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자녀 능력 개발이 더 중요
요즘은 전에 하지 못하던 일을 할 수가 있어서 좋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시간에 애들 학교 보내는 뒷바라지로 도시락 챙겨주느라, 학교에 데려다 주랴, 또 가끔 잊고 간 것 갖다 주느라 부산했었는데 이제는 전에 없던 여유를 찾아 가끔 아침에 산책도 하기도 한다.
산책 루트는 주로 동네 공원까지 잰 걸음으로 가서 잠깐 가볍게 뛰고 다시 잰걸음으로 돌아오는 것인데, 자동차 배기개스를 피하자니까 주로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다니게 되는데, 며칠 전에는 문뜩 예전 아이들과 손을 잡고 학교까지 바래다주던 그 큰길이 그리워져서 큰 길로 다시 걸어가 보았다. 그런데, 아니, 학교 가는 길 중간 4거리 큰 길목에 항상 웃는 얼굴로 애들을 맞아주던 “스톱사인 할아버지”가 없다! 그 대신 어느 낯선 할머니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지극히 걱정 되는 얼굴로 그 할아버지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작년에 ‘퇴직’해서 라스베가스 근처 은퇴 요양지로 이사 갔다고 한다.
‘맹모삼천’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애들이 많아서 주로 학교 문 바로 근처 아파트에서 살다가 정작 애들이 하나씩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몇 블럭 떨어진 곳으로 이사해서 아직 거기서 살고 있는데, 이곳은 애들이 다닌 초등학교에서는 여섯 블럭, 고등학교는 일곱 블럭, 중학교는 여덟 블럭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그 학교들을 가려면 모두 그 큰 길목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애들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그리고 또 고등학교를 다 마칠 때까지 12년 내내 그 길목을 지나간 것이다. 그 때마다 그 할아버지는 애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함께 길을 건네주었던 것이다. 비가 오나 맑으나, 추우나 더우나, 그 길목에서 말이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학군에 대해서 남다르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맹모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우리는 맹모삼천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우선 학교가 가까우면 편하기 때문에 늘 학교 근처에 살았다. 애들이 다섯이나 되었으니까 아침마다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것만도 큰일과 중 하나였는데 학교가 가까우면 그만큼 그 일이 쉬웠다는 말이다. 혹 집에 무엇을 두고 갔다고 하면 금방 휭 가져다주면 되고 방과 후 과외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그만큼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정말 맹모의 마음으로 한번 어디서 살아야 하나 전 LA 지역을 살펴보았던 적도 있었다. 잠깐 코리아타운에 있었을 때에는 학교버스를 타고 아주 좋은 동네로 통학을 시켰던 적도 있었는데, 학교는 월등 더 좋았었지만, 아침 일찍 학교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간 후 또 무슨 원숭이들 모양 버스에서 우르르 내려서 교실에 들어가야 했고, 또 오후에는 과외활동도 자유롭게 못하고 학교버스에 타서 짧지 않은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야 하니까 여러 면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해서 좋지 않다고 판단이 되었다.
요즘은 K타운 인변에 새로 많은 학교가 세워져서 그전처럼 버싱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그래서 다시 이 지역으로 이사 오기 전에 이왕이면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었고 또 학교는 집에서 가까워야 되겠다고 절실히 느껴서 신문에 어느 특정 시험의 학교별 성적이 나온 것을 참고해서 LA 전 지역을 답사해 본적이 있었다.
이때 한 가지 놀랐던 것은 90% 이상의 평가를 받은 학교들 근처에는 99% 아파트가 하나도 없는 부촌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유일한 예외가 로스펠리츠와 프랭클린 근처 지역이었는데, 아파트가 너무 작고 비쌌는데, 웬일인지 주민들이 막 이민 온 유대인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지금 사는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인데 우리 애들이 다닌 학교는 평점이 이 지역의 학교들과 비교해도 그리 높지가 않은데 애들이 모두 말썽을 안 부리고 자기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이 지역 안에서도 굳이 이사를 가면서까지 더 좋다는 학교로 전학시킨 부모들도 있는데 모두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좋은 학군이 꼭 지망하는 학교로 보낼 수 있는 보증이 안 된다는 것은 어느 목사님의 설교에 들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출신 학교에 대한 얘기가 증명해주는 것 같다.
학생 반기문군은 충청도 충주근처의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당시에는 전혀 특출한 곳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단지 거기에는 새로이 충주비료가 들어서게 되었고 마침 영어에 취미를 가지고 있던 반기문 학생은 충주비료 때문에 한국에 와있는 미국인 부인과 연결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마침 낯선 땅에 와서 심심했던 부인에게 좋은 일거리를 주었고 그 부인의 지도하에 갈고 닦은 영어실력이 한국학생 중 가장 높은 영어점수를 받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3명의 다른 학생과 한국의 대표로 뽑혀서 미국을 방문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일정 중 백악관에 초대를 받아 당시 미국의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어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신선한 도전을 받게 되었을 것이며 그 후에 접하는 모든 뉴스에서 세계 정세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남달랐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모 언론사 대표는 차기 유엔사무총장을 꿈꾸며 주미대사로 발령받아 나갔는데,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신상의 문제로 꿈을 접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을 본다. 사람의 일은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인가 보다.
우리의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건, 먼 곳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고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백분 살리는 것이 그 어떤 길보다 더 빠른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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