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봄 진기록 희비주역 박찬호와 타티스
’따로 또 같이’
그날 이후 10년
---------------
올해도 같이 부활
최근에 따로 명암
---------------
박찬호(LA 다저스)는 1994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한양대 재학중 한국을 방문한 다저스 스카웃의 눈에 띄어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빅리그로 직행했다. 그러나 두해동안 그는 사실상 마이너리거였다. 첫해 메이저 마운드 답사는 2게임 4이닝에 불과했다. 공은 빠르고 힘이 있었으나 투박했다. 요리솜씨 또한 부족했다. 1홈런을 포함해 5안타 5볼넷으로 5실점했다. 그러나 싹수있는 공이었다. 6삼진은 운치기로 낚은 게 아니었다. 이듬해 1995년에도 박찬호는 2게임 4이닝 투구에 그쳤다. 피안타(2개) 볼넷허용(2개)이 준 만큼 실점(2점)도 줄었다. 대신 삼진은 7개로 늘었다.
박찬호는 그런 가운데 속성으로 숙성됐다. 1996년, 우선 출장게임(48G)이 확 늘었다. 그중 10게임은 선발출장이었다. 도합 108.2이닝을 던졌다. 첫 승리도 첫 패배도 그해에 맛봤다(5승5패). 1997년은 그에게 선발로테이션 본격합류의 해였다. 그가 뛴 32게임 중 29게임이 선발이었다. 192이닝동안 149안타(7홈런)를 맞고 166삼진을 낚으며 80실점한 가운데 14승8패를 기록했다. 일약 퀄러티 피처 대열에 들었다. 1998년엔 더 약진했다. 34게임 모두 선발로만 뛰었다. 220이닝동안 199안타(16홈런) 97볼넷으로 101점을 잃고 191삼진을 낚으며 15승9패로 시즌을 마쳤다.
페르난도 타티스(뉴욕 메츠)는 박찬호가 다저스의 선발투수로 입지를 거의 굳힌 1997년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나이 차이는 1년6개월(박=73년6월생, 타티스=75년1월생). 타자인 타티스는 첫해 두어게임 걸러 한번씩 출장했다. 60게임에서 223타수 57안타(8홈런) 29득점에 타율 2할5푼6리를 기록했다. 그는 2년차인 1998년 거의 풀타임 메이저리거 가 됐다. 레인저스에서 95게임(330타수 89안타 41득점, 타율 2할7푼)을 뛰고 새 둥지 카디널스에서 55게임(202타수 58안타 28득점, 타율 2할8푼7리)을 소화했다. 홈런은 레인저스에서 3방, 카디널스에서 8방을 쳤다.
1999년 4월23일. 다저스의 희망투수 박찬호와 카디널스의 희망타자 타티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무한, 그리고 십중팔구 후무할’ 진기록을 합작(?)했다. 한 이닝에 한 타자가 한 투수로부터 두차례 만루홈런. 박찬호는 충격에 깔리지 않았다. 13승11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타티스는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그해 34홈런을 쳐 왕대포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2000년과 2001년. 둘의 궤적은 너무나 달랐다. 박찬호는 2000년 18승10패, 2001년 15승11패로 다저스를 넘어 전국구 에이스급이 됐다. 프리에이전트가 된 그는 01-02년 겨울 텍사스 레인저스가 내민 5년 6,500만달러 계약서에 사인했다. 타티스는 2000년부터 돌연 미끄럼틀을 탔다. 부진에 부상에 왕대포는 고사하고 출장횟수(96게임) 자체가 뒷걸음질쳤다. 타율(2할5푼3리, 324타수 82안타)도 떨어졌다. 홈런은 1999년보다 16개나 줄어든 18개에 그쳤다. 카디널스는 그를 방출했다. 그는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 짐을 풀었다. 거기서도 그는 방망이 이전에 몸이 말이 아니었다. 비정규직 메이저리거나 마찬가지였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박찬호는 박찬호가 아니었다. 부상에 부진에 악순환을 거듭했다. 던지는 족족 맞기 일쑤였다. 놀란 라이언의 계보를 잇는 텍사스 특급은 고사하고 마이너행이나 DL(부상자)행 특급처럼 돼버린 그를 레인저스는 결국 내보냈다. 2005년 샌디에고 파드레스에 둥지를 차린 박찬호는 거기서도 밀려났고, 2007년 뉴욕 메츠와의 만남도 단막이었다. 타티스의 시련도 끝이 없었다. 2003년과 2004년에는 아예 메이저 필드에 얼씬도 못했다. 와신상담 끝에 200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었으나 겨우 28게임에 출전해 땜빵노릇을 하다 또 ML 시야에서 사라졌다.
2008년. 둘 다 부활했다, 박찬호는 처음처럼 다저스에서, 타티스는 박찬호가 스쳐간 뉴욕 메츠에서. 간간이 선발투수(5게임)로 주로 불펜요원(45게임)으로 93.1이닝을 소화한 박찬호는 현재 91안타(12홈런) 33볼넷 78삼진 36실점(29자책점) 방어율 2.80을 기록했다. 18일 현재, 4승3패 2세이브4홀드에 2차례 세이브실패다. 타티스는 92게임에서 273타수 81안타 47타점, 타율 2할9푼7리로 데뷔 이후 최고성적을 냈다. 두자릿수 홈런(11개)을 친 것은 6년만이다. 박찬호도 타티스도 유망주 시절 ‘예고된 가능성’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지만, 올해 이전 몇년동안 바닥이나 장외에서 헤맨 것에 견주면 놀라운 부활이다.
올 시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요 며칠 사이에 둘의 궤적이 다시 엇갈린다. 8월말-9월초 다소 가라앉았던 박찬호는 중요승부인 1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1.2이닝 무실점 피칭을 하는 등 최근 안정세로 돌아섰다. 스스로 ‘올해의 부활선수’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자신의 부활에 자신도 놀랐던 타티스는 올시즌을 접었다. 부상의 덫이 다시 그를 덮쳤다. 16일 워싱턴 내셔널즈와의 경기에 외야수로 출격한 그는 5회 수비 때 상대투수 오달리스 페레스가 친 2루타를 막바로 잡으려고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오른쪽 어깨 탈골 부상을 입었다. 지긋지긋 부상끝에 빚어온 그의 부활시즌은 부상으로 조기에 종영됐다. 메츠의 제리 매뉴얼 감독은 말했다. 지금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데 큰몫을 한 그를 잃는다는 건 정말 맥빠지는 일이다. 반면 박찬호는 지금 다저스의 1위 굳히기에 힘을 보태며 포스트 시즌 마운드에 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