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LA 한인타운 업주들마다 장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매상은 격감했는데 렌트와 보험, 인건비, 재료 등 경비는 치솟기만 해 장사를 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인타운 내 샤핑몰마다 장사가 안 돼 폐업하거나 테넌트를 찾지 못한 빈 가게가 부쩍 많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3년간 소매업을 해 본 경험이 있어 규제가 높고 사업관련 비용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자부한다.
이참에 한인타운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해보자. 지난 30년간 한인타운은 양적으로는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타운을 주류사회에 알리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한인친구의 소개로 몇몇 한국식당을 찾는 타민족 고객은 늘었지만 차이나타운이나 리틀 도쿄에 비하면 아직도 한인고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 있어도 살 고객이 없으면 비즈니스가 살아남을 수 없듯이 한인타운 상권에 고객 다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LA시와 카운티, 나아가 남가주와 캘리포니아주, 타주와 해외에서 LA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방문해 식사하고 싶고 샤핑하고 싶은 LA 한인타운이 될 때 한인 상권과 한인 경제력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LA 한인타운을 주류사회에 알리는 마케팅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LA한인상공회의소가 현재 추진 중인 올림픽 비즈니스 개선구역(BID:Business Improvement District)은 이런 노력의 하나로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한다.
BID란 특정 상업 지역의 환경개선과 치안 강화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이루자는 취지로 건물주나 상인이 연 예산을 부담하는 대신 시정부로부터 각종 자금지원과 세제혜택을 받는다.
첫 BID는 지난 94년 결성돼 현재 LA시에서 36개 BID가 운영 중에 있으며 올림픽 BID를 포함, 19개 BID가 결성 준비 중에 있다. 건물주가 운영비를 부담하는 BID와 테넌트가 부담하는 BID가 있는데 올림픽 BID는 건물주 부담 BID로 진행되고 있다. 또 BID가 결성돼도 5년 또는 10년 단위로 갱신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 건물주, 상인과 주민들은 항상 선택의 여지가 있다.
해당지역은 올림픽 가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크렌셔 블러버드와 동쪽으로 팍뷰 스트릿이며 해당지역에 포함되는 상가와 오피스건물, 아파트가 포함된 부지(parcel)는 약 1,178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LA한인상의는 치안유지 50만달러, 거리환경 미화 45만달러, 보수비, 인건비 등 연 예산을 150만달러로 보고 있다. 해당 건물 소유주 대부분(약 3분의 2)은 연 1,300달러 수준의 부담만 안으면 된다.
BID 결성이 중요한 이유는 한마디로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한인상의에 따르면 BID가 결성되면 이미 정부 예산에 반영된 400만달러의 지역 개선비용이 집행되는 등 앞으로 약 1,000만달러의 시정부 예산이 올림픽 미화작업에 투입된다. 또 이와는 별도로 업주 당 2만5,000달러씩, 총 200만달러 규모의 한문과 영어 간판 설치 예산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건물주가 부담하는 연 예산의 3분의 2 이상이 각종 시정부 지원방식으로 재투입되며 건물 가치 상승, 치안 강화, 비즈니스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도보와 자전거를 탄 경비원이 매일 16시간씩 순찰을 돌고 올림픽 가를 전담할 청소 인력도 투입된다.
미국의 유명 관광지마다 관광 안내소가 있는 것처럼 올림픽 가, 나아가 한인타운을 홍보하게 될 관광정보 안내소가 문을 열게 된다. 기자의 희망으로는 올림픽 BID의 올림픽 가 동서지역 경계선에 한인타운, 나아가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세워졌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올림픽 BID는 한인사회 경제력과 정치력을 상징하는 자부심 차원에서도 필요하다.차이나타운과 리틀 도쿄에는 이미 BID가 결성돼 있다.
차이나타운의 경우 기존 BID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제2의 차이나타운 BID 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뜻있는 한인들은 한인타운이 많은 성장을 했지만 인프라는 너무도 미약하다고 한탄한다. 개별 상가나 콘도는 번듯해 보일지 모르지만 한인타운이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올림픽 BID는 한인타운이 주류사회라는 거대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중요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조환동 경제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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