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년의 역사를 마감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사태는 지난 1년반 동안의 낙관론이 너무 안이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지난해 2월 말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이 발생했을 때 일시적 충격으로 간단히 넘어갔고 6월에 이르러 베어스턴스의 서브프라임 관련 두개의 펀드가 파산에 이르렀을 때 일부 모기지의 문제로 국한시켰었다.
그러는 사이에 지난해 8월 시티은행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유럽과 아시아 등 외국에서는 서브프라임의 문제가 미국의 문제이며 미국은 상당히 어려워지겠지만 외국은 오히려 건재해 미국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구원자가 될 것이라는 소위 ‘양지역간 차별화’(decoupling)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올해 들어서는 베어스턴스가 문을 닫게 되자 연방은행의 도움으로 JP Morgan에 인수되고 최근 들어서는 모기지의 양대 업체인 Fannie Mae와 Freddie Mac의 구제가 이루어져 정부가 있는 한 파국은 없다는 안도감이 시장에 퍼졌다. 그러나 정부의 구제금융과 긴급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4대 투자은행인 리먼이 파산하고 1대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BOA에 넘어가는가 하면 미국 내 최대 보험회사인 AIG도 긴급 자금요청에 매달리고 있다.
이상의 큰 흐름을 보면 현재의 상황은 미국이 겪는 가장 큰 금융위기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제2차 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말은 대공황보다는 낫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데 이번 리먼의 사태로 이제 그 같은 단정은 속단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주의 리먼 사태는 미국의 금융 위기는 일시적이거나 모기지의 분야에 국한되거나 미국만의 문제라는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신호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확실한 현실 인식을 한다면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예측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첫째, 지금 미국 금융위기가 어디까지 진전되었는지 예상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악의 상태는 지난 것인지 아니면 이제 제대로 문제가 터지기 시작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안개국면이라는 점이다. 당장 최대 보험회사인 AIG가 문제에 직면해 있고 추가로 몇몇 개의 대형 은행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예금보험공사마저 과연 이번 사태에 충분한 자금이 있는지 도전받고 있다. 그렇다면 섣부른 안정설은 금물이라는 말이다.
둘째, 금융위기는 미국에만 국한되는 문제일 수가 없다는 점이다. 당장 리먼의 경우만 해도 전 세계적인 투자은행들과 여러 형태로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파생상품의 속성상 그 여파가 얼마나 클 지 현재로선 알 수 없어 이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글로벌 금융권이 자유롭다는 생각은 너무나 단순한 생각이다.
셋째, 대공황의 경우를 비교하면 실물 경제의 흐름도 만만히 볼 수 없다.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의 진도를 보면 1939년까지 경제를 50%까지 떨어뜨린다. 금융계의 거품 붕괴가 경제마비까지 연결된 것인데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희망은 정부의 역할일 수밖에 없다. 이미 리먼의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투자 은행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문제를 정리하기에는 너무 큰 규모의 문제다. 연방은행과 재무부 그리고 유럽 중앙은행, 영란은행, 일본 중앙은행 등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이 다 같이 모여 중지를 모아야만 한다.
다행인 것은 냉전체제나 이념의 장벽이 별로 없고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각국의 사태 파악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정부의 대처 능력이 대공황 때보다 효율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리먼에 대한 구제를 정부가 거부한 것은 정부가 금융문제 해결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금융계의 불안이 가중되고 취약한 금융기관에 대한 압박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더 이상 구제를 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기도 하다. 금융의 문제를 터질 때마다 덮는 것보다는 표면에 펼쳐놓고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안이한 사고는 이번의 총체적 사태를 감기 정도로 치부하고 싶은 희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의 사태는 수술을 필요로 하는 깊은 병임을 보여주고 있다. 바라는 것은 수술로 살아나는 병이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수술해도 안 되는, 또는 수술조차도 할 수 없는 말기의 암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은 그 판단을 할 수가 없다는데 답답함이 있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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