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인물은 허버트 후버다. 1929년 주가 대폭락과 함께 시작된 대공황의 와중에서 허덕이다 4년 뒤 쫓겨난 후버는 지금까지도 무능하며 비인간적인 정치인의 대명사로 남아 있다.
그러나 1929년 이전 후버의 이미지는 이와 정반대였다. 1874년 아이오와 퀘이커 가정에서 태어난 후버는 6살 때 아버지를, 9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친척집을 전전하던 그는 11살 때 오리건으로 보내지며 거기서 외롭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그는 1890년대 초 때마침 불어 닥친 불황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광산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것이 나중에 그를 백만장자로 만들어주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리라고는 당시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인연이 돼 그는 수개월 후 호주에 있는 영국 광산 회사 엔지니어로 취직이 되고 그 후 손대는 광산 개발마다 성공을 거둬 40이 되기 전 당시 돈으로는 천문학적 액수인 400만 달러의 재산을 모으는데 성공한다.
그 때 그는 “40이 되기 전까지 백만장자가 되지 못한 사람은 별 볼일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1914년 제1차 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퀘이커 정신에 입각, 굶주린 유럽인들을 구하는 일에 착수했다. 그는 벨기에 구조 위원장을 맡아 5년간 벨기에와 북부 프랑스에 있는 900만 명의 유럽인들을 먹여 살리면서도 구조 위원회 경비는 전체 예산의 0.5%밖에 쓰지 않는 능률을 보였다. 이 기간 이 지역 아동 사망률은 전쟁 전보다 오히려 낮았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유럽 전체 구조 팀장을 맡아 1억 유럽인의 목숨을 구했다. 제2차 대전의 원인이 된 베르사이유 조약 체결 후 케인즈는 “파리에 다녀와 유일하게 명성이 높아진 인물로 그를 평했다. 유럽 전역에 걸쳐 길 이름이 ‘후버 대로’로 바뀐 것은 물론이고 1920년대 미국에서도 후버는 자수성가 한 유능한 행정가로 이름을 날렸다. 1928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압승을 거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후버 자신도 자신에 대한 국민의 과대평가에 불안을 느낀 것 같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유례없는 재앙이 일어나면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국민들의 불합리한 실망의 제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우려는 대공황 발생과 함께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가 극심한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 된 것은 잘못된 정책을 편 탓도 있지만 국민들에게 그릇된 희망을 주고 끝끝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은행과 기업의 연쇄도산이 이어지면서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데도 그는 “미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튼튼하다는 말만 늘어놓았다. 그가 입만 열면 경제가 더 나빠지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제발 입을 다물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고임금, 고관세 등 정책으로 사태가 더 나빠졌는데도 대통령 자리를 물러날 때까지는 물론 그 후에도 끝내 자기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
미국과 세계가 대공황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사태가 8년간의 공화당 정권 하에서 일어났는데도 부시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자 누구한테서도 국정 책임자로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들의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수십 년 간 워싱턴에 살며 국록을 받아 온 공화당의 존 매케인은 마치 자신은 화성에서 온 사람처럼 이 모든 사태가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태도다. 옆에서 팔짱끼고 사태를 지켜본 민주당 지도부도 잘 한 것은 없지만 이런 정도의 실정을 저지른 정당이라면 미안해서라도 “우리는 자격이 없으므로 다음 정권은 양보하겠다고 나오는 것이 예의요 상식이 아닐까.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매케인에 대해 평균 5%의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미시건, 플로리다 등 접전 주 모두에서 승리할 전망이라고 한다. 반성할 줄 모르는 뻔뻔한 정당은 투표장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이기는 것이 순리며 대세라 본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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