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배들이 이용하는 ‘Lock’ 시스템. 대형 철갑문이 물의 레벨을 조정한다.
Gatun 호수를 지나는 선박들.
철갑문 3개 빠져나오니 바로 대서양
‘락시스템’으로 수면 높인 후 배 올려
2012년부터는 초대형 선박도 통과 가능
칠일째-파나마 운하
지난 1999년부터 미국 정부에서 파나마 정부로 이양된 운하는 하루 40여척의 크고 작은 선박이 지나간다. 한 척이 통과하는 평균시간은 8시간으로 되어 있으나 우리의 경우 10시간이 소요됐다.
운하하면 보통 땅을 파헤쳐 양쪽의 물이 통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의 경우 ‘Lock’(열쇠, 잠근다는 뜻) 철갑문을 만들어 물을 가득 채운 후 배와 수면의 높이를 높인 후 다음 ‘Lock’에 배를 올려놓고 전진한다. 이와 같이 3번의 ‘Lock’ 시스템을 걸쳐 ‘Gatun Lake’ 까지 배를 올려놓은 후 반대쪽에서는 역시 ‘Lock’ 시스템으로 배를 내려놓고 태평양이나 대서양으로 내보낸다.
우리 배는 오전 8시에 바다 수면과 같은 레벨인 ‘Lock’에 들어선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또는 기록에 남기기 위해 카메라나 비디오로 찍느라고 야단이 났다.
거의 1,900명이란 인원이 배 위에서 비좁은 공간을 헤치며 난리를 치지만 별 사고 없이 서로 양보하면서 구경을 했다.
배가 Lock에 들어서면 선장은 아무런 일도 안 한다고 누가 이야기를 해주는데 Lock 주위에는 기차 길 같은 레일이 있어서 기관차와 비슷한 차량들이 배와 줄을 연결해 Lock에 물이 차면 끌고 간다.
3번의 시스템을 걸쳐 이 큰 배를 호수까지 올리는데 4시간 그리고 내려가는데 4시간이 걸렸다. 이런 시스템이 양쪽으로 설치되어 있어 옆에 있는 배를 보면 어떤 선박은 무역화물선, 어떤 선박은 우리와 같은 크루즈 등 또 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우리 배는 Lock을 기준으로 최대한의 사이즈로 만든 배였으므로 다른 배들과 비교가 안 되며 내려다보는 기분과 공연히 우쭐해지는 듯한 기분도 느꼈다.
첫 번째 두 번째까지는 배 위가 매우 분주했으나 점차 시간이 갈수록 똑같은 것을 반복하다보니 승객들은 방이나 다른 장소로 돌아갔다. 사람이란 미지의 세계나 새로운 이성, 새로운 여행, 여흥 취미 등을 추구하지만 조금만 반복되면 그 대상에 대해 시들어진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Gatun Lake의 크기와 높이는 알 수 없었지만 대단히 큰 호수로 수많은 배들이 차례를 기다리면서 정박해 있었다.
3번에 걸쳐 마지막 Lock을 빠져 나와 대서양 해안에 진입을 했다. 오후 6시30분이 되니 갑판에 전깃불이 켜지면서 해는 산과 바다 속으로 숨어버렸다.
이번에는 배 후미에서 파나마 운하의 마지막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인간은 위대한 동물이며 그 옛날 사람들의 수고로 좋은 구경을 했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담았다. 하나 아쉬운 점은 그렇게 아름답다는 파나마시를 보지 못한 것이다.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
오는 2014년부터 폭 49m의 대형 선박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게 된다.
파나마는 지난해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 기공식을 가졌다. 총 52억5,000만달러가 투입되는 공사는 오는 2014년께 마무리될 예정이며, 현재 운행되고 있는 2개의 운하 옆에 하나의 운하가 더 건설된다. 세 번째 운하는 길이 366m, 폭 49m, 깊이 15m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게 된다. 기존 두 개의 운하는 폭 32m의 선박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지금까지 ‘파나막스’(Panamax)급 선박은 파나마 운하를 운행할 수 있게 설계된 벌크선으로 6만~7만5,000톤급을 의미하는 용어로 정착돼 왔다.
이 공사는 대서양과 태평양 양 방향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현재 5,000개의 컨테이너를 수용할 수 있는 물동량이 1만2,000개까지 확대되는 만큼 파나마 운하는 세계적인 운하로 거듭나게 된다. 공사기간에 기존 운하는 그대로 운영된다.
이와 관련 파나마 운하청은 오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23억달러의 차관을 들여와 공사를 진행하는 한편 차관 상환을 위해 운하 이용료를 매년 3.5%씩 인상한다는 기본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파나마 정부는 현재 15억달러 수준인 한해 이용료 수입이 완공 후 50억달러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운하 이용료 수입을 갖고 차관을 상환하는 한편 국민의 40%에 이르는 빈곤층 해소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48마일에 불과한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선박은 지난 6년간 50%나 증가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대형 유조선 등은 통과할 수 없는 데다, 이용량이 늘면서 대기시간도 길어져 운하 확장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은 지구촌 전체 화물량의 4%에 이르며 이 중 3분의2가 미국 동부를 오가는 화물이며 그 다음으로 중국과 일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박창영 <여행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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