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정부 정책 수용은 하되 따져보자는 것
7선의 국회의원이자 한국 정치계의 풍운아라 불리는 이기택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샌프란시스코를 찾았다.
나는 움직임이 없이 한곳에 가만히 있었는데 나를 스쳐지나간 사람들로 인해 내가 사쿠라가 되어있더라고 밝힌 지나간 그의 정치 역정 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치판에서는 나름대로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킨 일관성 있는 정치인으로 손꼽고 있다.
얼마 전 편통 수석부의장으로 취임한 후 뉴욕에서 열리는 통일포럼의 참석과 함께 평통의 역할과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자문과 의견을 구하고자 방미를 하게 되었다는 이기택 수석부의장을 만나보았다.
- 취임소감은?
처음으로 맡아본 정부여당의 관직이라서 얼떨떨하고 가끔 어색하기도 하다. 하지만 건국60주년이라는 중차대한 시기에 평통 수석부의장을 맡게 되어서 그 책임감이 더욱 크다. 거창하게 통일의 밑거름이라는 할 수 없겠으나 나름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 평통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이명박대통령이 평통을 새롭게 탄생시키겠다고 했다. 이대통령의 평통에 대한 의지도 새롭지만 어찌되었든 평통이 통일의 기초를 닦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갈 생각이다. 특히 전 세계에 뿌리내린 31개 해외동포들의 협의회를 더욱 더 긴밀한 네트워크로 연결할 생각이다. 해외동포들이야 말로 현지의 여론을 움직이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의 주류언론을 우리 정부와 인식을 같이 하도록 만들 경우 한반도의 미래가 밝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해외동포들에게 맡기고 싶다. 또한 갈가리 찢어져 있는 국민의 갈등을 통합시키는 국민통합의 중심체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우선 평통을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의원도 늘리고 기구도 개편시킬 것이며 이름만 올려놓는 사람들에서 좀 더 관심 있고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개편해 나갈 것이다.
-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와 관련 남북관계에 변화가 오지는 않겠는가?
어제 강연회에서도 얘기 했듯이 북한의 체제가 워낙 폐쇄적이라서 북한관련 문제는 우리나라 정보기관에서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미국에 오기 전 정보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화의 핵심은 ‘김정일위원장은 이제 서산에 지는 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북한의 변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북한의 급격한 변화가 오히려 달갑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남북이 동서독처럼 통일될 경우 자신들의 국익에 불이익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변국들은 통일에 반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에 대한 대비책과 외교전을 철저히 펴야 한다. 또한 통일이 되더라도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 필요도 있다.
- 현 정부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어가고 있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현재 북한문제와 관련한 현 정부의 정책을 두고 평가가 여러 가지로 엇갈리고 있는데 나는 이명박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명박정부의 기본 스탠드는 과거정부의 대북정책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은 하지만 타당성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북측이 92년 합의한 한반도의 비핵화선언을 깨뜨렸음에도 우리 정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이행방안을 협의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단지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기에 새로운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하는 것일 뿐인데 이를 수용하지 못한 채 무조건 이행하라고만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 이 수석부의장께서는 최근 대북식량지원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명박정부의 대북식량지원과는 입장이 다른 것 아닌가?
아니다. 같은 맥락이다. 이명박정부도 대북식량지원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북한에서도 조그만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처럼 무조건 주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이어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니 우리 정부 역시 식량지원을 재개키로 결정한 것 아닌가? 정부는 또한 대북식량지원뿐만 아니라 이달 말쯤 북한의 핵 불능화 재개 일정에 맞춰 철강재도 3000t을 배송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비핵화 진전 속도에 따라 400억에서 50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 대북 지원에 나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 마지막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이중국적 허용을 얘기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는 아무 말도 없다.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지금 정치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앞으로 하려고 하는 사람도 아니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평통수석부의장은 민족염원인 통일을 이루는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자리일 뿐인데 민감한 정치적 문제를 물어보니 당황스럽다. 물론 해외동포들에게는 이중국적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으나 국민정서가 아직 용납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기에 차근차근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우선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선 국내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의 투표권이 부여되지 않는가? 앞으로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모두가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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