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기도’ (A Thousand Years of Good Prayers) ★★★½(5개 만점)
12년만에 미국 사는 딸 방문한 아버지
세대와 문화차이의 갈등 담담히 그려
12년 만에 혼자 사는 딸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에서 미국을 방문한 아버지와 딸의 세대 및 문화 차이와 갈등을 다소 답답할 정도로 담담하게 그린 아담하고 지적인 소품이다.
감독은 ‘챈의 실종’을 만든 중국계 웨인 왕으로 감정을 극도로 자제해 작품의 주무대인 살균 처리한 듯한 딸의 콘도처럼 냉정하다. 중국인들의 얘기지만 상호 대화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아직도 공산주의를 믿는 나이 먹은 아버지와 미국화한 장성한 딸의 관계는 한국인들의 얘기라고 해도 되겠다. 구조와 분위기와 내용 등이 일본 감독 야수지로 오주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워싱턴 스포켄 공항에 도착하는 쉬씨(헨리 O)를 맞는 30대 이혼녀로 대학 도서관 사서인 딸 일란(페이 유)의 태도가 아주 냉담하다. 딸은 차갑지만 쉬씨는 온화하고 사귀고 대화하기가 쉬운 사람. 아이로니컬한 것은 쉬씨가 딸보다 공원에서 알게 된 파시어를 쓰는 아랍계 여자와 상호 의사소통이 더 잘 된다는 점. 후에 일란은 아버지에게 자기는 중국어보다 영어를 써야 더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또 자유롭다고 고백한다.
일란이 출근하면 쉬씨는 방 안에서 영어공부를 하거나 콘도의 풀가에서 일광욕을 하는 여자와 서툰 대화를 나누거나 아니면 공원에 가서 파시어를 쓰는 중년 여인과 손짓 발짓을 해가며 대화를 나눈다.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은 저녁식사 때 뿐. 그리고 일란은 아버지에게 미국 관광을 떠나라고 종용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녀간 긴장감은 자꾸만 팽팽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아버지와 딸의 과거가 밝혀진다. 쉬씨가 못마땅한 것은 일란이 러시아에 아내가 있는 보리스와 밤늦도록 데이트하는 것. 쉬씨가 딸의 불행한 삶을 따지고 들면서 둘은 크게 다툰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쉬씨가 뭔가 할 일을 찾고 또 대화를 나눌 사람을 찾는 것에 할애하는데 쉬씨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헨리 O와 페이 유 두 사람 모두 대조적 연기를 잘 한다.
성인용. 로열(310-477-5581), 타운센터5(818-981-981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이글 아이’ (Eagle Eye)
셀폰으로 걸려온 공포의 메시지
시간과 숨 가쁜 다툼을 벌이는 일종의 공상과학 스릴러로 셀폰과 I파드 등 온갖 최신 기기에 의해 우리들의 삶이 좌지우지 되는 요즘 현실에 잘 어울리는 얘기다.
청년 제리(샤이아 라부프)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레이철(미셸 모나핸)은 정체불명의 여인으로부터 자신들의 셀폰에 걸려온 내용에 의해 이 여인의 지시에 따르게 된다. 전화는 두 사람의 목숨과 가족까지를 위협하면서 둘을 극도의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정체불명의 여인은 최신 기술을 동원, 제리와 레이철의 일상을 완전히 장악하고 상황이 악화하면서 두 평범한 남녀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되어 FBI의 추적을 받는다. PG-13. 전지역.
■‘8월의 저녁’ (August Evening) ★★★½
어느 불체자 가족의 고난 스토리
텍사스에 사는 불체자 가족 구성원 간의 긴장된 관계를 그린 아름답고 평화롭고 고요한 영화로 다소 느리지만 감동적이다. 이 영화 역시 여러 가지 면에서 야수지로 오주를 연상케 한다.
오두막집에서 아내와 젊은 미망인인 며느리 루페와 함께 사는 하이메(비배우 페드로 카스타네다의 자태와 연기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는 잇달아 불상사를 당한다. 아내가 죽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살던 집에서도 쫓겨난다.
하이메는 자기를 친 아버지처럼 지극히 돌보는 루페와 함께 샌안토니오에 사는 아들과 딸의 집을 전전하며 잠시 신세를 지나 결국 다시 루페와 함께 먼저 살 던 곳으로 돌아온다. 한편 루페는 샌안토니오에서 만난 청년 푸주한 루이스의 끈질긴 구애를 받으나 하이메 때문에 이를 거부한다. 성인용. 일부 지역.
■‘운 좋은 사람들’ (The Lucky Ones) ★★★½
여행중 만난 세 사람의 훈훈한 인간미
이라크전과 관련된 로드무비
이라크전과 관계된 로드무비로 순진하고 사실적이다. 서로 모르던 세 사람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고 또 인간적 관계를 맺는 내용인데 무엇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착한 인간성을 과장됨 없이 아름답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인간미가 훈훈하게 느껴지는데 여행 중에 만나는 갖가지 사건들도 재미있고 모두 불확실한 미래에 봉착한 주인공들의 얘기에 코믹한 채색을 적당히 잘해 기분 좋게 우습고 감동적인 코미디 드라마가 됐다.
서민적이고 솔직하고 활달한 여군 칼리(레이첼 맥애담스)와 신중하고 마초 기질이 있는 TK(마이클 페냐) 그리고 50대의 예비군 치버(팀 로빈스)는 이라크 파견근무 후 귀국하는 기내서 처음 만난다.
