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의 금융 쓰나미의 파괴력과 여진은 경제 문외한들에게도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많이 샀던 결과로 도산의 위험성에 처했다가 290억 불의 연방 지불보증으로 모건 체이스에 팔린 베어 스턴스 투자은행(Investment Banker: IB)의 경우가 시발점으로 그 이후 6개월간 미국 금융 위기는 심각 일로를 내달려왔다. 미국 모기지의 반 이상을 소유하거나 지불보증을 하는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이 위태로워지자 연방 정부가 2,500억 불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 두어 주 전인데 지난 주말에는 미국 IB 중 크기로 넷째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더니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는 파산의 경우 그 피해 파장이 예측불허라면서 연방 정부가 810억 불을 들여 그 회사의 80%를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의 전대미문 사건이 전개되었다. 그래도 월 스트리트의 증권시장의 폭락이 한국, 러시아의 증시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5등급 미국 금융태풍, 또는 쓰나미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동반 붕괴시킬 가능성 때문에 도합 1조 달러가 들지, 얼마가 들지 모르지만 미국 정부가 금융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자본주의의 근본 모형에 대한 지각변동에 해당되는 사태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1929년의 경제 대공황이 재연되어 금융시장의 붕괴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및 사회의 멜트다운(Meltdown)이 초래될까봐 취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Meltdown이 무엇인가? 원자로의 중심부분이 녹아버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주의 원전 발전소의 원자로가 meltdown 되면 그곳의 반대편에 있는 중국 어디에까지 구멍이 뚫려 상상할 수도 없는 재해가 생길 것이라는 China Syndrome을 두고 하는 말이니까 그야말로 세기말 아니면 인간 역사의 종장까지도 갈 수 있는 심각한 장래에 대한 약어이다. 미국 정부의 최근 조치는 사실상 금융의 아마겟돈을 두려워해서 취해진 극약처방일 것이다.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나? 소위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끝없는 탐욕과 안하무인격인 교만심을 이유로 드는 사람들이 있다. 워낙은 남의 돈을 맡아 투자해줌으로써 수수료로 돈을 벌던 IB들이 1980년대부터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도 어려운 ‘금융파생상품’에 투자해서 단기간에 큰돈을 벌게 되는 가능성에 현혹되어 모기지 묶음 채권 등을 사고팔고 하는 현상이 있게 되었다. 또 일반은행들도 IB의 투자금융업을 겸하는 일이 허용됨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들이 은행 장부에 수두룩 쌓이게 되고 모기지 지불불능으로 인한 압류 매물의 엄청난 증가와 주택시장의 붕괴로 은행들마저 자금줄의 경색을 맞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IB들의 펀드 매니저들이나 중심 간부들은 자꾸 사고파는 과정에서 엄청난 보수를 받게 되기 때문에 연봉은 30만 불이지만 보너스가 300만 불이 되는 기현상이 탐욕을 잘 표현한다. 미국 제일의 IB인 골드만 색스가 2007년에 보너스로 121억 불을 풀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 크다. 30대에 연봉과 보너스가 1,000만 불에서 1억 불 정도니까 하늘이 돈짝 만하게 보여 자기들이 “우주의 새 주인들”이라는 신성모독적인 교만감에 빠져들기도 쉬웠을 것이다.
월 스트리트의 성좌들이 하나씩 둘씩 몰락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 판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하는 외국 논객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세금을 내지 않는 일반 납세자들에 대한 처벌은 신속하고도 가혹한 반면 금융제도에 불을 지르고 결과적으로 납세자들 전체에게 수천억 불의 손해를 끼친 무모한 은행가들은 감옥에 가기는커녕 많은 경우 ‘황금의 낙하산’ 계약으로 엄청난 퇴직금을 받게 되는 모순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정부 후원기관’(GSE)인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 사장들이 해직되면서도 2,500만 불의 퇴직금을 받게 되어있다. 연방 의원들이 퇴직금 지불을 반대하고 나섰지만 해당 분과위원회의 주요 의원들이 그 두 회사의 강력한 로비에 영향을 받아 현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는 모순을 지적할 수 있다. 자기 탐욕을 위해 남의 돈을 무모하게 투자했다가 회사를 파산 지경에 몰아넣은 자들은 형사적 소추에 처해져야 마땅하다는 견해에 귀가 기울여지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좌우간 미국 발 경제 쓰나미의 종국은 어찌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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