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논설위원)
인간에게는 여러 번 기회도 오지만 위기도 온다. 기회란 말 그대로 더 낳은 상황으로 갈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뜻한다. 위기란 극한 상황을 말한다. 위기가 곧 기회란 말도 한다. 그러나 일단, 인간에게 위기가 닥치면 그 위기는 기회이기 전에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된다. 위기를 잘 극복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화가 바뀌어 복이 된다.
인간에겐 평생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들 한다. 그 기회가 언제 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회를 잘 포착하려면 상식과 지식도 필요하지만 지혜가 더 필요하다. 우선, 기회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회도 아닌데 “이게 절호의 기회야”하고 어리석은 판단을 내려 행동으로 옮긴다면 쓸데없는 정력과 시간 및 물질과 돈까지도 낭비할 수 있다. 기회는 모르고 그냥 지나간들 본전은 된다. 더 좋아지지도 않지만 더 나빠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위기는 다르다. 위기를 잘못 대처했을 때 따라오는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결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위기대처의 실수는 목숨까지도 가져갈 수 있는 극단의 경우를 낳을 수 있다.
위기의 잘못 대처는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살인까지도 불러 일으켜 가장 소중한 인명과 사회에 직접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 한국에서 일어난 탤런트 안재환씨의 경우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여 일어난 최악의 경우가 된 케이스다. 하지만, 그가 죽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심적 고통을 겪었는지는 아무도 상상 못할 것이다. 안재환씨가 죽기까지 풀지 못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빚 때문에, 사채 때문에 자살을 택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유일한 정황 추측이다. 유서에는 돈 문제가 언급된 것이 없다. 부인에게 남긴 “선희야 사랑해”와 “일찍 발견되면 장기기증을 해 달라”는 부탁 등이 들어 있었다.
인간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대처해 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혼자서 대처해 나가는 길이 있고 누군가와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길도 있다. 혼자서 해결하려 할 때는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위기의 순간과 어려움을 발설하지 않아 비밀 유지는 되어도 그에 따르는 위험 부담은 더 커진다. 혼자서 견디다 못 견디면 죽음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위기 때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종교지도자에게 위기 상황을 얘기하여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면 돈을 들이더라도 전문 상담인을 찾아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도 저도 안 되는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나 친지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돈이 위기 상황으로 몰려 있을 때이다. 돈이 문제가 되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돈밖에 없다. 특히, 사채와 같은 부채를 지고 갚아 나가지 못할 때에는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도저히 갚을 길이 없게 된다. 부모와 자식과 형제, 친구와 친척도 이런 사채 문제만큼은 해결해 주기 어렵다. 그래도 해결책을 찾아야지 마지막 극단의 수는 쓰지 말아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는 그것이 위기인지 아닌지를 빨리 진단해야 한다. 여기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결혼을 한 부부일 경우의 진단은 부부가 같이 내려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일 경우엔 누군가와 의논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최선책을 찾아야 한다. 최선책이 아니면 차선책, 차선책이 아니면 3선책이라도 찾아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렇듯, 기회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극한의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지혜로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냐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 병은 알려야 한다고들 말한다. 위기도 마찬가지다. 알려야 한다. 특히 사회에 널리 알려진 공인이나 유명인일 경우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 놓아야 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용기와 결단은 더 필요하다.
모든 인간에게는 기회가 주어진다. 위기도 주어진다. 비슷한 기회와 위기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기회는 호기가 될 수 있다. 위기는 전화되어 복도 될 수 있다. 기회를 잘 포착할 수 있고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인간들에겐 필요하다. 죽음을 택하여 위기를 비켜 갈 수밖에 없었던 안재환씨의 극단을 택한 마음은 아무도 헤아릴 수 없다. 누군가 조금만이라도 그를 도와주었더라면 그는 죽음만큼은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보자. 화를 복으로 바꾸어보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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