다리를 다친 칼리는 전사한 자기 애인의 기타를 라스베가스에 있는 애인의 부모에게 돌려주기 위해 가고 파편에 성기를 다쳐 발기가 안 되는 TK는 약혼자를 만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시 베가스로 향한다. 둘은 한 달 휴가를 받았다. 한편 치버는 2년 근무 끝에 제대를 해 세인트루이스 아내와 고3 아들이 있는 집으로 간다.
그런데 뉴욕공항에서 정전사고로 비행기가 며칠씩 지연 출발하게 되면서 셋은 렌터카를 타고 치버의 집이 있는 세인트루이스로 달린다. 셋이 동행하면서 이들의 사람 됨됨이가 상호간 대화와 각자의 행동에 의해 밝혀지는데 그런 묘사가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다.
그런데 치버가 집에 도착하니 아내는 대뜸 이혼을 요구하고 아들은 스탠포드에 입학됐으나 2만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내의 이혼 요구에 충격을 받은 치버를 동정하는 칼리와 TK는 다시 렌터카를 타고 셋이 덴버를 거쳐 베가스로 달린다. 이 도중에 대형 교회의 예배시간 에피소드와 함께 부잣집에 초청받은 세 사람 중 치버의 섹스 코미디가 연출된다. 세 명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다소 작위적이긴 하나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편안히 처리해 기분 좋다. 세 배우의 연기가 아주 좋다. R. 아크라이트
(323-464-4226), 센추리15(310-289-4AMC) 등.
■‘날들과 구름들’ (Days and Clouds) ★★★
남편의 실직이 가져온 격변
풍족하게 살던 이탈리아의 중류층 부부의 삶이 남편이 실직하면서 격변을 맞게 되고 부부는 역경을 겪고 나서야 진실로 귀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적인 드라마.
제노아에서 보트까지 소유하면서 잘 살던 미켈레와 엘사의 20년간의 결혼생활을 미켈레가 자기가 세운 회사가 합병이 되고 이와 함께 사장자리에서 쫓겨나면서 격심한 변화를 겪게 된다. 돈이 넉넉해 직장 다니는 대신 미술사를 공부한 엘사와 미켈레는 파산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막일도 마다하지않고 이 일 저 일을 하지만 집도 팔고 보트도 팔고 단칸방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부부간의 갈등이 폭발지점에 이르면서 둘은 갈라서는데 그때서야 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서로를 맺는 사랑임을 알게 된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원콜로라도(626-744-1224).
■‘시애틀의 전투’ (Battle in Seattle) ★★★
WTO 회담 때의 과격 시위대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기간에 발생한 대규모 시위와 이 혼란 속에 빠진 몇 사람들의 상호 연관된 얘기를 기록영화 식으로 그린 드라마.
거대 기업체들의 지구환경과 제3세계 사람들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에 저항하는 민초 행동주의자들의 시위는 처음에 평화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소위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하는 일단의 과격파들이 시애틀 다운타운의 건물들을 파괴하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된다.
영화는 이런 상황에 처한 4명의 행동대원들과 기동경찰과 시장과 TV 기자 등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R. 랜드마크(310-281-8233).
■‘7인의 사무라이’ (Seven Samurai·1954)
필견의 걸작 사무라이 영화
일본의 명장 아키라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명배우 토시리 미후네가 주연하는 흑백 걸작 사무라이 영화로 새 프린트로 상영된다. 16세기 일본. 계곡 속에 있는 한 가난한 농촌 주민들은 해마다 추수 때가 되면 마을을 습격, 양식을 약탈해 가는 산적 떼들에게 시달린다. 이들은 견디다 못해 큰 마을을 찾아가 자신들을 산적들로부터 보호해 줄 사무라이들을 고용한다. 이들이 고른 사무라이들은 각양각색의 7인의 낭인들. 7인은 마을 주민들을 훈련시켜 조총을 갖춘 산적들과 결사의 대결을 치른다. 141분. 26일 하오 7시30분 린우드 극장(1313 Vine St.). (사진)
이어 27일 하오 7시30분부터는 쿠로사와의 또 다른 걸작 사무라이 영화 ‘란’(Ran·1985)이 상영된다. 둘 다 필견의 명작들이다.
■‘여왕 라켈라의 놀라운 진실’
(The Amazing Truth about Queen Raquela) ★★★
성전환 창녀의 꿈 이루기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 파리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인 필리핀의 성전환자 창녀 라켈라의 얘기를 실제 성전환자들을 기용해 묘사한 흥미 있는 유사 기록영화. 세부시의 창녀인 라켈라는 소위 ‘레이디보이’인 성전환자로 세부를 탈출, 파리에서 사는 것이 꿈. 라켈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창녀 노릇을 포기하고 보다 장사가 잘 되는 인터넷 포르노업에 뛰어든다. 여기서 큰 인기를 얻게 된 라켈라는 아이슬랜드의 ‘레이디보이’인 발레리의 주선으로 일단 아이슬랜드로 간다. 그리고 라켈라는 거기서 생선가공 공장에 2개월간 취업, 파리행 여비를 모은다.
라켈라를 파리로 초청하는 것은 뉴욕에 있는 라켈라의 고용주인 인터넷 포르노업주 마이클. 마침내 라켈라는 파리에서 꿈같은 날들을 보낸 뒤 다시 세부로 돌아간다. 포르노 동화 같다. R. 일부 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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