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협회 환자와 가족 위한 ‘암 극복 세미나’ 지상중계
“암 치료에서는 환자 스스로가 리더가 돼야 합니다.”
지난 6일 LA 한인타운 내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에서는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 주최 암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암 극복 세미나’가 열려 200명 넘게 참석하는 등 암 치료와 관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는 물론 그 가족도 큰 충격에 빠지만 암은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다. 더구나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하다. 이날 암 전문가들은 “환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 자세로 치료에 임하면 암 극복에 큰 힘을 얻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도로시 박 혈액암 전문의, 연혜영 암 내과전문의, 한효구 암 내과전문의,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 USC 노리스 암 센터의 제시카 전 영양사, 김성희 암 전문 간호사 등 전문가들이 나와 암 치료에 대한 이해와 의료진과 대화하는 방법, 항암치료 시 식생활, 통증관리 등 암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들에 관해 강연했다.
유방암 세포(위)와 뇌암 세포 모습. 암 치료에는 환자의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겨내겠다’ 적극적 자세 중요… 조기 발견하면 완치할 수도 있어
치료 방법은 완치 가능성과 나이·건강상태·부작용 등 고려해 선택
항암 치료 중에는 안전 입증되지 않은 약물은 피하는 게 현명
■암 치료에 대한 이해
암 진단 검사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40세부터는 매모그램(mammogram, 유방촬영술)을 한다든지, 50세부터는 대장내시경(colonoscopy)을 시작하는 등의 스크리닝 테스트(선별검사)를 통한 조기 검진은 암 예방 및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암 진단 검사에는 위 내시경(EGD), 대장 내시경(colonoscopy), 기관지 경술(bronchoscopy) 등이 있으며 초음파, 매모그램, 컴퓨터 단층 촬영(CT scan), 자기공명 영상(MRI scan), 양전자 단층 촬영(PET scan), 뼈 스캔(bone scan) 등 영상 검사, 바늘 생검(needle biopsy), 수술 생검 등 병리학 전문의가 담당하는 조직검사가 있다. 양전자 단층 촬영은 비교적 최근 나온 것 중 하나로 다른 곳 전이 여부 판독을 위해 검사한다. 유방암의 경우 최근에는 컴퓨터 단층 촬영과 양전자 단층 촬영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검사는 치료와 어떤 암인지를 알기 위해 하며 이 검사를 통해 치료가 달라질 수 있어 중요한 과정이다.
암 진단을 받게 되면 치료 과정에서 환자는 그야말로 여러 의사를 만나게 된다. 암 치료는 팀을 이루게 되는데,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의, 미용이나 재건술의 경우에는 성형외과의, 생검 및 수술 조직의 병리학적 진단을 담당하는 병리학 전문의, 영상 촬영 검사를 담당하는 방사선과 전문의, 방사선 치료를 담당하는 방사선 종양학 전문의, 화학요법 및 항암제 치료를 담당하는 암 전문의, 물리치료가 필요하면 재활의학 전문의를 만나게 된다. 또한 항암제 전문 간호사, 호스피스 팰리에티브 케어 전문의,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영양사 등도 환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암 치료는 수술, 화학요법(chemo-therapy), 방사선 치료(radiation therapy), 면역 요법(immunotherapy), 타켓 치료(targeted therapy) 등으로 나뉜다. 물론 처음부터 항암제 치료부터 들어가기도 한다. 도로시 박 전문의는 “최근에는 화학요법과 면역 요법을 함께 하는 등 가장 환자에게 효과있는 방법을 조합해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암 치료는 완치 가능성을 보거나 꼭 완치가 아니어도 생명 연장을 위해 한다든지 전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쪽을 고려해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암 치료를 위해 치료 방법 결정할 때는 완치 가능성,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암 치료의 목적, 항암 치료의 부작용과 후유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의 적극적 자세’ 의사도 반겨
항암치료땐 좋은 영양 필수…흰살 생선·닭고기·두부 등으로 단백질 보충
■암 치료에 대한 궁금증
환자로서는 많은 의사를 만나게 되고, 또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는지, 부작용이 없는지 등 궁금증이 많아진다. 암 전문가들은 “항암제 치료를 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발 가능성도 환자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했다.
도로시 박 전문의는 “암 치료는 환자와 의사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암은 생존여부가 논해지는 병이라 환자가 편한 의사라야 질문도 잘 할 수 있고, 또 암 치료는 한번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서 편하고 신뢰감을 가질 수 있는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혜영 전문의는 “항암 치료 중이라도 의사와의 관계가 편치 않다면 의사를 바꾸는 것을 고려해도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성소영 박사는 “내 인생, 내 병 담당은 결국 의사가 아니라 환자 자신이다”라며 “최근 의학계에서는 ‘환자의 적극적인 자세’(patient active)라 해서 환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건강 지키는 것에 주목하며 의사도 환자의 적극적인 태도로 치료에 임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 치료는 환자와 의사가 함께 하는 것”이라며 “의사에게 가기 전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서 가거나 이메일로 질문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진료 시 의사의 말을 양해를 구해서 녹음한다든지, 적극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너무 ‘만약’이라는 나쁜 상황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 것도 좋지 않다. 연혜영 전문의는 “다른 의사의 진단(second opinion)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많은 세컨 어피니언을 3~4차례까지 받으면 혼돈을 가질 수 있으며 치료를 빨리 해야 하는 시기에 검사만 받으러 다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병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병 치료나 관리 정보는 검증된 기관이나 담당의사에게 얻도록 한다.
