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 살고 있는 나비의 날개 짓이 반대편 대륙에 허리케인을 불러온다.
나비효과라고 했던가. 북경 올림픽이 미국의 대선 일정에 차질을 주고 있다. 이런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민주·공화 양당이 숨 돌릴 새도 없이 며칠 간격으로 전당대회를 개최한 예는.
올림픽 기간은 피해라. 민주당 전당대회는 그래서 북경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시작됐다. 그리고 바로 뒤따른 게 공화당 전당대회다. 대선 날짜가 11월4일이다. 그러니 공화당으로서도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서다.
전당대회를 끝내면 그 당의 대통령 후보 지지율은 보통 10% 정도 오른다.
전당대회는 그러므로 일종의 출정식이다. 화려한 팡파르를 통해 지지율을 한껏 끌어 올린다. 그리고는 그 여세를 몰아 본선에 임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전당대회 일정을 늦게 잡은 정당이 대체로 유리한 것으로 돼 있다. 1996년과 2004년 대선이 바로 그 예로, 모두 전당대회를 늦게 연 정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96년의 경우 빌 클린턴은 처음에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게 전당대회로, 대회를 통해 지지율이 크게 오르면서 상대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2004년 조지 부시가 존 케리를 따라 잡게 된 계기도 전당대회였다.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반등한 지지율이 10월까지 이어지면서 무난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 공식은 그러면 올해에도 통할까. 예측이 어렵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열린 게 공화당 전당대회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의 카리스마가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을 내내 짓누를 것이다.
한쪽에서의 전망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한 관계로 공화당은 오바마의 전당대회 프리미엄을 상쇄시킬 전략마련을 못할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덴버 전당대회에서 오바마는 ‘대중연설의 달인’이란 평가에 걸 맞는 지명수락 연설을 했다. 8만여 관중을 열광시킨 것이다. 그러니 공화당은 ‘오바마 카리스마’에 안절부절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시기상조의 감이 있다. 공화당의 ‘카운터 어택’이 만만치 않아서 하는 말이다. 그 반격의 1탄은 존 매케인의 러닝메이트 선정이다.
오바마의 지명수락 연설 내용이 본격적으로 매스컴을 타기 직전 ‘공화당 사상 최초의 여성 러닝메이트 선택’ 뉴스 이벤트가 펼쳐졌다. 절묘한 ‘김 빼기 작전’으로, 일단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전 언론이 44세의 젊은 공화당 여성 부통령 후보에 일제히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오바마의 전당대회 프리미엄은 생각보다 대단치 않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전당대회가 끝난 시점에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지지율은 6%가 올랐다. 지명수락 연설 직전에 실시된 여론조사다. 그러므로 지지율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실망스런 상승폭이다.
공화당의 본격적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아야 한다.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과 오바마는 매케인을, 또 부시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그 역공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그 대공세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속단을 내릴 수 없다.
문제는 결국 한 가지에 귀착되는 것 같다. 누가 더 강한 대통령 후보인가 하는 사실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오바마다. 얼마 전까지의 판정이다.
그 막강한 ‘클린턴 머신’을 저지시켰다. 그런 오바마인 만큼 당연한 평가다. 그 성가가 그런데 점차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이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다’- 올 대선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든 구조적 요인으로 볼 때 민주당 절대 유리의 국면이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가 지지율 경쟁에서 매케인과 사실상 백중세다. 그래서 나오고 있는 새삼스런 평가다.
북경의 나비뿐이 아니다.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나비의 날개 짓도 예사롭지 않은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으로 세계의 안보지형이 변하고 있다. 무엇을 말하나.
경제가 이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안보, 해외정책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본선 국면을 맞아 대선의 아젠다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판단은 그렇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세를 결정지을 지도 모를 세 차례의 대통령 후보 토론도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오바마가 과대평가된 점이 있다면 매케인은 과소평가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Obama can lose? Yes, he can.- 다른 한쪽에서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는 관측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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