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다우지수가 네 자리수로 무너지는 등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월스트릿 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충격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원 달러 환율의 폭등, 실직을 비관한 40대 가장의 가족 살해 후 자살 등 연일 뒤숭숭한 뉴스들이 신문을 장식 하고 있다.
마치 전 세계가 미국이 만들어 낸 불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 끝은 어디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전 긍긍 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월스트릿에서는 머니게임을 통해 거액을 챙겼거나 엄청난 보수를 받아 온 대형 투자은행들의 경영자들이 있다.
회사가 거덜 나든 말든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그들에게 법적인 책임은 없을지 몰라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그들에게서 현재의 공황 상태에 대한 책임 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데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한 남자가 회사 체육관에서 운동하던 파산 투자은행 CEO에게 폭행을 가했을까 싶다.
이렇듯 미국은 지금 자본주의 모순에 깊이 빠져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미국사회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탐욕스런 CEO들과는 다른 부류의 부자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미국 상위 50위 부자들의 기부 총액은 6조8,400억원이었다. 아직도 많은 부자들은 자기들이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미국의 부유층들은 자녀들에게 상속하는 것조차 꺼린다. 요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깨끗한 부자’ 워렌 버핏은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유산을 남겨 주는 것은 독이며 부자인 부모를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공짜 식권을 받는 것은 반사회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전통적인 기부의 의미를 넘어 시장의 힘을 활용해 빈곤과 불평등을 퇴치하고자 하는 사업에도 공헌을 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한국 사회의 기부 문화는 편법 경영권 승계나 비자금 조성 등으로 물의가 빚어진 뒤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존경을 받는 경우가 별로 없다. 재산 형성과정이 떳떳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볼멘소리도 높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좋은 뜻에서 기부하거나 선행을 베푸는 경우에도 전시성으로 매도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사회지도층이나 연예인들의 경우에 그들의 진심과는 관계없이 뒤에 다른 의도가 있으려니 지레 짐작들을 한다.
지난달 한국에 갔을 때 TV에서 가수 김장훈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다른 연예인들처럼 번돈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대출을 받아 기부하고 일을 해서 돈을 갚고, CF는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해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남모르게 하지 몇억 씩 기부한다는 것을 방송에 왜 내는지 모르겠다며 악플을 단다. 또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광고를 뉴욕 타임지에 냈을 때도 나중에 정치하려는 의도에서 계산된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TV에 비춰진 김장훈이 살고 있는 조그맣고 그리고 오래된 스타일의 아파트를 보았을 때 신선하고 인간적인 느낌을 받았다. 보통 유명 인사나 연예인의 선행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가정을 보여줄 때는 너무나 말끔하게 정리된 인상을 받곤 했다. 트렌드에 맞춘 획일적인 집안 인테리어, 완벽한 가족 구성 등등 그런 것을 볼 때 느꼈던 왠지 모를 답답함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몸이 아프지만 최선을 다해 공연하고 그 수익금으로 가출 청소년과 장애 아동들을 돕고, “이런 나와 누가 결혼을 하겠냐”며 이번 생은 이렇게 살겠다는 그를 보며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원래 우리민족은 나눔 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며 이런 정신이 많이 퇴색됐다. 또한 현재의 심각한 경제적 위기 속에서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벽이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이런 때에 가식이 아닌, 진정어린 이웃과 함께 하는 김장훈 같은 기부천사들의 역할이 얼어붙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녹였으면 한다. 이런 나눔은 계층 간의 벽을 허물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경제 위기 때문에 나눔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 혈안이 되어 탐욕스런 부자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눌 줄 아는 부자들과 많이 가지지는 못했어도 십시일반 할 줄 아는, 마음이 부자인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제나 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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