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 태극기를 휘날린 한국인 3총사가 12일 팀당 144경기씩 6개월간 진행해 온 대장정을 마쳤다.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은 11일 야쿠르트전을 마지막으로 정규 시즌을 끝냈고 이병규(34.주니치 드래곤스)와 임창용(32.야쿠르트 스왈로스)은 12일 각각 한신 타이거스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를 상대로 최종전을 치렀다.
이병규는 팀이 1-4로 진 이날 경기에서 우익수 겸 톱타자로 나와 3타수 무안타 볼넷 1개로 끝냈고 임창용은 4-3으로 앞선 9회 등판 최고 시속 155㎞짜리 광속구를 뽐내며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솎아내고 세이브를 추가, 33세이브(1승5패)째를 올리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리그 우승을 확정한 이승엽과 3위 주니치의 이병규는 포스트시즌에서 일전을 준비한다. 반면 일본 진출 첫해부터 팀의 수호신으로 활약한 임창용은 야쿠르트가 5위에 머물러 가을잔치 없이 올해를 접는다.
◇이승엽, 리그 2연패에 밑거름
올해 이승엽의 활약상은 베이징올림픽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지난해 10월 왼쪽 엄지 인대를 수술했던 이승엽은 3월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타율 0.478을 때리고 홈런 2방에 12타점을 올리며 맹활약, 올 시즌 기대감을 부풀렸으나 정작 정규 시즌에서는 딴판이었다.
이승엽은 시범경기에서 일본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하지 못해 타격감을 찾는데 고전했고 결국 4월14일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김기태 2군 타격코치와 타격 밸런스 회복과 스윙속도 제고에 총력을 기울였고 7월 하순 100여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베이징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는 이승엽이 실전감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의 배려였다.
1군 다섯 경기에서 페이스를 끌어올린 이승엽은 올림픽에 참가했다. 좀처럼 시원한 타격을 펼치지 못하던 그는 일본과 4강전, 쿠바와 결승전에서 잇달아 결승 투런포를 작렬시키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팀에 복귀한 후에도 상승세는 계속 이어졌다.
7월 초까지 한신에 13게임이나 뒤져 있던 요미우리는 이승엽이 5번에 자리를 틀면서 파괴력을 회복했고 9-10월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간 끝에 한신을 꺾고 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타율 0.248, 홈런 8방, 타점 27개로 2004년 일본 땅을 밟은 뒤 가장 초라한 성적을 남겼지만 이승엽은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던 한신과 맞대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부진을 만회했다.
지난달 16일 요코하마를 상대로 일본 진출 후 첫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포에 시동을 건 이승엽은 9월20일 한신전에서 시모야나기 쓰요시를 제물로 솔로 아치를 그린 뒤 21일 한신을 상대로 역전의 물꼬를 튼 2루타와 쐐기 3점포를 날리며 킬러로 급부상했다.
9월27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한신과 방문 경기에서는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결승 투런포를 때리는 등 4타점을 폭발했고 사실상의 리그 우승 결정전이던 8일 한신전에서도 좌중간을 가르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이승엽의 대활약에 요미우리는 후반기 한신과 4경기를 모두 잡아 새로운 전설을 쓸 수 있었다.
남은 목표는 2005년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 이후 두 번째 일본시리즈 우승이다. 이승엽은 지난해 리그 우승 후 주니치와 일본시리즈 진출전 결정전에서 상대 주포 타이론 우즈에 완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올해는 그런 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승엽은 한신-주니치 승자와 22일부터 6전4선승제 클라이맥스 시리즈를 치른다. 요미우리는 우승 어드밴티지로 1승을 먼저 얻어 3승만 보태도 일본시리즈에 나간다.
◇임창용 ‘뱀직구’ 대성공
1승5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00으로 시즌을 마친 임창용은 내년이 더 기대되는 투수다.
이가라시 료타가 허벅지 통증으로 시즌 초반 이탈하면서 셋업맨에서 당장 수호신으로 위상이 격상된 임창용은 최고 시속 158㎞에 달하는 ‘뱀직구’ 하나로 돌풍을 일으켰다.
옆구리, 머리, 어깨 등 릴리스포인트를 세 군데나 달리하며 던지는 그의 투구 스타일에 일본 타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임창용은 인터리그에서 고전했지만 센트럴리그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했고 마침내 일본 야구 역사상 세 번째로 데뷔 첫 해 30세이브를 돌파한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51이닝을 던져 삼진 50개를 잡아 이닝당 탈삼진은 1에 가깝다.
시즌 중반부터 투구 습성이 간파당했고 막판에는 등 통증이 겹치면서 세이브 행진도 주춤했으나 그만한 성적이면 첫 해 대성공을 거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야쿠르트가 강팀이었다면 임창용은 40세이브를 무난히 달성했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할 만큼 그가 일으킨 한국형 잠수함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는 주니치를 상대로 홀드 2개 5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용(龍) 잡는 용(勇)’으로 맹활약했다. 요코하마로부터 8개, 한신에게서 7세이브씩을 빼앗아, 세이브 적립에 큰 도움을 받았다.
연봉 30만달러짜리 선수에서 밀리언 달러 선수로 격상된 그가 내년에도 롱런 하려면 직구를 뒷받침할 싱커 습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밋밋한 슬라이더로는 일본 타자들의 집요한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외야 주전 굳힌 이병규
이병규는 올 시즌 타율 0.254를 때리고 홈런 16개에 65타점을 거뒀다. 타율은 지난해(0.262)보다 떨어졌으나 홈런과 타점(지난해 각각 9개.46개)은 늘어 일본 진출 2년째에도 나름대로 성공기를 써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병규는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의 배려 속에 중견수와 우익수로 꾸준히 선발 출장하며 붙박이 주전을 굳혔다. 시즌 초반에는 수비 중 허슬 플레이를 펼치다 어깨를 다쳤고 그 여파로 타율이 급격히 떨어져 2할3푼대까지 허우적댔지만 종반 톱타자로 기용되면서 화끈한 타격을 되찾았다.
9월20일 히로시마전부터는 12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며 주니치가 3위를 굳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공을 세웠다.
105경기에 볼넷을 23개밖에 얻지못하는 등 3할이 채 안되는 출루율과 타율은 저조한 편이나 전날까지 상대적으로 높은 장타율(0.419)로 팀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홈런은 리그 공동 12위, 타점은 14위에 올라 주니치를 대표하는 간판 외국인 선수로 자리 잡았다.
일본 데뷔 첫 해이던 지난해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른 그는 2연패에 도전한다. 18일부터 한신과 벌일 클라이맥스 시리즈가 관건으로 이병규는 한신전에서 타율 0.290에 홈런 3방을 남겨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계속 톱타자로 중용될 예정인 그가 지난해 요미우리와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처럼 올해도 포스트시즌에서 장타력을 발산한다면 더욱 주가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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