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점 주고 5점 내고, 연장전에 1점 내줘
선발투수 팀 린시컴은 5이닝동안 92차례 공을 던졌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승리보증수표나 다름없는 그가 5이닝밖에 버티지 못했다는 건 부진 아니면 부상이다. 정규시즌 마지막 달(9월) 첫 출격인 2일 경기에서 린시컴은 부진했다. 6삼진을 낚기는 했지만 5안타 2볼넷으로 5실점했다.
린시컴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서지오 로모는 신인답지 않게 대담하고 안정된 피칭으로 3이닝동안 0실점(2볼넷 3삼진)으로 선방했다. 눈이 거의 가려질 정도로 모자를 푹 눌러쓴 품새가 인상적인 그는 46차례 공을 뿌렸다. 9회말 마운드를 지킨 타일러 워커도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줘 불안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고 1이닝 0실점(1볼넷 2삼진)으로 임무를 완수했다(14차례 피칭). 연장 10회말에 등장한 신예 빌리 새들러도 무실점 릴레이를 이었다(12차례 피칭). 5번째로 마운드를 이어받은 케이치 야부는 연장 11회말 무실점 피칭을 보였으나 12회말 1사후 안타와 볼넷을 허용한 뒤 교체됐다. 그는 25차례 공을 던졌다.
스코어는 5대5. 자이언츠의 브루수 보치 감독은 야부가 흔들리자 결단을 내렸다. 브라이언 윌슨 출격. 마무리 상황이 아닌데도, 게다가 원정경기 연장전인데도, 마무리전문 보배투수 윌슨을 내보낸 것은 2일 밤 덴버승부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표현에 다름 아니었다. 1회부터 안방지기를 하느라 파김치가 된 벤지 몰리나를 불러들이고 싱싱한 포수 스티브 홈을 윌슨의 배터리 짝꿍으로 들어앉혔다.
상대는 콜로라도 로키스, 윌슨과 마주친 타자는 대타 라이언 스필보그스. 송곳같은 로케이션 덕분에 실제 빠르기(시속 95-97마일)보다 더 빨라 보이는 윌슨의 공에 스필보그스는 도무지 타이밍을 못맞추는 듯했다. 초구 볼에 이어 2연속 스트라익. 유난히 큰 눈에다 희고 고운 살결, 땀범벅 먼지범벅 승부의 필드보다 에이컨 바람 시원한 어느 사무실의 컴퓨터 단말기 앞에서 자판기를 두들기는 모습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오피스형 생김새 때문에 간이 졸아드는 순간에나 등장하기 일쑤인 마무리 투수치고 어딘지 여려 보일 정도인 윌슨의 얼굴에는 한결 여유가 흘렀다.
제4구. 높이는 어중간했지만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꼬리치며 빠져나가려는 패스트볼이었다. 스필보그스의 방망이가 휙 원을 그렸다. 공의 빠르기에 방망이가 밀렸다. 그러나 걸렸다. 방망이에 긁히듯 걸린 공은 완만하게 휘며 1루수 키를 넘어 우익선상으로 흘렀다. 2루주자 오마 퀸태니야가 3루를 돌아 홈으로 뛰는 것보다 더 빨리 덕아웃의 로키스 선수들이 홈플레이트로 튀쳐나갔다. 일부는 1루 베이스쪽으로 뛰었다. 결승타점을 친 스필보그스와 결승득점을 한 퀸태니야의 헬멧을 두드려가며 3시간52분 접전끝에 얻은 승리맛을 만끽했다.
맞는 순간 당했구나 직감한 윌슨은 혼자서 중얼거리며 총총걸음으로 덕아웃을 향했다. 덕아웃 동료들은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윌슨이 던진 공 4개, 그중에서 딱 하나 실투로 승부가 갈렸다. 패배기록은 윌슨 이전에 주자를 남겨놓고 떠난 야부에게 돌아갔다. 이날 밤 패배(5대6)로 자이언츠는 59승 뒤 5연패를 당하며 79패, 로키스는 66승74패가 됐다.
그러나 야부와 윌슨을 탓하기 이전에 선발투수 린시컴의 4회말 부진이 린시컴 자신으로서도 연패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쏟는 자이언츠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3회까지 안타 하나 맞지 않고 깔끔피칭을 한 린시컴은 4회말 돌연 흔들렸다. 4회초 공격 뒤 쉬는 시간에 TV중계팀이 1958년-2008년 자이언츠 50년사의 명장면 중 하나로 유격수 오마 비스켈이 올해 1,692번째 병살플레이를 성공시키는 장면을 보여주고 스탠드에서 이 경기를 지켜보는 칼 립킨 주니어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비쳐주는 등 여유속에 맞은 4회말이었다.
선두타자 퀸태니야의 빗맞은 타구가 바로 전 TV화면을 차지한 비스켈을 훌쩍 넘어 우익수앞에 떨어지는 바가지 안타로 연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린시컴의 와일드피치가 나왔다. 그 틈을 놓칠세라 퀸태니야는 2루까지 내달렸다. 기다렸다는 듯 맷 할러데이의 중전안타가 터졌다. 와일드 피치만 아니었다면 2루 아니면 3루에 그쳤을 퀸태니야가 홈까지 안전하게 치달았다. 그게 4회말 시련의 끝은 아니었다. 시작이었다. 린시컴은 후속타자 브랫 하프에게 우익선상으로 흐르는 2루타를 허용했다.
할러데이는 조깅하듯 홈을 밟았다. 자이언츠는 여기서 또 실수를 했다. 1루베이스 근처로 가 중계플레이를 하려던 2루수 이매뉴얼 버리스가 공은 줍지 않은 채 하프의 뜀박질을 감시하자 흘끔 뒤돌아본 하프가 그대로 질주, 3루까지 점령했다. 크리스 이야네타의 중전적시타가 터져 하프가 득점을 올렸다. 린시컴의 두번째 와일드 피치로 공짜로 2루행을 한 이야네타는 개럿 앳킨스의 우익수 진영 깊숙한 플라이 때 3루까지 뛰었다. 1루에 있었더라면 2루를 넘볼 수 없는 코스였다. 이얀 스튜어트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겨우 한숨을 돌린 린시컴은 트로이 툴로위츠키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얻어맞고 입을 다물었다. 방어율 1위 린시컴의 믿을 수 없는 흔들림(1이닝 5안타 5실점)이었다.
자이언츠는 이날 3안타 3타점을 올린 비스켈 등의 맹활약으로 5회초 2점, 6회초 3점을 뽑아 승부균형을 되찾았으나 추가득점에 실패하다 연장 11회말 스필보그스의 끝내기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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