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들은 죽을 맛이고 바이어들은 기세가 등등하다. 팔려고 내 놓은 집들은 지천으로 널렸고 가격은 속수무책으로 밀리니 집을 꼭 팔아야만 하는 입장인 셀러는 바이어들의 처분만 기다린다. 사정이 이러니 바이어들은 요즘 마음대로 배를 내밀고 셀러를 대한다. 셀러들이 버티다 버티다 이젠 어쩔 수 없는 입장에 처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가격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이젠 기본이다. 셀러들도 가격에 관한 한 이미 상당 부분 포기했다. 하지만 최저가격 만으로는 바이어를 붙들 수 없다. 요즘 바이어들은 요구하는 것이 많다. 퍼니스가 오래됐으면 새 것으로 교체해 달라고 하고, 드라이브웨이에 금이 가 있으면 새로 고치고, 카펫은 새 것으로 갈아 달라고 요구한다. 비용은 물론 셀러 부담이다. 때로는 쥐어짜겠다는 자세로 달려드는 바이어들도 있다.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쪽은 바이어다. 필사적으로 팔아야만 하는 셀러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약점 삼아 최대한 받아내려고 한다. 중간에서 거래를 중재하는 에이전트들이 봐도 너무한 경우가 많다.
집값만 깎아 줘서는 집 못 팔아
클로징 비용은 기본, 홈 워런티 등
철만난 바이어들 요구사항도 많아
불과 수년전 붐 시절 셀러 앞에서 처분만 기다렸던 바이어들이 ‘이젠 내 차례’라는 태도로 변했다. 일부 바이어들은 심하게 짜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에이전트들도 혀를 내두른다.
겨울이 긴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는 바이어들이 히팅 오일 탱크를 가득 채워달라고 요구하고 캘리포니아에서는 클로징 비용을 셀러들이 내준다. 또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바이어들이 가전품 1년 워런티를 셀러가 사줄 것을 요구한다.
새 센트럴 에어컨 시스템, 콘도 어소시에이션 비용 1년치, 하와이 2주 여행도 요즘 셀러들이 집을 팔기 위해 흔히 내거는 인센티브들이다. 가격 칼질만으로는 입질도 없기에 제시한 고육책들이다.
요즘 바이어들은 각종 요구사항들을 계약서에 올린다. 붐 시절에는 집을 현 상태 그대로(as-is) 수용하고 셀러의 세금도 일부 내주는 것이 예사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거꾸로 됐다.
계약서에 조건이 많이 달린다. 전에는 홈 인스펙션 통과 정도를 계약 해지 조건으로 달았지만 요즘은 여러 가지 요구조건들이 포함된다. 주택과 이웃의 환경과 지역 서비스, 시설에도 대단한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을 요구한다. 홈 인스펙션도 전에는 한 명만 쓰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예사로 까다롭지가 않다. 라돈 검출 여부, 납 성분 페인트를 밝혀내기 위한 해당 분야 전문 인스펙터를 불러야 하고 파이어플레이스 등 석조물 전문 인스펙터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무슨 잘못이 나오면 수리와 비용은 모두 셀러 부담이다. 붐 시절 같으면 콧방귀를 뀌었을 요구사항들이지만 셀러들은 군소리 없이 수용하는 편이다.
셀러들은 지붕이나 퍼니스와 같은 큰 비용항목을 포함 홈 인스펙션에 대해 매우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격에 대해서는 이미 크게 물러선 뒤다.
홈 인스펙션에서 드러나는 작은 수리는 물론이고 큰 비용이 드는 수리도 바이어쪽으로 미루는 법이 없다.
한 바이어는 홈 인스펙션에서 전기 수리 875달러, 플러밍 150달러, 새 키친 포셋 242달러, 굴뚝 수리 735달러가 들었는데 모두 셀러가 고쳐 주고 비용도 부담했으며 그 뒤 큰 비용이 드는 터마이트 및 석조물상의 하자가 발견됐지만 가격을 재조정하여 셀러가 부담했다고 전했다.
일부 바이어들은 클로징 순간까지 협상을 멈추지 않는다. 셀러의 약점을 잡아 마지막 순간까지 한 푼이라도 짜내려는 고약한 바이어들도 적지 않다. 메인주의 한 에이전트는 히팅 오일 탱크를 채워달라는 바이어도 있었다며 그 바이어는 7만5,000달러면 아주 싼 가격이었는데 또 가격을 깎더니 다시 히팅 오일 탱크를 채워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셀러는 200 갤런 기름 값 800달러를 또 떠맡아야 했다.
요즘 클로징 비용은 많은 경우 바이어에겐 무료다. 거의 대부분 셀러가 클로징 비용을 낸다고 오렌지카운티의 한 에이전트는 전했다. 집값을 이미 크게 깎은 뒤에 또 다시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것이 심하지만 바이어 마켓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이 에이전트의 고객인 셀러는 1만달러의 클로징 비용을 부담했다.
심지어 지방세금도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라스베가스의 한 에이전트는 4베드룸 은행 차압 주택을 50만달러에서 40만달러로 깎은 뒤 클로징 비용 6,000달러에 얹어서 양도세 1만1,000달러를 은행 쪽에 부담시키고 거래를 매듭지었다.
셀러의 이런 울며 겨자 먹기 식 양보는 주택 시장의 고전이 계속 되는 한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아무리 터무니없는 요구라 해도 거절했다간 바이어는 다른 셀러에게로 날아가 버리니 어쩔 수가 없다.
<케빈 손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