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했던 스타’장 가뱅을 다시 본다
6·7일 이집션 극장서 보기 힘든 4편 상영
아메리칸 시네마텍은 6일과 7일 이집션 극장(6712 할리웃)에서 프랑스의 명배우 장 가뱅(Jean Gabin)의 좀처럼 보기 힘든 영화 4편을 상영한다. 가는 입술에 주먹코를 한 가뱅은 많은 범죄 영화와 비극적 로맨스 영화에 나와 조용하면서도 강인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영화에서 세상에 지치고 모든 것을 체념한 자로 나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조롱하며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뱅은 스크린상의 가장 쿨한 사나이 중의 하나였는데 과묵하면서도 범할 수 없는 위엄과 냉소적 유머 그리고 꾸밈없는 강인성과 함께 인간과 세상사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예지를 가졌던 품위 있는 스타였다. 이틀간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가뱅의 자서전인 ‘세상에서 가장 쿨한 영화스타: 장 가뱅의 전 영화 95편’을 쓴 찰스 지그맨이 직접 나와 책에 서명하고 판매한다.
6일(하오 7시30분)
▲‘시실리안’(The Sicilian Clan·1969)-고향 시실리를 떠나 가족과 함께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나이 먹은 범법자 가뱅이 교도소 밴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젊고 살인 기질이 있는 보석전문털이 알랭 들롱을 보호해 준다. 들롱은 가뱅에게 위험천만한 수백만달러 상당의 보석털이를 제의한다. 반 은퇴생활을 하던 가뱅은 마지막 한탕 해 취한 돈으로 고향에 돌아가 여생을 보낼 마음으로 털이를 하기로 한다.
그러나 들롱의 뒤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형사 반장 리노 벤투라 때문에 이 털이가 생각대로 되질 않는다. 영어 더빙.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멋있다.
▲‘문타이드’(Moontide·1942)-캘리포니아의 해안 마을 샌파블로의 부두노동자와 그를 협박하는 친구와 이 노동자가 자살에서 구해준 웨이트리스(아이다 루피노)의 드라마. 가뱅의 첫 미국 영화로 흑백촬영이 아름답다. 동시상영.7일(하오 7시30분)
▲‘부두의 집’(House on the Waterfront·1955)-말 안 듣는 장성한 딸을 둔 삶에 지친 예인선 선주가 젊은 잠수부가 개입된 살인사건 은폐 음모에 휘말려든다.
▲‘황금에 손대지 마라’(Grisbi·1954)-감쪽같이 다량의 금괴를 털어 차 속에 보관하고 있는 나이 먹어가는 갱스터가 이 황금에 눈독을 들이는 젊은 갱스터(리노 벤투라)의 탐욕과 클럽 댄서(잔느 모로)의 배신으로 총격전에 말려든다. 동시 상영. (323-466-FILM)
방콕에 온 킬러, 방콕에 빠져들다
‘위험한 방콕’ (Bangkok Dangerous)
홍콩 태생의 형제 감독인 대니와 옥사이드 팽이 1999년에 태국어로 만든 방콕의 말 못하는 킬러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 스릴러가 원작. 팽 형제가 할리웃에 데뷔, 같은 영화를 미국판으로 만들었는데 킬러 역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맡았다. 그러나 그는 과묵은 하지만 말을 못하지는 않는다.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살인을 하는 킬러 조가 계약대로 살인을 하기 위해 태국에 도착한다. 조는 방콕에서 무자비한 범죄조직의 두목인 수라트의 4명의 적을 처치할 계획.
조는 방콕에서 소매치기이자 거리의 불량배인 콩(원작에서 킬러 이름)을 자신의 심부름꾼으로 고용한다. 그리고 자신의 임무가 끝나면 모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콩도 제거할 계획.
그런데 궁극적 고독자인 조는 자기도 모르게 콩을 제자처럼 키우게 되고 또 가게 여점원과 잠시나마 로맨스에 빠지게 된다.
