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진작에 끝났다. 지구촌 곳곳에서 축구학기가 달아올랐다. 축구대륙 유럽이 선봉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챔피언결정전(5월)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유로2008(6월)에 이어 잠시 휴지기를 가졌던 유럽축구는 지난 8월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프리메라리가(스페인) 세리에A(이탈리아) 분데스리가(독일) 등 4대 빅리그를 비롯한 각국 프로리그가 08-09시즌에 돌입했다.
벌써부터 열기가 후끈하다. 그나마 약과다. 9월부터 폭발성과 전염성이 더 강한 뇌관들이 세계 곳곳에서 터진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이다. 유럽과 함께 세계축구 쌍벽을 이루는 남미는 물론 북중미도 아시아도 아프리카도 오세아니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고개에서 북한을 상대로 10일(수) 중국 상하이에서 일전을 벌인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축구의 동토란 아주 오래된 별명을 어느덧 벗어던지고 세계축구 열강으로 착실하게 성정해온 미국은 6일 쿠바에서 쿠바와 북중미 예선 2차전을 가진다. 그만한 열기는 아니지만 북가주에서도 눈길 끄는 축구한판이 벌어진다. 미 프로축구(MLS) 산호세 어스퀘익스와 DC 유나이티드의 승부가 그것이다. ◆미국, 앙숙 쿠바와 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 = 월드컵 지역예선이란 점을 빼고도 미국과 쿠바의 6일 축구한판은 세계적 관심을 끈다. 두 나라의 특수관계 때문이다. 카스트로 형제와 체게바라 등이 주도한 사회주의 혁명으로 친미 바티스타 정권이 전복된 뒤부터 두 나라 관계는 대처에 사는 큰형님과 섬에 사는 막내아우 같은 관계에서 불구대천 원수처럼 변했다. 지금까지 변함없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내려진 쿠바봉쇄령은 아직껏 풀리지 않았다.
미국 축구대표팀의 쿠바행은 훨씬 이전인 1947년을 끝으로 61년동안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1947년부터 1959년(혹은 1961년)까지는 두 나라가 축구A매치를 할 이유가 특별히 없어서 그랬다. 1962년부터는 교역이든 뭐든 쿠바와의 교류를 일절 금지한 봉쇄령 때문에 할 일이 있어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됐다.
따라서 6일 저녁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양국 대표팀이 축구경기를 벌이는 것 자체만 해도 관심뉴스다. 축구계 못지 않게 외교가나 정가에서 여러 추측이 나돈다. 더러는 미국과 중국이 1960년대말 탁구대표팀 교환경기, 즉 핑퐁외교를 지렛대로 삼아 소통실험을 한 뒤 결국 정식 국교수립으로 이어졌듯이, 아바나 경기를 통해 미국과 쿠바 관계도 해빙무드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고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더러는 이번 경기의 역사성을 인정하면서도 축구는 축구일 뿐이라며 큰 기대에 선을 긋는다.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발생해 양국관계가 되레 퇴행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여러모로 미국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만의 하나 쿠바가 이길 경우 음으로 양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쿠바의 반미주의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진단도 제법 그럴싸하다.
그러나 축구는 축구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집중훈련을 마치고 4일 쿠바로 들어가 철통같은 보안속에 현지적응을 한 팀USA는 승점 3점 추가를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축구협회 수닐 굴라티 회장은 미국 축구사상 가장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아바나 일전의 의미를 상기시키면서도 이번 원정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랜던 도노반, 에디 루이스 등 스타팅 라인업을 거의 총동원한 미국은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8월 랭킹은 3계단 상승해 28위다. 19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꺾는 대이변 뒤 근 40년동안 동면기에 들어갔던 미국은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16강,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이탈리아 체코 등 강호들이 속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력상 쿠바 축구는 보잘 것 없다. 월드컵 본선잔디를 밟아보지 못했다. 지역예선이나 다른 대회에서도 이렇다할 성적을 못냈다. 쿠바의 라인홀트 판츠 감독은 행운이 함께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말로 미국의 우세를 부인하지 않았다.
북중미 1그룹에 속한 미국은 지난달 과테말라와의 원정경기에서 1대0으로 이겨 승점 3점을 따놓았다. 쿠바는 2연속 본선진출을 노리는 트리니다드토바고에 1대3으로 져 4팀 중 4위로 처졌다. 1위는 골득실차에서 앞선 트리니다드토바고, 2위는 미국, 3위는 과테말라다.
◆죽다 살아난 퀘익스, 실리콘밸리서 일전
산호세 어스퀘익스가 달라졌다. 7월 초까지만 해도 동네북이나 다름없었던 퀘익스가 이제는 누구도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이 됐다. 7월5일 경기까지 5연속 무승에서 7월12일 경기부터 7연속 무패다. 웨스턴 컨퍼런스 7팀 중 꼴찌에서 6위로 올라섰다. 5일 현재 22전 6승7무9패(승점 25점)로 LA 갤럭시와 같은데 골득실차에 뒤져 6위가 됐을 뿐, 한 경기 결과만 엇갈리면 3위까지 치솟을 수 있는 위치다.
맡아놓은 꼴찌 같았던 퀘익스의 놀라운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7월11일 맨체스터시티, 뉴캐슬 등 프리미어리그 클럽에서 활약했던 스트라이커 대런 허커비를 영입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허커비는 비록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몇수 아래 MLS에서는 물 만난 고기다. 특히 왼쪽 터치라인을 따라 상대진영을 파고들어 문전동료에게 득점기회를 만들어주거나 자신이 직접 슈팅을 때려넣으며 부실 퀘익스를 튼실 퀘익스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퀘익스가 6일 저녁 8연속 무패기록에 도전한다. 상대는 이스턴 컨퍼런스 4위 DC 유나이티드(22전 10승2무10패)다. 경기는 오후 7시 산타클라라의 벅쇼 스테디엄에서 시작된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