한효구 전문의는 “환자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약을 찾을 때가 많다”며 “증명된 치료를 먼저하고, 항암치료 시에는 한약을 먹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증명되지 않은 치료나 약물은 암 치료 중에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며, 특히 한약의 경우 화학요법 시에는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니까 담당의사와 충분히 논의한다”고 조언했다. 제시카 전 영양사는 “암에 좋다는 성분도 되도록이면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지나친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암 진단에는 여러 가지 영상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컴퓨터 단층 촬영(CT scan) 모습.
■항암 치료 시 식생활과 영양
건강한 사람도 물론이지만 암환자에게 좋은 영양 공급은 암 질환과 치료에 대체할 수 있는 신체 기력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다. 몸무게와 필요한 영양분 저장 기능을 유지시켜 항암치료에 잘 대처할 수 있게 한다. 항암 치료 시에는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손상된 세포를 빨리 회복시키기 위해서도 영양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인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도 생기기 쉽다.
항암 치료 시에는 식욕부진, 미각 상실 같은 입맛의 변화, 메스꺼움과 구토, 입과 목의 통증, 구강 건조증, 설사, 변비, 면역 기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식욕부진이 나타나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상태가 좋을 때 많이 먹도록 한다. 대개 환자들은 아침에 식욕이 많다. 규칙적으로 조금씩 여러 번 나누어서 먹는다. 눈에 보이는 가까운 곳에 간식을 둔다. 간식으로는 빵, 과일, 감자나 고구마, 우유 및 유제품, 견과류, 말린 과일 등이 추천된다. 고 열량, 고 단백질 음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식사한다. 식사 섭취가 힘들어지면 영양 보충제를 이용한다. Boost, Glucema, Ensure, Carnation instant breakfast 등 마실 수 있는 영양제는 월그린 등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당뇨 여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제시카 전 영양사는 “고기를 먹기 싫으면 흰살 생선, 콩 종류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 콩 섭취가 제한적인 질환은 의사와 상담한다”며 “영양분은 골고루 필요하다. 단백질과 지방을 너무 배제하면 항암 치료 시 힘이 없어져 힘들다”고 조언했다.
단백질 공급에서 육류보다는 흰살 생선, 닭고기, 계란, 두부, 우유, 유제품 등을 이용한다. 한편 신맛은 금속성 맛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신맛이 나는 과일류(키위, 오렌지, 파인애플, 포도, 레몬즙)을 먹거나 요리에 사용한다.
■통증 관리
암으로 인한 통증은 치료될 수 있다. 또 대부분 암으로 인한 통증은 암이 신경이나 장기를 누르는 것 때문에 생긴다. 또한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검사 등이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암 치료나 암 자체와 전혀 관련되지 않은 기존 만성통증이나 퇴행성 관절염, 골다공증 등 때문에 생기는 통증일 수도 있다.
간헐성이거나 경미한 통증은 필요할 때마다 진통제를 복용한다. 보통 또는 심한 통증, 빈도가 잦거나 지속적인 통증의 경우에는 규칙적인 시간 간격을 두고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강도가 심한 통증은 12시간 이상 약효가 지속되는 MS 콘틴, 펜타닐 패취 등이 효과적.
통증에 따라 진통제를 선택하게 되는데 경미한 통증은 시중에 유통되는 처방이 필요 없는 타이레놀, 애드빌, 버퍼린 등을 사용한다. 중간 정도의 통증은 타이레놀과 소량의 아편 성분이 복합된 의사의 처방이 요구되는 타이레놀 #3, 바이코단과 같은 약물을 사용한다.
미국 암협회 한인 담당자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 미국 암 협회에서는 24시간 연중무휴 암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 상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박상혁 기자>
■암이란?
정상세포는 필요에 따라 규칙적이고 절제 있는 증식과 억제를 할 수 있다. 또 정상세포는 자연적으로 소멸하고, 낡거나 손상되면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하지만 비정상세포는 조직 내에서 필요한 상태를 무시하고 무제한으로 과다 증식한다.
UCLA 의과대학 교수 도로시 박 혈액암 전문의는 “암세포는 세포가 비정상적이라서 세포 분열도 너무 빠르고, 자연적으로 소멸하지 못하고 끝까지 자라는 것”이라며 “세포가 계속 미분화 세포로 증식해 종양을 형성하거나 주위 조직에 침입하며 암이란 질환이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환자로서 의사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
▲암의 종류는 무엇인가
▲암의 전이 여부, 몇 기인가
▲어떤 검사가 있는가, 무슨 검사가 더 필요한가
▲어떤 치료를 권해 줄 수 있나, 치료는 가능한가, 이 치료를 권하는 이유는 무엇
▲다른 치료방법은 없나
▲권유하는 치료가 다른 치료와 어떻게 비교가 되는가
▲내가 하는 치료법의 좋은 점과 나쁜 점
▲생존율은 얼마나 되나
▲어떤 위험과 이득이 있나
▲어떤 부작용과 위험 있는가
▲치료기간은
▲치료를 지금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기나
#미국 암 협회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암 환자들을 위한 각종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영어가 부족한 경우 800번호로 전화 후 상담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짧게 영어로 ‘코리안 플리즈’라 말하면 한국어 통역을 연결시켜 준다. 문의 (800) 227-2345, cancer.org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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