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석(정신과 전문의)

질문: 집사람이 지금 56살인데 2년 전부터 건망증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나빠지는 것 같습니다. 그보다 1년 전에는 이 사람이 많은 돈을 새로 사업 시작한다는 같은 교회 사람한테 빌려줬는데 그 사람이 사업에 실패하고 자취를 감춰버려 무척 고민을 해왔습니다. 제가 반대했기 때문에 저한테 미안하기도 해서 한동안 말도 못하다가 결국 제가 알게 되어 고통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한동안 기운도 없고 잠도 잘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소화도 안되고 명치가 답답하고 의욕이 없어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일 다니는 것도 치워버리고 주로 집에만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약도 써보고 침도 맞아보았으나 아무 효과가 없었고 내과에 가서 종합검진을 해보아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소화기내과에 가서 내시경을 해보았으나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최근에 신경내과에 가서 진찰도 받고 머리 사진도 찍어 보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면서 정신과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우선 정신과 전문의에게 지상으로 문의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집사람이 치매에 걸렸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어디 가서 어떻게 검사받고 치료 받아야할지 충고를 부탁드립니다.

답변: 치매라고 하는 것은 여러가지 원인에서 오는 대뇌의 지능 장애를 말하는 것으로 우선 기억력상실이 있고 말이 잘 안되거나 사물을 잘 알아보지 못하거나 정돈을 잘 못하거나 등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치매는 한 가지 원인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원인에서 오는데 그중에는 곧 치료가 가능한 것과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눠집니다. 그러므로 치매증상이 시작되면 바로 내과의사한테 상담을 해서 치료가 가능한 원인에서 오는 것이면 바로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인데 이것은 현재과학으로는 원인을 모르고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그 진단도 모든 다른 원인을 제거한 뒤에 알 수 있을 만큼 힘듭니다. 죽은 다음 뇌 조직 검사를 해서 확진할 수 있습니다.그다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뇌 모세 혈관들이 여기저기 터져서 오는 치매인데 이것은 원인은 알지만 치료가 힘듭니다. 모세혈관이 터지는 이유는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이 문제가 됩니다. 기타 뇌에 심한 타박상, 뇌암, 에이즈, 광우병 등의 바이러스 감염 등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특별히 얘기하려는 점은 이런 신체 병들이 없는데 치매같은 증상이 오는 경우를 설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문의하시는 분의 부인은 내과, 신경과 등에 가서 검사도 많이 하고 진찰도 받았는데 아무 신체적인 문제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증상을 보니 심한 우울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믿는 사람에게 큰돈을 꾸어줬다 돈도 잃고 친구도 잃고 남편한테 미안하고 화 풀데도 없고 하니 우울병에 걸릴만 합니다. 이렇게 심한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잘 기억을 못하고 건망증도 생기고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치매가 생긴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을 정신과에서는 ‘허위적인 치매’(pseudodementia) 라고 부르고 있으며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주변의 어떤 사람이 건망증을 보인다고 해서 바로 불치의 치매가 걸렸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앞에서도 강조 했지만 위선 그 원인이 무엇인가, 치료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부터 확인 해봐야 되겠고 마지막으로 우울증을 생각해 봐야 됩니다. 대부분의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하므로 ‘허위적인 치매’일 경우 우울증이 낳아지면 치매증상도 자연이 없어지게 됩니다.

마땅한 정신과 의사를 찾아서 상담 하십시오. 정신 상담 치료사가 아닌 정신과 의사한테 가셔야되는데 그 이유는 의사가 아닌 사람들은 신체적인 문제를 모르기 때문에 감별진찰을 할 수 없습니다.남편이 또 하나 유의할 것은 우울증이 없는 정상적인 사람도 너무 걱정 근심 고민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해지면 건망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부인 걱정하다가 건망증이 와서 부인을 정신과에 데리고 가는 것 잊어버리지 않게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