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삐끗부진 조기강판 뒤 덕아웃서 열띤 응원 린시컴
선발투수 미련 때문에 코칭 스탭에 불만설 박찬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우완 선발투수 팀 린시컴은 신출내기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약 11마일 떨어진 벨뷰 출신으로 워싱턴대를 졸업한 그는 올해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제 스물 네살(1984년 6월15일생)이다. 연봉은 40만5,000달러에 불과하다.
LA 다저스의 우완 불펜투수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14년 고참이다. 충청남도 공주 출신의 이 야구사나이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고 떠들썩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런 시간이 흘렀다. 스물 갓 넘은 패기만만 청년은 이제 삼십대 중반 (1973년 6월30일생)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홈페이지에 그의 올해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몇년동안 1,500만달러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린시컴은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에서 한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된다. 막강후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의성적 덕분이다. 29게임에 등판한 그는 4일 현재 15승3패, 방어율 2.60, 탈삼진 216개로, 내셔널리그에서 다승 4위, 방어율 1위, 탈삼진 1위다.
박찬호는 몇차례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이기는 했지만 주로 불펜에 머물며 총 43게임(선발 5게임 포함)에 나서 4승3패 3홀드 2세이브를 기록했다. 세이브를 날려버린 건 2차례다. 방어율은 3.05, 탈삼진은 68개다. 최근들어 다소 부진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은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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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도 보직도 구단도 다르고 따라서 성적도 굳이 맞비교를 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둘의 발자취를 얼기설기 늘어놓은 이유는 따로 있다. ‘피칭 플러스 알파’에서 알파에 해당하는 부분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TV중계 때 언뜻언뜻 비친 행동거지나 다른 언론매체에 인용된 말을 보면, 슬럼프 관리랄까 욕망 컨트롤이랄까 하는 면에서 고참 박찬호가 신참 린시컴으로부터 배울 만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서다.
이기나 지나, 기껏 리드를 잡아놓고 마운드를 물려줬는데 불펜투수들이 홀라당 까먹었을 때나 상관없이 적어도 TV중계 카메라에 잡힌 린시컴의 모습은 늘 의연하다. 엊그제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2일) 때도 그랬다. 그는 이날 매우 부진했다. 5이닝동안 5안타 2볼넷 7삼진으로 5실점했다. 호투하다 4회말에 삐끗하는 바람에 자신의 1승추가도 실패했고 연패수렁에 빠진 자이언츠 구조에도 실패했다.
실은 4회말 5실점 뒤 5회말에는 다시 잘 던졌다. 앞서 5회초에 자이언츠가 2점을 뽑아 스코어 차이는 3점으로 줄었다. 기세가 오른 자이언츠는 6회초에 3점을 추가해 승부는 원점이 됐다. 린시컴이 5회까지 던진 공은 92개였다. 110개 넘게 던지는 일이 예사인 그로서는 사이영상 등 개인타이틀 레이스로 보나 팀의 벼랑탈출을 위해서나 한이닝정도 더 버틸 법했다. 그러나 브루스 보치 감독은 그를 교체했다. 십중팔구 아쉬움이 컸을텐데도 덕아웃으로 물러난 뒤 보인 그의 태도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덕아웃으로 물러난 린시컴은 소다를 한컵 들이키고 땀을 훔치더니 곧바로 응원모드로 돌아섰다. 덕아웃 통로를 왔다갔다 하며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고 난리였다. 이날 3안타 3타점을 올리며 자이언츠의 추격전을 주도한 대선배 오마 비스켈(유격수)이 호흡을 고르는 동안에는 일부러 다가가 어리광을 부리듯 어깨를 주물러주기도 했다. 비스켈이 고개를 돌리며 씩 웃어주는 장면은 아름다웠다. 전에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린시컴에서 시작해 린시컴으로 끝나야 한다는 말까지 하며 막내칭찬에 열을 올렸던 중고참 중견수 애런 로왠드(그는 이날 휴식을 취하며 경기막판에 대타로 투입됐다)는 자신은 부진했지만 팀동료들의 선전을 위해 열심히 응원하는 린시컴이 대견했는지 자이언츠가 동점을 뽑자 린시컴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TV 중계카메라는 연장전 12회말까지 끝까지 지켜보며 막내 응원단장 노릇을 한 린시컴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해설자도 몇차례 린시컴의 그런 태도를 칭찬했다.
한국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박찬호의 최근 심기는 영 불편한 것 같다. 불편을 넘어 불만으로 느껴진다. 다저스와 D백스의 플레이오프 진출다툼이 한층 가열된 요즘, 기세만큼 기대만큼 따르지 않는 자신의 퍼포먼스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선발을 맡고 싶은데 불펜에 묶어두는 코칭스탭에 대한 불만이 쌓인 모양이다. 박찬호 팬들 가운데 일부는 사이버 공간에서 조 토리 감독을 잘근잘근 씹고 있다. 마치 지난 5월21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박지성이 뛰지 못했다고(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온갖 추측과 억지를 동원해 비난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박찬호의 빛나는 과거와 불타는 의욕, 게다가 올해의 안정된 부활피칭에 비춰보면, 박찬호와 박찬호팬들의 불만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쉽다. 작년까지 몇년동안 온갖 눈총을 받아가며, 그보다 더했을 자괴감을 이겨내며 부활의 나래를 폈는데, 보다 탄탄하게 ‘본때’를 보여주며 보다 진득하게 ‘때’를 기다릴 수는 없는지 안타깝다. 선발복귀를 향한 집착과 조바심, 그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코칭스탭에 대한 불만-모든 게 언론이 꾸며낸 소설이기를 우선 바라지만-이 도리어 그의 피칭감각을 좀먹어 소원성취를 더디게 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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