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금융위기, 누구의 책임인가? 이토록 방치해둔 책임은 당연히 집권자 부시 행정부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업의 생존,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은 아랑곳없이 자기 이익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기업의 기본자산까지 바닥을 드러내놓은 대기업가들을 지금까지 방치해둔 책임은 일언이폐지 하고 위정자들에게 있다. 정부는 마땅히 적절한 규제로 이를 미리 예방했어야 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4일 전국에 생중계된 13분간의 프라임타임 특별성명을 통해 최근에 발생한 월가의 금융위기를 신속히 극복하기 위한 일연의 긴급조치로서 7,000억 달러의 국민 혈세를 방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않을 경우 곧 다시 당면하게 될 더 큰 위기를 제거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 였음을 강조하고 “국민드이 땀 흘려 바친 세금을 횡재로 거두어가려는 이른바 CEO 들의 횡포는 마땅히 법으로 규제해 놓을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영국 가디언 지는 금번 미국이 당면한 금융위기를 야기한 주인공으로 지목되는 소위 대기업가 CEO 들을 가리켜 “금융위기를 교묘히 피해가는 미국재벌 CEO 들”이라고 혹평했는가 하면, 월스트리트 저널도 “큰 손실을 낸 사람이 더 큰 보상을 받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비판했다. 노동자와 일반 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고액의 연봉은 물론, 고액의 퇴직금까지 챙기는 최고경영자들을 가리켜 ‘월가의 극히 독소적인 요소’라고까지 꼬집었다. 너무도 지당한 말이다. 일반 노동자 연봉의 무려 364배나 되는 평균 1,420여만 달러라는 거액의 봉급을 챙김으로써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이 특히 부유층을 감싸온 현 공화당 부시 정부에 있다고 필자는 본다.
지난 26일 첫 대통령 정책토론에 나선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72세의 경륜이 말하듯 자기가 차기 대통령에 선출되면 여하한 견습기간이 필요 없이 막바로 험난한 국내외 문제에 대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는 매케인 후보의 경륜은 인정하나 지난 8년간 공화당 부시 정부는 대내외 문제에 있어서 하나도 제대로 내놓을 만한 업적이 없고, 오히려 대다수 국민이 원치 않는 이라크 전쟁으로 고귀한 생명과 재산만 허무하게 축내고 있음은 물론 최근의 금융위기, 그리고 고자세 대외정책으로 자유진영 내에서도 고립을 면치 못하게끔 미국을 잘못 인도해왔다고 공박했다. 또 땅에 떨어진 미국의 대외 신인도를 회복함은 물론 국내문제에 있어서도 중간소득층의 획기적 감세조치와 아울러 저소득층이 부담할 수 없는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는 전국적 건강보험 제도를 하루속히 실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제 2008년 대통령 선거도 불과 1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고부동한 것은 공화, 민주 모두 전국 유권자의 40% 씩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20%를 제외한 공화당의 40%와 민주당의 40%는 하늘이 무녀져도 공화당이요 민주당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당락은 부동표 20%가 결정한다. 이 부동표를 얼마만큼 자기 앞으로 끌어들이느냐가 앞으로 남은 30여 일간의 관건이다. 첫 디베이트에서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는 외교나 경제면에서 경험을 과시하는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고 필자는 본다.
천재지변이 오는 것은 자연의 힘이요 대지의 위력이다. 피조물인 인간은 이에 대해 언제나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금융위기, 월가의 혼돈은 마땅히 인간의 힘으로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들이다. 위정자의 책임있는 도량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인간의 재해다. 따라서 현 집권정부가 피안의 화제인 것처럼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위정자의 바른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 차기 56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무엇보다도 먼저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책임 있는 참다운 지도자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열심히 버는 것보다 바르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느 목사님이 “사람의 욕심 때문에 경제적 버블이 생기고, 그 버블이 꺼지게 되면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기 때문에 경제 공황이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사람들의 군중 심리와 경제를 잘 이해한 해석이라고 생각되었다.
금융 위기를 일단 넘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정부는 7,000억 달러란 천문학 적인 돈을 투입해 월스트리트의 금융대란 대처에 나섰다. 그러나 이 돈 대부분은 근근이 한 달 벌어서 한 달 쓰는 일반 국민들의 가난한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세금이 줄어들기는커녕 정부의 씀씀이가 커지는 바람에 나라의 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고 결국 순간의 악순환을 막아보려고 정부가 나선 것이 구멍 뚫린 독에 물붓기가 될지, 아니면 정말 효과적인 처방이 될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서민 경제이다. 아무리 나라의 전반적인 경제가 악순환을 거듭한다 할지라도 국민들의 정신이 살아있고 어려움 속에서 배우려는 의지가 있으면 몇 년간의 고통은 넉넉히 이겨내고도 남는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다고 책임 전가를 하면서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자포자기 해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정말 그 고통은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렵게 되면 사람들이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들기 쉽고, 그에 따라 범죄가 늘어나고 탈세와 불법이 늘어나게 된다. ‘처자식이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는데 그까짓 법이 무슨 상관이냐’ 내지는 ‘부자들 망하지 말라고 돈을 쓰는 정부에 세금은 꼬박 내어서 무엇 하냐’ 등의 여러 감정적인 논리가 잘못된 판단의 정당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여유를 가지고 나중 결과를 생각하고 바른 판단을 하여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젊은 여성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남편 월급에만 의존하여 생활을 꾸려가던 주부였다. 그러던 중 남편이 남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보고 열심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동산 중개업 공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계획은 야무졌지만 몇 달 동안 아무런 실적이 없자 그녀가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바닥이 나고 어린 아이들을 맡길 여유도 없게 되자 친지들에게 돈을 꾸러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조차 돈 이야기에는 등을 돌렸다. 하물며 인연을 끊고 살자는 모진 대우까지 받았다. 이에 현실이 얼마나 차가운지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원하던 직장을 얻었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성공도 했다. 남편도 전문 직종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경제적 안정권에 들어섰다. 그러나 모진 현실을 한번 경험한 이 부부는 제일 먼저 빚 청산을 서둘렀다. 남들이 큰 집으로 이사 간다, 투자 한다 난리가 났을 때에도 땀 흘려 한푼 두푼 번 돈 외에는 믿지를 않았다. 남들이 미련하다고 손가락질할 때도, 예금은 바닥이 나고 직장도 없었던 그 때 매달 날아오던 청구서들의 악몽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가난한 처지를 비웃었던 사람들의 냉대를 상기하고 또 상기했다. 절대 투기에는 손 댈 생각도 없었고, 또한 돈이 돈을 번다는 월스트리트의 신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지도 안았다. 결국 그녀는 옳았다.
정부가 거액을 투자해서 금융 대란을 막아보겠다는 발상이 관철될지 안 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그러난 분명한 것은 오늘과 같은 때는 재테크 기술로 열심히 돈을 번 사람보다, 빚 안지고 돈에 욕심내지 않고 둘을 벌면 하나 저축해온 사람들이 신흥 경제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왕 배우려면 모질게 배우고 확실히 깨닫는 것이 바른 내일을 준비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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