조는 점점 방콕의 최면적인 아름다움에 빠져 들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하게 되는데 이와 함께 수라트는 조를 없애버릴 음모를 짠다. PG-13. 전 지역
‘영원한 품’부모에 대한 그리움 그려
‘엄마의 남자’ (Momma’s Man)★★★½
30대의 앤젤리노가 뉴욕의 부모를 방문하러 왔다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같이 살면서 자기가 자란 집을 떠나지 못하고 또 떠나기 원치 않는 얘기를 미니말리스트 수법으로 그린 뒤틀리게 우습고 또 가슴을 찢는 아름다운 소품이다.
우리는 결코 고향에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얘기하면서 아울러 자신이 성장한 안식처와 영원한 품인 부모 특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조용하면서도 다소 삐딱한 유머를 섞어 이야기했다.
감독 아자젤 제이캅스의 자전적 얘기로 영화 속에 나오는 부모로 실제로 자기 부모인 전설적 영화제작자 켄 제이캅스와 그의 아내 플로를 기용했다. 아들이 부모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LA에서 아내와 어린 딸과 살고 있는 마이키(맷 보렌)가 겨울에 뉴욕의 부모를 방문한 뒤 공항으로 가다가 갑자기 집으로 되돌아온다. 부모와 아내에겐 악천후로 비행기가 떠나지 못해 하루 더 머물러야 된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마이키는 온갖 책과 잡동사니로 창고를 연상케 하는 로프트의 간이 2층에 있는 자신의 어릴 때 침실로 올라가 두문불출한다.
그는 여기서 자신의 옛 스크랩북과 장난감과 만화 등을 뒤적이면서 세월을 보낸다. 마이키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출발을 지연하다가 아예 아내의 걱정하는 전화마저 안 받는다. 처음엔 아들을 보는 것이 반가웠던 마이키의 부모는 이제 아들의 알 수 없는 이상한 행동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다. 마이키는 가끔 옛 친구와 고교 때 연인을 만나려고 외출을 하는 것 외에는 완전히 집을 나서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한 남자의 존재의 위기와 함께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마저 담담하게 얘기한 우수와 감정이 가득하게 담긴 기억할 만한 작품이다.
보렌의 풀죽은 모습의 연기와 함께 켄과 플로의 착 가라앉은 연기가 뛰어나다. 거의 방 안에서 찍은 독창적 작품으로 감동적인데 마지막에 플로가 자기 무릎 위에 앉은 토실토실 살이 찐 마이키의 등을 쓰다듬으며 옛날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콧등이 시큰해진다. 성인용. 일부지역.
감정적 혼란 겪는 소년의 성장기
‘미스터 포’ (Mister Foe)★★★
감정적으로 혼란을 겪는 17세 소년의 얄궂고 우습고 다소 병적인 성장기를 그린 영국 소품.
스코틀랜드의 외딴 곳에 있는 성채만한 주택에서 아버지와 새 어머니 베리티와 함께 사는 할람 포(제이미 벨)는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베리티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믿는다. 그는 나무 위 오두막에 살면서 망원경으로 남을 엿보는 것이 취미다.
베리티는 할람에게 자기 몸을 마지막 선물로 주면서 그를 에딘버그로 몰아내버린다. 에딘버그에 도착한 날 할람은 죽은 어머니의 젊은 모습을 그대로 닮은 케이트를 발견하고 그녀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케이트가 인사 담당자로 일하는 호텔의 접시닦이로 취직한다.
할람은 여기서도 케이트의 아파트를 밤마다 엿보면서 그녀가 유부남의 정부라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할람과 케이트는 우습고 로맨틱하고 또 삐딱하고 극적인 사랑에 빠진다. 케이트와의 관계로 성장통을 고친 할람은 귀향해 과거와 화해하고 다시 에딘버그로 돌아온다. 끝이 아름답다. 랜드마크(310-281-8233).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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