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들이 최대 피해자...가부장적 사고방식 버려야
한인들의 가정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정폭력근절을 위한 자선단체 도우리(회장 김문자)주최로 목회자들과 소셜워커들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열린 가정폭력 대책 워크샵에 참석했던 이성호목사(산타클라라 연합감리교회 담임)를 통해 가정폭력의 문제와 심각성의 수위, 예방을 위한 방법및 한인동포사회의 역할에 대해 진단해 봤다.
- 가정폭력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가정 폭력의 원인은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생각과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다른 가족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대화하고 존중하고 상의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이것은 특히 유교 문화에 젖은 가부장적인 문화권에서 자란 한국 남성들에서 그런 경향이 많은데, 남편에게 여자는 순종해야 하고 아버지에게 자녀는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젖어 있고, 가장으로서 가족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란 자녀들이나, 미국 문화에 접한 다른 가족들은 평등한 대접과 의견 존중을 요구하는데 이것을 힘으로 누르려다 보니 가정 폭력이 나오게 된다. 기질적으로 급하고 욱하는 성격이 있는 분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욱하는 기질은 언제나 자신이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행사하는 것을 보면 기질이나 유전 탓이 아니라 상대가 만만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상대를 폭력으로 제압하고 자기 뜻을 관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인가정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가?
한인 가정의 가정 폭력의 심각성은 산타클라라 카운티 가정 폭력 교정을 맡아서 52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담당자가 휴가 없이 10년을 일했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것은 가정 폭력으로 경찰에 입건되어 재판받고 강제로 52주 동안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한인 가정의 가정 폭력은 가해자가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여자와 개는 패야 맛이 난다고 하는 포악한 말이 보통 남자들 사이에서 전해지면서 남자는 의례 때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욕이나 술주정 정도는 가정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자들이 돈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사회 활동을 제한하는 것도 가정 폭력으로 실정법에 저촉되는 것을 모르고 있는 가정이 태반이다. 이것을 알려주고 교육하는 도우리 같은 기관을 오히려 가정의 평화를 깨는 기관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다.
- 가정폭력이 가져다주는 폐혜는 어느정도인가?
가정 폭력의 폐해는 우선 피해자의 자존감 상실, 우울증, 신체적으로 소화불량 만성 위궤양 두통 등 증상,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대인관계 파괴 및 기피 등 수없이 많지만 가장 큰 피해는 자녀들이다. 학교에서의 학업 성취 저하, 마약 술 갱단 등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 폭력의 대물림, 폭력을 모든 문제의 쉬운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경향과 인생관 형성, 자기중심적인 통제를 모든 경우에 하려는 성향 등으로 나타난다. 물론 가해자도 폭력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에는 폭력으로 인해 인생을 망가뜨리게 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가정 폭력은 범죄이기 때문에 일단 전과자가 되면 정부 공직에 진출하지 못하고 신분에 따라서는 추방되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즉 총체적으로 가족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가정폭력 근절, 혹은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가정폭력 근절 및 효과적인 방법은 오늘 워크샾에서도 발표되었듯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설교나 성경 공부나 교회의 모든 프로그램에 가정 폭력문제를 포함시켜 가정 폭력은 하나님이 원치 않는 죄이기도 하지만 실정법상 죄라는 점을 교인들에게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폭력이 시작된 경우에는 초기 진압을 해야 한다. 바로 초기에 경찰에 신고해서 52주의 교육을 받게 해야 되는데 가장을 전과자 만들 수 없다고 쉬쉬하는 사이 가정 폭력이 점점 심해져서 나중에는 잡기가 힘들게 된다. 보통 부인이 맞아 죽기까지 평균 7번 용서한다고 한다. 처음에 용서하지 않고 확실하게 처벌받게 하는 것이 가정 폭력 근절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52주 프로그램 운영자의 말에 의하면 두 번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것은 그 교육이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교회에서도 여러 통로를 통해서 이 프로그램을 소개도 하고 인식도 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가정 폭력에 대한 교육 및 지원 기관들을 재정적으로 돕고 자원 봉사자들이 돕고 하여 서로 이러한 일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할 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이 일들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가 맞아 죽었다는 기사가 나올 때, 누가 아이들을 차에 넣고 불을 질렀다는 기사 나올 때 반짝하는 것으로 부족하고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 가정폭력의 근절이나 예방을 위해 한인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한인 커뮤니티는 우선 이런 자원 봉사 기관들을 돕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관심도 생기고 의식도 생긴다. 문제는 우리 한인 문화가 체면 문화라 내 놓고 자신들의 치부를 보이지 못한다는데 있고, 침묵 문화라 대화가 없다는데 있는데, 이런 것들을 타파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로 바꾸기 위해서 꾸준히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교회들과 언론기관들이 가정 폭력 방지 기관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힘을 모아서 이런 일들을 홍보하면 확실히 가정 폭력이 줄어든다는 것은 지난 10년의 통계가 보여준다. 한인 커뮤니티에도 이런 가정 폭력 방지를 위한 자원 봉사자들을 널리 확보하고 홍보하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 타커뮤니티와 비교했을 때 한인가정의 가정폭력의 실태는 어느 정도인가?
타 커뮤니티와 비교해서 한인 커뮤니티의 가정 폭력의 실태는 더 심하거나 덜 심하거나 하지는 않다. 가정 폭력은 인간의 죄상에 기인하는 것이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하고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폭력으로 제압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가정 폭력 방지에 종사하는 이들의 통계와 경험과 분석을 보면 인종, 학력 수준, 나이, 직업 등에 관계없이 골고루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유일하게 차이 나는 것이 성별인데 주로 남자가 많고 여자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신체적인 차이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하고는 유의미한 다른 차이가 없이 모든 커뮤니티가 동일한 정도의 가정 폭력으로 고통당하고 있다. 다만 예방이 더 철저한 커뮤니티가 줄어들고 있는 것뿐이다. 한인 커뮤니티도 교육과 홍보 탓에 조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어느 커뮤니티에 가정 폭력이 적으냐 하는 것은 누가 착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커뮤니티가 더 일을 잘하고 예방을 잘했느냐로 보아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워크샵을 통해 앞으로 성경 본문을 가지고 설교나 성경 공부를 할 때 가정 폭력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보아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정렬 목사님이 누가복음 10장의 강도만난 사마리아 인 성경 본문을 보고 여기 사마리아인이 가정 폭력의 피해자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 자신이 그 본문으로 그렇게 많이 설교하면서 이북 동포, 아프리카 어린이, 수재민, 전쟁 난민 등 여러 사람들을 예로 들었지만 가정 폭력 피해자를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제가 관심이 부족했음을 고백한다. 또한 가정 폭력의 문제는 결국에는 자기가 자기 상황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성경적으로 보면 이것이 원죄이다. 하나님이 주권을 가지고 하나님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신앙인데 여기에 반역하는 것이 바로 가정 폭력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신앙의 주변 문제가 아니라 핵심문제임을 깨닫고 이것을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성결혼이 합법화 운동을 하는 배경에 보면 전통 가정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인데, 그 중에 가정 폭력이 아주 중요한 원인임을 깨달았다. 앞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가정을 만드는 일이 목회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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