레스의 종류도, 그리고 극복하는 방법도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의 높은 담을 현명하게 뛰어 넘을 때마다 우리는 훌쩍 더 커져 있을 것이다. “오늘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면 당신은 아무 성장도 하지 못한 것이다”고 말한 제임스 로어의 말이 바로 인생의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 것이다. 고삼탕도, 고삼 엄마탕도 아닌 우리 인생의 성장탕, 그것이 바로 스트레스 아닐까.
앤드류 박
피아니스트·지휘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