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두고 현재 거주하는 주택을 팔고 작은 주택이나 콘도 등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한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원만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측면과 은퇴생활이 가져올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에 거주하던 주택을 팔고 작은 주택이나 콘도, 타운하우스로 보금자리를 바꾸는 베이비부머들이 늘고 있다. 성장한 자녀들이 떠난 빈 집에 거주한다는 의미로 ‘빈집지기’(empty-nester)라고 불리는 이들은 거주하던 주택을 팔아 추가 은퇴자금을 현금으로 확보하고 재산세 감소와 간편한 생활 조건 등의 장점을 노리고 작은 주택으로 옮겨 간다. 7,500여명의 베이비부머들이 앞으로 15년 이내에 대부분 은퇴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들의 주거지 변화와 은퇴준비 동향이 미국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작은 주택으로 이사를 고려하고 있는 은퇴 예정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보금자리 축소의 지혜’를 정리해 봤다.
살고 있는 집 먼저 판 후 새 집 사야
현 거주지서 1백마일 내로 옮기면
인간관계·취미-사회활동 유지 가능
60대 강모씨 부부는 지난해 글렌데일의 3,400스퀘어피트(4베드룸) 주택을 78만달러에 팔고 발렌시아의 39만달러짜리 1,500스퀘어피트(2베드룸) 타운하우스로 이사했다. 글렌데일 주택은 미국에 이민 와서 처음 장만한 집으로 정이 많이 들었지만 큰아들이 출가하고 막내딸까지 대학에 입학해 집을 떠난 뒤에는 큰 집의 관리가 쉽지 않아 이사를 결심했다.
남편 강씨는 “두 내외가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아 적적했는데 집을 줄여 이사를 하니까 관리도 쉽고 타운하우스 단지에 내에 운동시설, 산책로, 테니스코트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부인 강씨는 “집을 줄여 이사를 하며 발생한 차액으로 은퇴자금에 여유가 생겨 남편과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만족을 나타냈다.
강씨 부부같이 은퇴 후의 적적한 ‘빈집지기’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활기찬 은퇴를 준비하는 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 회사 ‘헨리우드’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중산층 이상 베이비부머 58%가 10~15년 안에 작은 집으로 이사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소규모 주택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소형주택(1,200스퀘어피트 이하)의 시장 가치는 대형주택(3,000스퀘어피트 이상)에 비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사이트 zillow.com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소형주택의 시장 가치는 5.2%, 대형주택의 시장 가치는 3.2% 상승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은퇴 예정자나 은퇴자들이 보금자리를 축소하는 계획은 인생 황혼기에 내리는 중요한 결정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존 주택과 이사할 주택의 가격을 정확히 파악한다
전문가들은 “은퇴자들은 살던 집에 대한 애착 때문에 매매 가격을 높게 잡는 경우가 많다”며 “은퇴를 계획했고 이사를 결심했다면 주택시장에 대한 현실 감각을 냉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006년 최고치에 달했던 주택 시장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은퇴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욕심에 지나치게 높은 집값을 고수하다 보면 집을 팔기 어렵고, 집을 팔고 새로운 은퇴 생활을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실현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 지수 S&P/Case-Shiller 인덱스에 따르면 7월 현재 기존 주택의 전국 평균 매매기간은 11개월이다.
■작은 집으로 이사 간다고 무조건 절약되는 것은 아니다
집의 진정한 가치는 크기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스퀘어피트 당 가격을 따져야 한다. 실제로 전국부동산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콘도의 중간 판매 가격은 주택의 중간 판매 가격보다 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콘도나 타운하우스를 이사할 경우에는 매달 지출하는 관리비나 주택 조합비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또 콘도나 타운하우스 단지 내의 대형 공사가 필요할 경우에는 입주자들이 나눠서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목돈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작은 집에 맞춰 가구를 새로 구입하는 비용 등으로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헌집을 판 뒤에 새집 사라
잘 정리된 콘도 단지를 보면 내일 당장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급한 마음에 현재 거주하는 주택의 바이어가 나서기도 전에 매매를 기대하며 이사 갈 주택을 성급히 구입했다가는 2개의 주택융자와 2번의 재산세에 시달리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살림은 줄이지만 사회활동까지 줄이지 않는다
조용한 은퇴생활을 원한다며 너무 멀리 이사를 간다면 고립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에 자녀들을 따라 타주로 이사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현재 주거지에서 100마일 이내로 이사할 것을 권유한다. 은퇴 전에 형성한 네트웍을 유지하고 자연스럽게 은퇴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건강상태와 종교, 취미, 친구, 자녀들의 주거지 등을 고려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 LA인근 대표적인 은퇴도시
▲캐터럴시티, 리버사이드 카운티
인구: 5만 2,000명
주택 중간가격: 23만달러
평균 임금: 4만8,000달러
평균 연령: 32세
특징:팜스프링과 랜초미라지 사이에 위지한 도시로 이미 주택 가격이 상승한 두 도시보다 집값이 싸다. 샌타로사 마운틴에 둘러싸여 경관이 수려하며 주택 사이의 간격이 넉넉한 것이 특징이다.
▲헤밋, 리버사이드
인구: 7만명
주택 중간가격: 22만달러
평균 임금: 3만1,000달러
평균 나이: 44세
특징: LA와 샌디에고 중간에 위치한 조용한 소도시다. 사막의 특성을 보여주는 주변 경관이 특징이고 조용한 환경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은퇴자 주택 단지로는 ‘로열 할러데이’가 있다.
▲선시티, 리버사이드
인구: 2만3,000명
주택 중간가격: 20만 달러
평균 임금: 3만7,000달러
평균 연령: 66세
특징: 80년대 초반 은퇴도시로 미리 계획하고 설립됐다. 90년대에 크게 발전했으며 골프코스와 샤핑 단지, 테니스코트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애플밸리, 샌버나디노 카운티
인구: 7만명
중간 주택가격: 24만달러
평균 임금: 4만6,000달러
평균 연령: 35세
특징: 1988년에 설립된 신도시로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빅터빌에서 동쪽으로 10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 최근 고소득층 은퇴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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