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관이 비슷한 배우자 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결정 저축·투자·지출 등 돈 관리에 관한 큰 결정은 함께 상의해야
결혼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부부에게 그 비결을 묻는다면 “돈 관리를 잘 하는 짝을 만나서”라고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경우가 많다. 돈에 대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짝과 결혼하는 것은 일생 동안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재정적 결정이다. 돈 문제에 관한 한 결혼은 가장 중요한 재산이 될 수도 있고 재난이 될 수도 있다.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것은 최근 일이다. 수 백 년 동안 결혼은 경제 혹은 정치적 이유로, 또는 단순히 재산을 합치기 위한 가족 간의 결합이었다. 요즘은 대부분이 낭만적 이유로 결혼하지만 결혼은 아직도 따지고 보면 재정적 결합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원하는 것 중 상당 부분은 돈과 관계 된 것이다. 일을 얼마나 하고 돈은 얼마나 쓰며 저축은 얼마를 할까 등등. 어떤 사람들은 세 번째 집을 마련하고 컨추리 클럽 회원권을 얻기 위해 1중일에 80시간씩 일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일을 줄이고 가족끼리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
펜실베니아대 워튼 경영대학원의 벳시 스티븐슨 교수는 “돈에 관한 토론 중 많은 부분은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돼 있다”며 “어떻게 사는가를 결정하려면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를 이야기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을 함께 내리는 것은 재산뿐만 아니라 결혼 자체를 보존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의 하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돈에 관한 생각이 비슷하거나 최소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둘이 함께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점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혼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초래한다. 자녀가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돈이 부부를 갈라서게 한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뉴저지 쇼트 힐스의 이혼 변호사인 수전 윈터스는 “대부분 사람들은 섹스와 아이들 때문에 이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돈 때문에 갈라서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고 말했다. 돈에 관한 생각이 똑같은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그것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부가 잘 지낼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다음과 같은 지침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서로 상의해 목표를 세우라. 결혼하기 전 자신들의 재정 상태와 목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라. 아기를 가질 것인가. 갖는다면 언제, 누가 돌볼 것이며 학교는 공립 혹은 사립에 보낼 것인가. 어떤 삶을 살다 은퇴는 언제쯤 할 것인가. 뉴욕의 재정 상담가인 케런 앨트페스트는 “이상적인 경우 부부는 매주 한 번 재정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상대방과 목표를 맞춰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를 함께 세우라. 휴스턴의 전 보험회사 중역인 제리 밸러드는 저축에 관한 철학이 같아 36년간 결혼 생활을 같이 해 온 아내 수전과 돈 문제로 싸우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저금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며 매년 수입의 10~20%를 저금해왔다고 말했다. 이것만 지키면 다른 일로는 거의 다투지 않았다고 한다.
메릴랜드 오잉스 밀스의 에릭 건들락은 29년째 살고 있는 아내와 돈 문제만큼은 분명히 해놓고 있다. 자녀는 사립학교에 보내고 물건을 사는 대신 여행을 가는 것 등이다.
집안 살림도 비즈니스처럼 하라. 예산을 세워 수입과 지출, 빚을 장부에 기록하라. 그리고 중요한 돈 문제에 관한 결정이나 목표를 세울 때는 같이 하라. JP모건의 재정 상담가인 메리 시스코는 “결정을 같이 할 때 책임도 같이 나누게 된다”며 “일이 잘못 돼도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책임도 같이 지라. 한쪽이 재정 문제를 전담하더라도 일을 바꿔가며 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한쪽이 투자 문제를, 다른 쪽이 청구서 지불하는 일을 전담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이를 바꾸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직업을 존중하라. 배우자의 직업을 존중하는 것이 상대방의 승진을 돕는다. 그것이 결국은 가계 수입에도 보탬이 된다. 건들락이 22년간 인력관리 회사에서 일하다 컨설팅 회사를 차리려 하자 아내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올바른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 직장에서 성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자신과 그처럼 가까운 사람의 지원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도껏 즐겨라. 약간 여유 돈을 만들어두고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라. 헤지펀드나 베어스턴스 같은 곳에서 일하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지금 이 교훈을 배우고 있다. JP모건의 시스코는 경기침체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돈이 계속 흘러넘칠 것으로 생각하는 나이 어린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두 어린 아이가 있는 한 30대 커플은 3만5,000달러짜리 커튼을 주문했다 남편이 잡을 잃었다. 그들은 맨해튼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별장을 팔아야 할 처지가 됐다.
중재자를 이용하라. 두 사람이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 지에 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또 한 쪽은 저금을 하고 싶어 하는데 다른 쪽은 고급차를 사려 할 수도 있다. 이런 때 재정 상담가 같은 독립적인 제3자를 이용하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텍사스 벨에어의 재정 상담가인 마크 쉰들러는 최근 아내가 한 달에 옷값으로 1,000달러를 쓴다고 불평하는 고객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아내 말을 들어보니 남편은 그만한 돈을 친구들과의 회식비로 쓴다는 것이다. 남편은 1년에 1만2,000달러를 저금하면 얼마를 모을 수 있는 지 물어왔다.
쉰들러는 1년에 9%씩 원금이 불어날 때 28년 후에는 160만달러가 된다는 보고서를 보여줬다. 그는 이들 부부가 타협중이라고 말했다.
독자적인 돈 관리도 필요하다. 재산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간의 독자적인 자금도 있어야 한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돈을 따로 마련하되 지출을 줄여야 할 때는 희생을 공유해야 한다. 결혼에 투자하라. 돈과 시간을 함께 보내라. 밖에 나가 식사를 하라. 시카고의 상담가인 게리 셩크는 “그렇게 하는 것이 결혼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라며 “관계를 돈독히 하는 투자”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조금씩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 후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다. 시티그룹의 가족 문제 담당 국장인 멜라니 슈놀은 너무 오래 기다리다 결혼을 망친 한 커플을 알고 있다. 남편은 큰돈을 모았고 아내는 큰집을 갖게 됐다. 그러나 남편이 은퇴하자 그들은 그동안 서로 너무 멀어졌고 공통점이 없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부는 축적했지만 결국 그로 인해 이혼에 이르게 됐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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