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볼티모어 시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동포 상인들은 좌불안석이다. 직접적인 주 타깃이 되고 있는 리커 스토어뿐 아니라 캐리아웃, 그로서리, 심지어는 세탁소까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볼티모어 시장 주도하에 패드락 법이라는 기상천외의 악법을 통과, 실행시켜 이미 한인업소 하나가 1년 영업정지를 당해 온가족과 이 업소와 경제적으로 연관된 모든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최근엔 6개 한인업소를 포함한 10개 업소가 이 법에 적용되어 영업정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 동포 업주들이 낙심하고 또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속되는 불경기로 인해 낙담하고 있는 시점에 이중고를 짊어지게 하는 청천벽력이다.
치안확립을 이유로 지역 범죄의 책임을 상인들에게 전가하는 패드락 법(Padlock Law, 영업정지법)은 업소 주변에서 일어난 마약이나 범죄관련 사건으로 24개월 이내 2번 이상 경찰의 지적을 받으면 ‘공공불법행위’ 적용대상이 되어 공청회를 거쳐 공권력으로 영업정지를 명령하는 악법이다. 과연 볼티모어 시에서 이 법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업소는 얼마나 될까?
근자에 경찰을 앞세워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시장은 시의회 의장 시절 저지른 부패 스캔들에 대한 여론의 따가움을 희석시키는 물타기 수법으로 한 건 크게 올려야 한다는 강박감에 더욱 날뛰는 듯하다. 또 젊은 피로 교체된 시의원들도 그들의 정치자금의 막강한 후원인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인적 후원인 커뮤니티 리더들의 요구에 편승하고 재선을 위한 치적을 남기기 위해 이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덩치 큰 리커업소를 닫게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전시효과도 있으며 게다가 조직력이 약한 우리 한인들을 그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치안유지의 책임이 경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제 불능, 불가항력의 업소주변 범죄를 상인들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그들의 직무유기이며 위헌의 소지가 많아 종국에는 헌재의 소원까지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 법안의 최초 피해자인 린던바의 리커 라이센스 리뉴얼건에 대한 항소심이 오는 23일 9시 30분부터 순회법원(Fayette St. & Gay St)에서 열린다. 이 판결은 우리 한인 동포들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이 심리에서 재판부가 시의 손을 들어주면 우리들에게 불리한 선례를 남겨 판례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재판심리의 속성상 향후 재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한 업소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제2, 3, 4의 피해업소가 줄지어 나올 수 있는 악법이며 우리 모두가 초미의 관심사로 적극 대응해야 할 생존권의 문제다.
근 2주일을 매일같이 악법의 부당성과 예기치 못한 피해에 대한 호소를 침묵시위로 표현하고 있는 린던바의 업주인 임씨 가족의 불행은 남의 일이라 치부할 수 없는 우리 현실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더위와 갈증에 짜증을 부리며 유모차에 실린 세 살짜리 천진난만한 어린 딸이 이 불행의 가장 큰 희생자라 여겨지며 연민의 쓰라림과 이민자의 설움이 아프게 가슴을 찔렀다.
최근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임씨의 눈물어린 참회는 동석한 단체장들과 관계자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솔직히 저는 5년 동안 이 업소를 운영하면서 신문지상에서 왕왕 거론되는 다른 동포업소들의 문제에 무관심했습니다. 남의 일로 여겼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저희가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동포들의 도움이 절실함을 느꼈습니다. 비록 동포들이 도와주지 않는다 해도 저희들은 원망할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 가게만큼은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날 일이 없다는 자만과 안이함이 오늘의 불행을 자초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항상 도와주시는 한인 단체들과 개인들이 한없이 고맙기만 합니다”며 눈물을 훔쳤다. “저희 사건은 너무 늦었습니다. 저희는 모든 것이 재판을 통해 결정이 나는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시위를 하실 때도 저희들을 거론하지 마시고 이 악법의 부당성에 대해서만 항거를 해주십시오. 원컨대 모두 힘을 모아 또 다른 피해동포들이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교훈을 다른 피해자와 함께 나눌까 합니다”며 고마움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과거 시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피나는 업주의 노력과 한인사회의 단결된 힘으로 마침내 승리로 이끈 박선찬 씨 업소건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갖고 있다. 단합된 한인동포 사회의 힘으로 독단의 공권력을 막아낸 쾌거였고 뭉치면 아무리 강력한 불의의 잡단이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가슴 뿌듯한 대동단결이었다. 이 악법의 저지와 부당성을 알리는데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조용한 평화적 시위를 통하여 단합된 우리 자랑스런 한인들의 지적인 도발로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자산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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