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메달경쟁으로 본질 퇴색
국민 중심의 스포츠 환경 절실
올림픽이 끝난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유도, 양궁, 핸드볼, 탁구, 태권도 등 지난 번에는 못 보았던 종목들을 마음껏 보아서 좋았고, 또 미국이 수영과 배구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서 좋았다.
그러나 그 열기가 가라앉은 지금은 좀 더 차분한 자세로 올림픽을 돌아본다. 베이징 올림픽이 1988년에 서울에서 있었던 개막식에서와 같이 올림픽 성화에 불을 밝힐 때처럼 운치는 없었어도 그 규모나 화려함으로 보면 사상 최대였고, 단순한 운동경기의 잔치만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앞으로 올 시대의 예표가 되어준 것 같은 느낌이다.
우선 건물들의 규모다. 중국의 높아진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지은 일명 ‘새둥지’라고 불리는 베이징 국가체육관은 수용능력이 9만1,000명이고, 총공사비 4억2,300만달러를 들여서 만들었다고 한다.
1만7,000명의 관중이 들어갈 수 있는 초대형, 초환경의 북경국가유영중심(일명 ‘물방울’ 또는 ‘the Water Cube’)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안쪽으로 뺑 둘러서 대형 스크린을 장치해서 개폐회식 때 여러 가지 특별효과를 연출해 냈으며, 불꽃놀이는 얼마나 화려했는지 폭죽만으로 한 것이 아니고 홀로그램을 공중에 띄웠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또 중간에 날씨를 조종하기 위해 1만 여발의 일기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리고 폐회식 날 선보인 대형 인간탑 꼭대기에 펼쳐진 붉은 천이 어떻게 아무 부조물 없이 공중에 떠 있었는지 꽤 머리를 써서 준비한 흔적도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놀란 것은 동원된 인원수다. 운동장 안에 가득 찬 인원이 얼마나 많았으면 사람이라기보다는 개미 떼같이 보였을 정도다. 그런 수많은 사람들이 지표나 표식도 없이 얼마나 정확하게 움직였는지! 청소년들이 겹겹으로 싸인 원형으로 둘러서 타이치를 할 때는 그 원형이 얼마나 완벽한지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시켰기에 저 정도로 정확할까 문득 섬뜩한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리고 느낀 것이 “북한의 아리랑 공연도 여기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구나!”라는 생각과 또 “중국에서는 아직 인간의 가치가 저렇게도 싸구나”라는 생각뿐이었다.
이번 올림픽은 유명 언론인에게도 굉장히 큰 자극이 됐었나 보다. 사상 최대의 금메달을 수확하여 기뻐하는 국민들을 보면서 지난 10년간 해온 평준화 교육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줄 수 없다면 경쟁에 이길 수 있는 스포츠 영재를 보다 많이 양성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금메달의 의미가 무엇일까? 무조건 많다고만 좋은 것일까?
메달집계를 보면 총 34종목에서 남녀, 체급, 단체, 거리 등으로 나뉘어져 약 970개의 메달이 주어졌는데, 좀 더 자세히 보면 상위 10위권 나라가 542개를 따서 전체 메달의 56%를 차지하고 상위 20위권 나라가 74%를 차지했는데 금메달만 따지면 메달 집중도가 더욱 높아져서 상위 10위권나라가 67%의 금메달을 차지했고 상위 20위권나라들이 거의 8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두 자릿수의 금메달을 차지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서 7개국 밖에 안 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선 세계 안에서의 한국의 높은 위상이다. 한국 같이 조그만 나라가 인구 1억3,000만의 일본보다 금을 4개나 더 차지하고 당당히 7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때에 욕심을 더 내서 인구 8,200만의 독일을 따라잡으려고 힘을 쓰고, 인구6,500만의 프랑스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일까? 아니면 명실공히 체육선진국으로서 온 국민의 건강과 체력이 메달 수에 따라가고 있는가 확인을 하는 일일까?
금메달을 목에 걸자면 온 세계에서 온 선수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하니까 어느 종목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펠프스는 아테네 올림픽 이후 4년 동안 먹고 자고 수영만 했다고 한다. 중국의 체조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기대주를 고르고 또 골라서 평생 체조만 시킨다고 하고 탁구도 마찬가지, 완전히 일생을 바쳐서 일종의 메달획득 전문가로 변하지 않으면 힘든 것이다. 그래서 원래 승전보를 전하는 것이 마라톤이었지만 지금은 순전히 장거리 경주에 불과하게 되었고, 태권도 시합에 주먹이 없게 되고, 유도는 옷깃잡기를 다투다가 시합이 다 끝나기가 일수이다. 올림픽이 스포츠 자체의 원래 형태와는 많이 변형되어 단순한 메달 획득의 경쟁에 불과하게 된 것같은 느낌이다.
이것은 마치 대학의 스포츠 프로그램과도 유사하다. 어느 스포츠 명문대학이 미식축구를 이기고 농구를 이겼다고 해도 본교의 재학생들에게는 의미가 별로 없는 것이, 높은 장학금과 혜택을 주고 모셔온 선수들은 일반 학생들과는 분류되어 오직 승부만을 위해 이용당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즉 UCLA가 농구의 챔피언에 등극했다고 해도 그 대학의 일반학생들이 다른 대학학생들보다 농구를 더 잘하고 못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아이비리그나 다른 유사한 사립학교가 좋은 점은 대학 대표팀의 수준은 다른 스포츠 명문대보다 떨어진다고 해도, 실제로 그 학교의 학생이 본인이 원하는 스포츠를 본인의 필요를 고려해서 의미있는 수준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의 쾌거는 기쁘지만 향후 4년은 보다 전반적인 국민의 건강과 체력에 대해서 신경을 씀으로 인해서 보다 강인한 국민의 기반에서 좀 더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보고 싶다.
그 길이 궁극적으로는 메달 획득에 도움이 될 것이고 더욱 의미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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