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선생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따님에 대해선 너무 무지해서 퍽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며칠 전 한국일보에 도산 선생 따님인 커디 여사의 글이 실렸다. 도산 선생을 만난 듯 기뻤다. 자신이 공화당원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는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보인다.
커디 여사는 오바마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강한 지도자”라는 판단이 그를 지지하게 된 동기라고 한다. 내 욕심 같아서는 “미국을 단결시킬 오바마”라는 표현에다 “지구촌을 단결시킬 오바마”라는 말을 더 첨부했다면 오바마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됐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도 커디 여사의 주장에 모두 동의한다. 다만 소수민족에 속하는 미주 동포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분단된 민족이라는 배경을 가진 동포의 입장에서도 후보자를 검증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바마도 우리와 같이 소수민족에 속하고 소수민족 중에서도 유일하게 우리는 분단민족이라는 사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소수민족으로서 오바마도 우리와 같이 멸시와 조소도 경험했을 것이며 인종갈등에 고민도 했을 것이다. 스탠포드대학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인종문제에 대한 편견이 없다면 오바마가 매케인을 6% 더 앞지를 수가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국대선에서도 분명하게 인종문제가 적용되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다.
오바마는 동양사람 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이복여동생이 인도네시아계고, 매제가 중국계라는 사실로도 아시아인을 이해하는데 남다를 것이라는 여사의 지적은 아주 설득력이 있다. 오바마의 소수민족 중소비지니스를 위한 보다 많은 투자계획도 우리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무엇 보다 그의 아버지가 아프리카의 케냐 출신이라는 점도 이민자들의 고충을 보다 잘 이해할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의 지도자에 따라 우리 민족의 운명이 실지로 좌지우지되었음을 우리는 똑똑히 봤다. 가까운 예로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의 대한반도 정책은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이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평화와 대결 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매케인은 부시가 진행하는 ‘6자회담’은 물론이고 클린턴의 북핵타결도 강도 짙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처음부터 지지하고 대화보다 힘을 앞세우는 외교를 천명하고 있다.
오바마는 클린턴의 북핵합의도 지지했지만, 부시의 북핵해결도 지지한다. 그는 ‘2.13 합의’를 “대화와 타협으로 성공하게 될 표본”이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핵없는 세계’를 외치고 ‘핵군축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라크 전쟁을 처음부터 반대한 오바마는 부시의 일방적 힘의 외교가 끝내 국제고립을 자초하고 미국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한다. ‘선제타격’(Pre-emtive Strike)이 근간으로 돼있는 소위 ‘부시 독트린’은 국제외교의 참패를 낳았다. 그런데, 세상이 다 아는 ‘부시 독트린’을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모른다니… 참으로 웃지 못 할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미국 대선은 우리 민족의 운명에 결정적 변수일 뿐만 아니라 세계평화의 변수가 될 것이다. 호전적 매파인 매케인과 대북강경일변노선을 추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결합은 남북 간의 대결과 반목으로 긴장이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오바마의 승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또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 복원되고 높은 단계로 관계가 진전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가 있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동포들의 귀중한 투표는 미국의 대선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데 기여함은 물론이고 동포들의 단합된 힘을 미주사회에 과시할 기회이기도 하다. 후보자 선택의 기준은 국내문제도 중요하지만 외교정책, 특히 우리 민족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한반도정책을 고려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겠다. 93세의 나이에도 커디 여사가 미국정치에 관심을 갖고 ‘한국일보’에 글을 올렸다는 것이 잘 믿어지질 않는다. 좋은 글을 접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자주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도산 선생을 존경하는 한 동포로서 커디 여사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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