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하MB) 정부의 대북정책이 주도적인 변화를 보여 준다. 북한의 ‘비핵, 개방’만을 내세우던 기세와는 사뭇 다르다. ‘상생과 공영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남과 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과 공영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 천명한다. 뒤이어 통일부는 “우리 정부 대북정책의 공식명칭, 공식테마를 ‘상생과 공영’으로 하고, 이를 기본으로 해서 “향후 5년간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다.(통일시대 9. 참조)
한반도를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관리하겠다는 MB정부의 새로운 비전이다. 그동안 구호로만 들리던 대북 ‘비핵, 개방, 3000’정책이 구체적이고, 실천적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10년 만에 돌아 온 보수. MB정부가 내세우는 ‘남북 상생, 공영 정책’의 그 출발점을 살펴볼 때다. 1991년 12월 13일, 남북한 당국이 합의, 서명한 역사적인 문건이다. 전문과 4장 25조로 짜여 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다.
이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1991년에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되었고 1992년부터 효력이 발생했으며 지금 북한에서도 남북기본합의서가 공식 인정되고 있다”면서, “그 이후에 남북 정상이 새로 합의한 것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남북한 합의 정신은 1991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로서 그 정신이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하여 왔다. 그동안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논의되던 남과 북 사이의 ‘화해’와 ‘교류, 협력’이 ‘상생과 공영’으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
남북 화해, 불가침, 교류합의서에서 말하는 정신은 뚜렷하다. “남과 북은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례의 뜻에 따라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하고 *정치,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여 민족적 화해를 이룩하고 무력에 의한 침략과 충돌을 막고 긴장 완화와 평화를 보장하며 *다각적인 교류, 협력을 실현하여 민족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도모하며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고 *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짐”하면서 밝힌 합의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여기서 말하는 ‘조국통일 3대원칙’만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첫째, 자주통일, 둘째, 평화적 통일, 셋째는 사상, 이념, 제도 차이를 초월,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하나로 관통하는 정신은 자주와 평화와 민족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남과 북 관계가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한 대목이다. 남북문제는 ‘한민족 문제’요, 한반도 ‘내부문제’라는 것이리라.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다짐한 정신과 합의, 서명한 4장 25조 각 내용을 살펴보면 안될 일, 풀지 못할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오즉했으면 북측대표단 단장,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무원 ‘연형묵 총리’는12월 12일 오후, 역사적인 남북기본합의서 대강을 타결시킨 후 “이런 속도로 가면 오는 96년까지 남북통일이 이뤄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을까. 그러나 남북을 가르는 현실은 냉엄한 것, 북한의 핵문제가 한반도를 강타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한반도에 먹구름이 깔린다. ‘9.9절’이후, 나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병상 통치설’은 고질적인 대북 불신과 불안을 부채질한다. 사실, 6자회담을 외면하고, (핵시설의) 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고 나서는 북한이다. 식량난까지 겹친 북한이기에, 만에 하나 균형의 한 축이 무너지고 힘의 공백이 몰고 올지도 모르는 ‘파국’까지 말하는 요즈음이다.
남과 북은 더 이상 못 본척해서는 안된다. 신뢰를 북돋울 소통의 길 또한 마련해야 한다. 남북기본합의서와 함께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까지도 존중하는 열린 자리를 마련 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한반도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 주인은 7천500만, 우리들이다. 한반도 경제공동체에 대한 열정과 주인의식을 나누며 화합과 평화의 길을 걷는다면, ‘남북 상생, 공영의 길’은 기필코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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